인기 기자
"현 상가임대차법, 건물주 자산증식에 도움…근본 해결책 찾아야"
'궁중족발 사태' 방지차 국무총리비서실 주최 간담회…상인들 의견 청취
2018-07-02 18:30:23 2018-07-02 18:30:23
[뉴스토마토 강명연 기자] "서촌은 10년 전만 해도 유동인구가 많지 않았지만 자영업자들이 노력해서 사람들로 북적이는 상권을 만들었다. 현재의 법과 제도는 이렇게 상인들이 피땀 흘려 일군 결과를 건물주가 모두 가져갈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고 있다."
 
2일 서울 종로구 서촌 봉평막국수에서 열린 '젠트리피케이션 상인 간담회'에서 건물주와 분쟁을 겪고 있는 궁중족발 주인 윤씨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상가임대차법)은 임차인 보호를 위해 만들어졌지만 세부조항을 살펴보면 건물주와 시세차익을 노리는 사람들 손을 들어주는 법이 됐다"며 이 같이 주장했다. 이날 간담회는 임대차 갱신 보호기간 만료 이후 건물주와 세입자 간 폭력사태까지 벌어진 궁중족발 사태로 임차인 보호 필요성이 불거지자 국무총리비서실 민정실에서 지원 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했다.
 
간담회 참석 상인들은 임대인들이 상가임대차법을 활용해 상인들을 쫓아내고 있다는 점에서 법이 건물주의 자산증식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윤씨는 "2016년 건물주가 바뀌면서 분쟁이 시작됐는데, 법상 3개월 동안 임차료를 안 받으면 건물주는 임차인을 쫓아낼 수 있다"며 "일부러 임차료를 받지 않았고, 이후 보증금 3000만원에 월세 300만원이던 곳에 보증금 1억, 월세 1200만원을 요구했다. 이런 일이 가게를 연 지 6년차에 일어났기 때문에 보호받을 수 있는 어떤 장치도 없었다"고 말했다.
 
임차인이 가게를 비워주지 않을 경우 건물주는 명도소송을 제기한다. 이후 법원이 결정한 강제집행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건물주가 불법을 저지르거나 경찰이 건물주를 돕는 등 임차인이 이중으로 피해를 입는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윤씨는 "작년 11월 강제집행 결정이 난 이후 건물주가 고용한 사설 용역은 어떠한 물리력도 행사해선 안 되지만 여러 차례 폭력 사태가 있었다"며 "법원 결정이 나고부터 영업도 못 하면서 싸워왔고, 4월부터 건물주 집앞에서 1인시위를 하고 있었다. 사고가 있었던 날 강남경찰서는 CCTV 일부만 공개하고 일방적인 폭행 살인미수로 강조해서 발표했지만 실제로는 서로 뒹굴면서 다쳤다. 건물주는 남편의 눈을 손가락으로 찔렀는데 남편은 밤 늦게까지 치료도 못 받고 경찰서에 갖혀 있었고 이런 부분은 보도도 안됐다"고 말했다.
 
상인들은 상가임대차법상 비영리 목적으로 최소 1년 6개월 간 자리를 사용할 경우 권리금을 보호받을 수 없는 현재 제도가 독소조항이라고 주장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다른 상인은 "건물주인이 비영리 목적으로 장소를 사용한다고 하는데 내용을 살펴보면 이사짐 창고 보관용이라고 한다"며 "이건 비영리가 아닌데 일단 기존 상인을 내쫓은 뒤 월세를 올려받으면 1년 6개월 동안 비운 비용을 보전하고도 남는다. 이 조항을 명확하게 규정하거나 기간을 훨씬 길게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법무부에서 논의 중인 계약갱신청구권 기간 연장은 임시 방편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상인들은 장사가 잘 되면 쫓겨날까봐 걱정해야 하는데, 5년에서 10년으로 기간이 연장돼도 근본적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며 "법이 바뀌면 당장 여론은 조용해지겠지만 권리금을 회수할 수 있는 방안 등에 대한 실질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남주 변호사는 "헌법에 (농지는 농사짓는 사람만 소유할 수 있다는) 경자유전 원칙이 있는데 사문화돼있다. 암차상인 문제도 가게를 직접 운영하는 주체인 상인의 노력이 건물주로 전가되는 상황이 제도롤 통해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남평오 국무총리비서실 민정실장은 "궁중족발 사태를 계기로 상가임대차법이 임차인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각 부처가 인식하게 됐을 것"이라며 "정부가 시장개입할 때 여러 부작용 등을 고민하게 되지만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 상인들 입장에서 정책을 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2일 서울 종로구 서촌 봉평막국수에서 열린 '젠트리피케이션 상인 간담회'에서 남평오 국무총리비서실 민정실장(왼쪽에서 다섯번째)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논의하고 있다. 사진/강명연 기자
 
강명연 기자 unsaid@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