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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중 부회장 끝내 해임…경총 적폐 해결은 손경식 몫
해임안 96.1%로 가결, 불명예 퇴진한 송 부회장
경총, 후임 부회장 선임 절차 착수…경총 "노사 전문에서 경제·사회 포괄 단체로"
2018-07-03 14:08:36 2018-07-03 14:08:36
[뉴스토마토 구태우 기자]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내부 갈등을 빚은 송영중 상임부회장을 해임했다. 송 부회장은 자진 사퇴를 끝내 거부해, 취임 3달 만에 불명예 퇴진했다. 송 부회장 퇴진으로 한 달 여간 이어진 경총 내분은 종지부를 찍었다. 
 
경총은 3일 오전 서울 웨스턴조선호텔에서 임시 총회를 열고 송 부회장의 해임안을 의결했다. 경총 회원 407명 중 233명(참석 63명·위임 170명)이 총회에 참석해 224명이 송 부회장 해임에 찬성했다. 지난 2일 경총의 회계 비리 의혹이 터지면서 송 부회장이 유임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회원사는 압도적으로 송 부회장을 해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96.1%가 찬성표를 던져, 송 부회장 선임으로 빚어진 내부 갈등을 조속하게 봉합하라는 의도로 풀이된다. 
 
손경식 경총 회장이 3일 임시총회 직후 기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경총은 송 부회장이 직원 사이의 분열을 조장해 사무국을 파행으로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손경식 회장의 업무지시를 불이행하고, 경제단체 정체성에 반하는 행위를 한 점도 해임 사유로 꼽혔다. 손 회장은 "한솥밥을 먹은 사람인데, 송 부회장에게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송 부회장은 지난달 12일 업무에서 배제된 지 22일 만에 해임됐다. 경총은 송 부회장의 자진 사퇴를 제안했지만 그는 버티기로 일관했다. 이 과정에서 송 부회장이 언론에 각종 의혹을 퍼뜨리면서 경총 내분이 극에 달했다.
 
송 부회장은 지난 2일 경총 사무국이 회원사의 동의를 거치지 않고 사업비를 유용한 사실을 폭로했다. 경총은 회원사 노사관계 지원 사업비의 일부를 떼, 직원 격려금(상여금)으로 사용했다고 밝혔다. 경총 고위 임원의 비자금 의혹도 나왔다. 손 회장은 이날 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해당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손 회장은 "현금으로 오간 것은 없다"며 "어디서 조사해도 (비자금은 없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총은 이날 총회로 사태가 일단락된 만큼 내부 혁신을 이어간다. 총회 직후 전형위원회를 꾸려 후임 부회장 선임 절차에 착수했다. 전형위는 손 회장, 윤여철 현대자동차 부회장 등 8명이 참여한다. 손 회장은 "기존 노사관계 중심 단체에서 경제·사회 이슈를 포괄하는 단체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송 부회장이 폭로한 회계 비리 문제, 사무국 운영 문제는 손 회장이 해결해야 할 과제다. 송 부회장은 경총 사무국에 계파 갈등이 있다고 주장했다. 
 
재계 안팎에서는 이번 사태를 관심을 갖고 지켜봤다. 경제 5단체 중 노사문제 전문인 경총에서 내홍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최저임금, 노동시간 등 노사문제의 중요성이 커졌다. 그런데 경총은 오히려 고위 임원 사이의 갈등으로 위상을 스스로 깎았다는 평이다.
 
경총은 송 부회장이 노사 문제를 조정한 경험으로 노사정간 가교 역할을  해주길 기대했다. 그러나 송 부회장은 기대를 저버리고 경총 조직 혁신을 추진해 반발을 불렀다. 유연근무제를 도입했고, 송 부회장이 직접 재택근무를 했다. 또한 지난 5월에는 경총 직원의 격려금 지급을 반대했다. 회계에 문제가 있어, 격려금 지급을 제지했다는 게 송 부회장의 설명이다. 이를 두고 재계 일각에서는 경총은 김영배 전 부회장 체제로 14년을 지냈는데, 송 부회장이 무리하게 변화를 추진해 자충수를 뒀다고 평가했다. 
 
구태우 기자 goodt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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