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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중 노조, 사내하청·사무직노조 통합···노동계, 노노 연대 지지
현중 정규직·사무직·사내하청 임단협 공동 전선
조선업 불황 노조는 통합으로 돌파구 찾아…노동계 이기주의 극복한 노조 지지
2018-07-10 18:07:32 2018-07-10 18:21:57
[뉴스토마토 구태우 기자]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노조)가 사내하청노조와 일반직노조와 통합을 결정했다. 이번 결정으로 현대중공업은 3개의 노조에서 단일 노조 체제로 전환됐다. 이른바 1사 1노조 형태다. 기업별 노조 형태가 일반적인 노동계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노조는 10일 보도자료를 내고, 노조간 통합절차를 마쳤다고 발표했다. 노조는 이번 통합을 위해 지난 9일 임시대의원대회를 열었다. 노조는 대의원대회에서 '현대중공업지부 조직확대 시행규칙'을 안건으로 상정했다. 전체 대의원 133명 중 129명이 대의원대회에 참석해 53.4%(69명)가 통합에 찬성했다. 노조가 지난해 9월 대의원대회에서 노조 규약을 개정한 지 10개월 만에 통합 절차가 마무리됐다. 노조는 사무직과 사내하청 조합원에게 선거권을 준다. 노사 임단협 때 공동요구안을 마련해 회사에 요구할 방침이다. 
 
 
노조의 이번 통합으로 현대중공업 노사관계는 물론, 노동계에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노조가 사내하청지회와 일반직지회를 껴안은 건 전략적 판단이 크게 작용했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조선업 불황으로 임단협을 하면서 매년 상당한 진통을 겪었다. 현대중공업은 수주 절벽으로 직영 노동자(현대중공업 정규직)의 처우개선이 어려운 상황이다.
 
급기야 지난해 노사 갈등은 극에 달했다. 지난해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가 가동을 중단했고, 울산조선소의 직영 노동자는 교육과 유급 순환휴직이 이어졌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현대중공업이 4개사(현대중공업·현대중공업지주·현대건설기계·현대일렉트릭)로 분사됐다. 이 과정에서 노조의 교섭력과 조직력도 크게 떨어졌다. 노조는 지난 1월 2016년·2017년 임단협을 가까스로 타결했다. 앞서 조합원 53.4%는 노조 집행부와 회사가 체결한 잠정합의안을 반대했다. 노사는 부결 후 잠정합의문을 다시 체결해 가까스로 조합원의 반대 여론을 넘을 수 있었다. 일련의 과정이 노조 집행부에 적잖은 상처를 남긴 셈이었다. 
 
직영·사무직·사내하청 노동자까지 노조 울타리 안에 들어가면서 노조의 투쟁력을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노조가 파업을 할 경우 조합원의 파업 참여가 저조했다. 앞으로 파업 참여 인원이 늘어 파업 효과는 커질 전망이다. 노조 내부의 반대 여론을 설득하는 건 남은 과제 중 하나다. 이번 통합안은 과반을 가까스로 넘겨 통과됐다. 반대표를 던진 대의원도 60명에 달했다. 
 
노조는 사내하청과 사무직 직원의 고용불안을 해결해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사내하청업체가 노동자의 상여금을 체불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무직과 사내하청 조합원의 요구가 반영되지 않을 경우 노조 내부의 불협화음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이번 결정이 노사 임단협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 매년 난항을 거듭한 노사 임단협은 실타래가 더 꼬일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중공업이 노조의 파업 등 쟁의행위에 버티기로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노조 관계자는 "현중이라는 한 울타리에서 같이 일하는 노동자들이 함께 투쟁해 일자리를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노동계는 이번 결정을 긍정적으로 내다 봤다. 노동운동의 측면에서 원청이 사내하청·사무직을 끌어안았기 때문이다. 노조간 분열보다 통합을 택한 것으로 노동운동의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금속노조 기아차지부는 지난해 4월 사내하청지회를 노조에서 제외해 거센 비난을 받았다. 조합원 71%가 비정규직 노조 분리에 동의했다. 정규직 노조의 이기주의라는 비판이 노동계 안팎에서 나왔다. 
 
갈등의 발단은 사내하청 노동자가 법원에서 불법파견 판정을 받으면서 시작됐다. 노조 내부에서 직접고용 규모와 방식을 두고 이견이 생겼다. 2016년 지부는 사내하청 노동자 1049명을 일부 선별 채용하기로 회사와 합의했다. 지회 조합원은 특별채용에 반대 의견을 나타냈다. 투쟁방식을 두고 노조 내부에서 이견도 벌어졌다. 노조 내부의 갈등이 커지자, 지회를 지부에서 몰아내기로 결정했다. 지부의 '1사 1노조 체제'가 무너진 셈이다. 이 체제는 법원의 불법파견 판결을 이끌어 내고, 사내하청 노동자의 노조 설립에 주요한 역할을 했다. 
 
노동계는 현대중공업 노조의 이번 결정이 다른 기업별 노조로 확대될지 관심을 갖고 있다. 이른바 제조업의 대공장 노조는 사내하청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일부 공정은 원청이 아닌 하청업체가 도맡아 하는 구조다. 이렇다 보니 원청과 사내하청 노동자가 동종 유사업무를 하는 경우도 처우가 벌어졌다. 같은 공장에서 일하지만,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양극화가 생긴 이유다. 노조는 사용자가 다르다는 이유로 하청업체의 처우에 무관심했다. 사용자는 임단협에서 하청업체 노동자의 처우에 관여할 경우 불법파견 논란에 휘말릴 수 있어 이를 경계했다. 원·하청 노조가 통합하면, 임단협에서 이 같은 일은 상당히 해소된다. 노동계가 현대중공업 노조의 통합을 지지하는 이유다.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고용형태와 상관없이 노동자가 단결한 건 박수 받을 일"이라며 "앞으로 사내하청의 처우가 개선되고 차별이 사라질 수 있게 노조가 지속적인 노력을 해야한다"고 주문했다.
 
구태우 기자 goodt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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