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금융권 노사가 주 52시간 근무 도입과 임금피크제 개편 등을 논의하는 산별교섭에서 뚜렷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금융노조 측에서는 총파업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어, 갈등 국면이 최악으로 치닫지 않을지 금융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금융노사가 지난 5월 산별교섭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금융노조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와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지난 6일 오전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실무자 회의를 갖고 임금 등 산별교섭 쟁점안을 조율했다. 이번 회의는 오는 9일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의 마지막 조정회의만을 남긴 상황에서 진행됐지만 노사간의 입장차만 확인한 채 마무리 됐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근로시간 단축 등 업무 환경 개선 자체에 대해선 노사 간 공감하는 부분이 있었지만, 세부 추진 방안을 놓고 이견이 있었다"며 "오는 9일 중노위 조정안이 나오면 이에 대한 (파업을 할지 여부) 입장을 정리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만약 산별교섭이 파행되면 금융노조는 지부 대표자 회의와 전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쳐 파업을 비롯한 쟁의행위에 들어가게 된다.
현재 금융노조는 올해 산별중앙교섭에 ▲신규인력 채용확대 의무화(청년 의무고용) ▲근로시간 52시간 초과 금지와 휴게시간 보장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추가 채용 ▲노동이사제 도입 ▲국책금융기관 자율교섭 ▲비정규직 사용 금지 ▲KPI 개선 등을 요구한 상태다.
노사 갈등의 핵심 쟁점이 된 사안은 주 52시간 근무 도입과 임금피크제다.
사측에서는 ICT나 환전, 글로벌 등 일부 직무에 대해 예외를 인정하고 유연근무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노조는 전 직군 일괄 시행을 강조하고 있어서다. 도입 시기에 있어서는 연내 도입으로 잠정 결정된 것으로 조사됐다. 당초 사측에서는 내년 1월부터 주52시간 근로제를 도입하자는 제안이 있었지만, 중노위 등에서 연내 실시하자는 데 의견이 모아졌기 때문이다. 단 예외 직무 조항에 대해선 절충이 필요하다.
허권 노조위원장은 "핵심 요구안인 노동시간 단축에 관해 연내 전 직무 시행으로 한발 물러섰지만 사측은 탄력근무제 등 유연근무제 도입 요구를 굽히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모든 직무에 주52시간을 도입하고 공백은 새로운 인력 충원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지만, 사측은 판관비 등 비용문제로 난색을 표한다는 것이다.
허 위원장은 "삶의 질 향상을 위해 가장 중요한 사항인 중식시간 동시사용과 국책금융기관의 건강 검진비 지원 등에 대해서도 사측은 수용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며 "주목적이 총파업은 아니지만, 이 같은 상황이 계속되면 파업의 가능성도 커진다"고 강조했다.
임금피크제도의 경우 사용자협의회 쪽에서 임금 인상분 일부를 임금피크제 개선에 사용하자는 제안이 나오면서 논란이 됐다. 사용자협의회 관계자는 "임금 인상 재원을 더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방안에서 제안한 것"이라고 피력했다.
이에 반해 노조는 정년을 63세로 연장하고 임금피크제 진입시점을 3년 이상 연장하도록 개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은행들의 역대 최대 수익이 예상되는데도 임금을 고작 물가상승률만큼만 올리고 그나마 그 중 일부는 임금피크제 개선에 쓰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금융노조는 올해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4.7% 임금 인상을 요구했지만, 사용자측은 1.7%를 제시한 바 있다.
이 관계자는 "사용자측에서 임원급 교섭단 회의를 가질 것으로 알고 있다"며 "노조에서도 업무집중화 제도 도입이나 PC오프를 통한 휴게시간 보장 등 절충안을 위해 노력할 것이지만 조정이 안되면 파업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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