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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첫 공동집회 "조양호·박삼구 아웃"
분노한 양대 항공사 직원 청와대에서 첫번째 공동집회 열어
무더위 속 200여명 모여…갑질로 회사 이미지 추락시킨 총수일가 비판 쏟아져
2018-07-14 21:44:47 2018-07-14 21:44:47
[뉴스토마토 구태우 기자] "조양호는 퇴진하라! 박삼구는 집에 가라!"
 
14일 오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총수 일가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청와대 인근에 울렸다. 양대 항공사 총수 일가 갑질에 분노한 직원 200여명은 이날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첫 번째 공동집회 'KE OZI는 갑질 격파 페스티발'을 열었다.
 
직원들은 '침묵하지 말자', 'I ♥ 아시아나' 등의 플래카드를 저마다 손에 들었다. 섭씨 31도를 넘는 무더위에도 경영진에 대한 비판은 힘이 있었다. "대한항공 힘내라. 아시아나항공 힘내라"고 외치며 서로를 격려하기도 했다. 이날 집회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아시아나항공노조가 주최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노조가 14일 청와대 인근에서 첫 공동집회를 열었다. 사진/뉴시스
 
 
국내 양대 국적항공사인 두 곳은 올해 총수 일가의 갑질 논란으로 국민적 공분을 샀다. 대한항공은 조양호 회장 일가의 폭언·폭행, 사치품 밀반입 논란 등이 불거졌다. 아시아나항공은 이번 기내식 대란으로 박삼 회장의 경영 실패가 도마에 올랐다. 박 회장에게 과잉 의전을 하기 위해, 여성 객실승무원을 동원한 사실도 알려졌다.
 
양대 항공사 직원들은 이날 집회에서 갑질 경험을 폭로했다. 대한항공 정비사는 회사의 부당한 전보를 지적했다. 직원 의사를 묻지 않고 지방으로 전보를 냈다고 비판했다. 본인을 '윤폭탄'이라고 소개한 대한항공 정비사는 "촛불집회에 참여했는데, 이후 회사 관리자가 면담을 요구했고, 직후 지방으로 발령받았다"며 "인사권을 무기로 갑질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갑질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동료들이 한걸음을 내딛자"고 독려했다. 
 
심규덕 아시아나항공노조 위원장은 "30년째 회사를 다니고 있는데, 회사는 매년 경영정상화 태스크포스를 꾸렸다"며 "박삼구 회장이 (이익을)가져갔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혜진 노조 지상여객서비스지부장은 "기내식 대란, 정비 불량, 출발 지연, 협력업체 갑질 등 모든 문제의 끝에는 박 회장이 있다"며 "회장님이 무리하게 경영해 실패하고, 미안함과 무안함은 직원 몫인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문 지부장은 아시아나항공의 협력업체 케이에이 소속이다. 업체는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이 설립했다. 최근 불법파견 의혹에 휩싸였다. 
 
총수 일가를 구속하자는 구호도 나왔다. 직원들은 현행법 위반 의혹을 받고 있는 조 회장을 비롯해 박 회장을 구속하자고 제안했다. 조 회장 등 일가는 구속영장이 수차례 청구됐지만, 모두 기각됐다. 직원들은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을 규탄했다. 대한항공 한 직원은 "상습적으로 조세를 포탈하고, 밀수를 했는데 모두 증거가 불충분하냐"며 "증거인멸의 염려가 없어 불구속인지 증거인멸을 위한 불구속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직원들은 "조양호도 박삼구도 감옥가라"고 외쳤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노조가 14일 오후 청와대 인근에서 첫 공동집회를 열었다. 사진/뉴시스
 
양대 항공사의 민주노총 소속 노조는 직원의 노조 가입을 독려했다. 최근 대한항공직원연대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에 가입했다. 조양호 일가의 갑질 사태로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 모인 직원들이 노조를 설립한 것이다. 노조 명칭은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다. 양대 항공사 노조가 총수 일가 퇴진을 핵심으로 요구하는 만큼 경영진 퇴진 운동은 지속될 전망이다.  
 
인피니트라고 본인을 소개한 대한항공 승무원은 "총수 일가 때문에 너무 불행하게 직장생활을 했다. 직원의 목소리가 너무 탄압됐다"며 "사우의 힘이 너무 필요한데, 노조에 가입해 같이 목소리를 내자"고 말했다. 이 승무원은 발언을 마친 뒤 하얀 가면을 벗어 신분을 공개했다. 그는 "노조에 가입한 만큼 불이익이 두렵지 않다. 두려워하지 말고 싸우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권수정 서울시의회 의원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정상화하기 위한 싸움은 절대 짧지 않을 것"이라며 "정말 힘들고, 어려워도 직원들 한 명 한 명 설득해 회사를 정상화하자"고 강조했다. 권 의원은 아시아나항공 승무원 출신으로 이번 지방선거에 시의원으로 당선됐다. 
 
집회에 참석한 직원들은 이번 사태와 관련한 소망을 손글씨로 썼다. 그리고 종이비행기를 접었다. 아시아나항공 직원은 갈색 종이비행기를, 대한항공 직원은 하늘색 종이비행기를 접어 날렸다. 각 사의 유니폼 상징색이다. 대한항공 직원은 "우리나라는 법치 국가입니다. 법의 정의가 회사에서 실현되길 바란다"고 종이에 썼다. 아시아나항공 직원은 "대기업 부패를 꼭 근절해야 한다. 국민들이 부끄럽지 않게 문재인 대통령이 나서달라"고 적었다. 
 
한편 이날 직원들은 2시간가량 집회를 이어갔다. 직원들은 양대 항공사 경영진을 함께 비판하고, 서로를 격려했다. 직원들은 평화롭게 집회를 진행한 뒤 현장을 청소하고 돌아갔다. 
 
구태우 기자 goodt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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