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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 '대한항공 데자뷰'…박삼구 정조준
기내식 대란 거치며 회장 갑질·비리로 비화…단체 채팅방 개설에 6일 대규모 집회까지
2018-07-04 17:36:29 2018-07-04 17:36:29
[뉴스토마토 양지윤 기자] 기내식 대란으로 사회적 물의를 빚고 있는 아시아나항공이 끝내 대한항공 전철을 밟게 됐다. 이번 대란의 발단이 그룹 지배구조 최상단에 있는 금호홀딩스(현 금호고속)에 대한 1600억원 상당의 부당지원(BW 매입)을 둘러싼 기내식 공급업체 변경에 있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사태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으로 옮겨 붙었다.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이 오는 6일 박 회장의 갑질 및 비리를 폭로하는 집회를 예고하면서 감쳐졌던 내부 실상도 하나둘 그 실체를 드러낼 전망이다. 이들 중 일부는 박 회장 일가의 퇴진을 주장, 물컵 갑질로 촉발된 대한항공 사태를 연상케 한다.
 
4일 기내식 대란이 나흘째를 맞은 가운데 김수천 아시아나항공 사장은 "이번 기내식 공급업체 변경 과정에서 서비스 제공에 차질이 생겨 고객들께 불편을 끼치고 임직원 여러분께 실망과 걱정을 드린 점 죄송하게 생각한다"는 사과와 함께 주말까지 운항 정상화를 약속했다. 전날에 이어 또 다시 고개를 숙였지만, 사태는 이미 걷잡을 수 없게 됐다. 기내식 공급업체 변경 과정에 대한 석연치 않은 해명으로 의혹은 커졌고, 협력업체 대표의 자살로 불공정계약 논란까지 불거졌다. 전 직원들이 승객들의 분통을 마주해야 하는 상황에서 박 회장은 정상적으로 기내식이 실린 비행기를 타고 중국 출장길에 올랐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직원들의 허탈감도 커졌다. 일부 조종사들은 샌드위치 등으로 끼니를 때우며 운항에 나서 안전문제까지 낳았다.
 
여론의 질타가 쏟아지면서 당국도 움직임을 빨리 할 수밖에 없게 됐다. 아시아나항공에 15년간 기내식을 공급해온 LSG스카이셰프코리아는 지난해 8월 공정거래위원회에 아시아나항공이 거래상 지위를 남용해 부당이득을 요구했다며 제소했다. 금호홀딩스가 발행한 160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매입을 아시아나항공이 요구했으며, 배임 등의 소지가 있어 거절하자 공급계약 연장이 틀어졌다는 주장이다. 공정위는 세 차례 현장조사를 실시했으며, 아직 최종 결론은 내놓지 않은 상태다. 여기에다 기내식 협력업체 대표가 이번 대란으로 자살, 그 원인이 불공정계약에 있었던 것으로 전해지면서 공정위가 조사에 나설 수밖에 없게 됐다. 국토교통부도 이번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일부 조종사들이 기내식 없이 운항에 나선 것으로 확인되면서 항공안전법에 저촉되는지를 들여다 보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을 중심으로 항공법규 위반, 총수 일가의 갑질과 비리 등에 대한 증언과 제보가 쏟아지고 있는 점 역시 대한항공과 판박이다. 아시아나항공 운항·객실승무원, 정비기사, 일반직 직원 등은 지난 3일 밤 익명의 채팅방을 개설하고, 오는 6일 서울 광화문에서 '박삼구 회장의 갑질 및 비리'를 폭로하는 집회를 추진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은 기내식 대란으로 자살한 협력업체 대표를 추모하기 위해 검은 옷을 입고 국화꽃을 들고 나오기로 했다. 이미 단체 채팅방에는 CCC(박삼구 회장 코드명)와 관련된 각종 제보가 쇄도 중이며 언론의 관심도 집중되면서 제2의 대한항공 사태를 예고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박 회장은 기내식 대란 첫 날인 지난 1일 중국 출장길에 올랐고, 그를 태운 비행기에는 기내식도 정상적으로 공급, 지연 없이 이륙함으로써 여론의 눈총을 사야 했다. 또 업무 경험이 전혀 없는 전업주부인 딸 세진씨를 금호리조트 상무로 입사시키는 한편 이번 기내식 대란의 실무 책임자를 임원으로 승진시키는 임원인사를 단행, 사내 직원들로부터 거센 항의에 처했다. 그는 박 회장의 비서 출신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항공의 이 같은 사태 전개는 모그룹인 한진을 초토화시킨 대한항공 사태와 흡사하다. 조양호 한진 회장의 막내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컵 갑질로 촉발된 한진 사태는 이후 해외 명품 밀반입 폭로를 계기로 범죄 혐의로 비화됐다. 조 회장의 부인 이명희씨는 운전기사 등에 대한 폭언과 폭행 등 그간의 횡포가 드러나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아야 했다. 급기야 검찰과 경찰, 국세청, 관세청 등 당국이 총동원됐고 조 회장을 비롯해 이명희씨, 두 딸인 현아·현민 자매 모두 당국의 조사를 받아야 했다. 검찰은 조 회장에게 조세 포탈과 횡령 및 배임 등의 혐의로 지난 2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대한항공 전·현직 직원들은 이 같은 내부 비리를 폭로하는 용기로 총수 일가에 맞섰고, 광장에서 다시 촛불을 들며 '조양호 아웃'을 외쳤다.
 
양지윤 기자 galile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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