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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책임)성차별 해소가 저출산 대책의 핵심
세계 인구의 날 맞아 돌아본 저출산 대책은
한국, 세계에서 유일한 합계출산율 ‘0’대 진입 국가
2018-07-16 08:00:10 2018-07-16 08:00:10
지난 11일은 '세계 인구의 날'이다. UN개발계획(UNDP)이 전 세계 인구가 50억명이 넘은 것을 기념하기 위해 제정했다. 1989년에 50억명을 넘은 세계 인구는 2017년 말을 기준으로 76억명을 넘어선 상태로 추정된다. 유엔은 2030년 세계 인구가 83억~86억명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일부 국가의 인구 성장과 나머지 국가가 마주하는 고령화
인구의 폭발적인 증가현상은 전세계에서 모두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폭발적인 인구 성장은 세계의 수많은 국가 중 일부에서만 나타나고 있다. 2017년부터 2050년 사이 전 세계의 인구 성장을 이끌 9개 국가는 인도, 나이지리아, 콩고민주공화국, 파키스탄, 에티오피아, 탄자니아공화국, 미국, 우간다, 인도네시아이다. 이 9개 국가의 인구 증가분이 해당 기간 전 세계 인구 증가의 절반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국가의 폭발적인 인구 성장세와는 대조적으로 대다수의 국가들은 저출산으로 생산인구 감소와 그로 인한 고령화의 문제를 마주하고 있다. 한국과 유럽의 많은 국가들이 이에 해당한다. 이 국가들은 출산율이 2명 이하로, 국가를 유지할 수 없는 수준이다. 출산율이 낮아지면서 생산 인구는 감소하는 반면에, 사망률은 감소하고 있어 국가의 노령화 역시 심각한 수준이다.
 
한국은 저출산 문제를 마주하고 있는 국가들 중 하나이다. 한국의 출산율은 매해 최저를 기록하며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한국의 출산율은 2015년 11월에 3.4% 증가한 것을 마지막으로 계속 감소하는 추이를 보인다. 2016년 한국에서는 40만6300명이 태어나면서 역대 가장 적은 신생아가 태어났다. 2017년에는 신생아 수가 36만명에 그쳤다고 보건복지부와 통계청은 발표했다. 심지어 2017년 12월에는 출생자의 수가 사망자의 수보다 작아 인구가 자연 감소하는 현상마저 일어났다. 2018년에 한국의 인구 감소가 시작된다는 전망도 존재한다. 우리나라의 연 출생아 수는 인구학자들 사이에서 심리적 저지선으로 여겨지는 30만명대에 진입했다.
 
우리나라의 출생아의 수는 통계청의 예측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감소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봤을 때에도 출산율 감소의 속도가 매우 빠른 편이다. 출생아가 감소하는 속도는 점점 빨라져서 2040년에는 연간 20만명 대의 아이들이 태어날 것으로 통계청은 예측하고 있다. 한국은 통계로 예측한 수치보다 훨씬 더 적은 아이들이 태어나며 저출산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심지어 전문가들은 1980년대와 90년대의 여아 낙태로 인한 가임 여성수의 감소로 5년 안에 출생아가 30만명보다 적게 태어날 것이라 예측한다. 통계청은 올해 한국의 출산율이 1명 미만이 될 것으로 추정했다. 출산율이 1.0명 아래인 국가는 전 세계에서 한국이 유일하다.
 
저출산 해결을 위한 정부의 대책
지난 4일 저출산위원회는 “일하며 아이키우기 행복한 나라를 위한 핵심과제”를 발표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처음으로 나온 저출산 대책이다. 이번 대책은 박근혜 정부가 만든 3차 저출산고령사회대책을 보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정부는 “기존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그 동안 진행해왔던 출산율 목표 중심 국가 주도 정책에서 개인의 삶의 방식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수정하겠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이번 대책은 기존 정책보다 발전됐다고 평가받는다. 우선 여성들을 '출산 기계'로 본다는 지적을 받았던 출산율 수치 목표를 없앴다. “출산율을 몇 명으로 올리겠다”라는 수치적인 목표 대신에 주거복지', '워라밸', '차별 해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정부는 기존에 만들어져 있는 정책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범위를 확대하여 활용도를 높이는 것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는 '모든 출생이 존중받는 여건'을 만들겠다는 말로 확인할 수 있다. 정부는 정책의 핵심과제를 '2040 세대 삶의 질 개선 정책으로 전환하는 첫 걸음'이라 설명했다. 출산율 그 자체를 위한 정책이기 전에 '삶의 질'을 높이고 이후에 출산율의 상승을 기대하겠다는 의미이다.
 
정책의 핵심은 '보조금'이다. 저출산을 해결하기 위해 지급되는 출산 지원금과 병원비 등의 액수, 보장범위, 기간을 늘려 더 많은 사람들이 더 큰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일례로, 그 동안 고용보험에 가입되어있지 않고 이른바 '특수고용직'으로 분류되던 학습지 교사나 자영업자 등에게도 출산 지원금이 지급될 예정이다. 또한 1세 미만 아동은 병원비를 사실상 0원이 들도록 보조금의 액수와 사용 기간을 늘릴 계획이다. 아동의 병원비에 대해 건강보험의 보장 범위를 늘리는 것을 우선으로 한다. 그리고 나머지 금액은 정부가 지원하는 '국민행복카드'를 통해 지불할 수 있게 만들 예정이다.
 
정부는 이번 정책에서 모든 출생이 존중받는 여건을 만들겠다고 말했기 때문에 이에 발맞추어 한부모 가족에 대해서도 기존 13만원에서 17만원으로 지원금을 늘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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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휴직을 늘리는 것 역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제시되었다. 여성들의 경력단절을 막기 위해서 육아휴직을 사용한 이후에도 최대 2년간 근로시간을 단축할 수 있도록 추진하고 동시에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 역시 장려하도록 부모가 동시에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게 만들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육아휴직을 사용한 아후에도 만 8세 이하의 자녀를 둔 부모는 임금 삭감 없이 하루에 1~5시간 근무 시간을 줄일 수 있다. 또한 하루 한 시간에 대해서 정부가 통상임금의 100%를 보장한다. 지금까지 육아휴직을 사용한 상태라면 근무 시간을 줄일 수 없었고, 줄인 근무시간에 대한 임금 역시 80%까지밖에 보장되지 않았다. 이번 대책을 통해 육아휴직의 활용도가 올라갈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남성의 유급출산 휴가를 3일에서 10일로 올리고, 휴가 사용기간도 90일 이내로 늘릴 계획이다. 남성이 육아휴직을 분할해서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높은 주거비가 아이를 낳는 데 부담이 된다는 점을 고려하여 신혼부부를 위한 주거 지원이 확대된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신혼희망타운' 아파트를 2022년까지 총 10만가구 공급할 예정이다. 결혼하지 않은 채 아이를 키우는 싱글맘 혹은 싱글대디에게도 신혼부부와 같은 자격을 주어 모든 출산이 존중받는 여건을 만들겠다는 정부의 정책 기조와 발맞추고 있다.
 
결혼을 망설이는 청년들에게도 임대주택과 금융지원의 혜택을 늘리고, 신혼부부뿐 아니라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청년들에게도 주거지원이 시작된다. 우대형 청약통장을 만들어 청년들이 결혼을 망설이지 않도록 지원한다는 것이다.
 
2017년 국토연구원이 조사한 1인 청년가구 주거실태에서 0점부터 100점까지 주거비 부담이 미치는 영향을 평가한 결과, 결혼, 출산·양육이 각각 83.1점, 86.7점으로 높은 점수가 나왔다. 주거비에 대한 부담이 청년들이 결혼과 출산을 하지 않는 데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의미한다. 앞으로 정부에서 신혼부부뿐 아니라 청년들에 대한 주거 지원이 강화된다면 출산율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정부 대책의 실효성은?
새 정책이 이전 정부의 출산대책보다는 진일보했지만, '2040 세대 삶의 질 개선 정책으로 전환하는 첫걸음'과 '패러다임 전환'이라는 정부의 주장과는 동떨어졌다는 지적이 대부분이다. 기존 저출산 정책이 보조금을 주는 것에 집중했고, 이번 정부 역시 보조금의 지원 대상과 금액을 늘리는 수준의 대책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주거지원 역시 기존 정책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가 대다수다.
 
육아휴직을 쓸 수 있는 기간 역시 중요하지만 선행되어야 할 것은 사회적인 인식이라는 지적이 있다. 육아휴직이나 단축근로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기업이나, 이로 인한 인사고과의 보복을 막지 않는 한 무작정 기간을 늘리는 것은 의미가 없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2016년 7월12일 발표한 '취업여성의 일·가정 양립 실태와 정책적 함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 이후 직장인 여성들의 출산휴가 사용을 분석한 결과 41.1%만이 출산휴가를 사용했다. 공무원, 정부기관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각각 75%, 66.7% 출산휴가를 사용했지만 일반 회사에 다니는 사람들은 34.5%만이 출산 후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또한 출산휴가를 사용하는 남성 역시 그 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 부처에서조차 2017년 기준 3%의 남성만이 출산휴가를 사용하고 있다.
 
여성들의 경력단절을 해결할 수 있는 대책 역시 부족하다. 여전히 많은 여성들이 아이를 낳은 후 직장을 그만두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첫째 아이를 출산한 기혼 여성 두 명 중 한 명은 여전히 일을 그만두는 상태이다. 직업별로 이 차이는 두드러진다. 공무원과 교사는 전체의 11.2%만이 일을 관두지만, 일반 기업에서는 49.8%의 여성들이 출산 후 일을 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비정규직 여성에서는 전체의 71%가 일을 더 이상 하지 못하고 있다. 여성들이 비혼을 선택하려는 이유 중 하나를 경력단절로 지목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려는 정책적인 노력 없이는 출산율을 올릴 수 없다.
 
 
성평등 관점에 기반한 대책…출산율의 반등 요소
저출산위원회는 “출산율 반등에 성공한 유럽에서, '여성의 경제활동 확대와 사적양육부담 감소'가 출산율을 상승시키는 성공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저출산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제시된 OECD 20개국 출산율 결정 요인에 관한 자료에서도, 여성경제활동참가율이 높을수록, 성별 임금격차가 작을수록 출산율이 증가한다. 올해 저출산위원회에서 대안으로 제시한 보조금 지급과 육아휴직 기간보다 근본적인 대안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성가족부의 정현백 장관 역시 “가사 돌봄은 여성의 몫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가정에서의 독박육아뿐 아니라 직장에서 성평등한 문화를 확산해야 여성들이 일을 하면서 아이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성평등 문화 정착에 따라 출산율 반등에 성공한 대표적인 국가는 스웨덴이다. 스웨덴은 출산율이 1970년대 약 1.5명에서 최근 1.9명으로 상승했다. 현재 스웨덴은 세계에서 출산율이 높은 국가에 속한다. 전문가들은 스웨덴의 저출산 정책이 성평등 관점에서 만들어졌다는 점을 출산율 상승의 원인으로 꼽는다.
 
스웨덴은 세계에서 처음으로 부모 모두 사용할 수 있는 육아휴직제도를 도입했으며, 1990년까지 여성의 노동시장 진출 비율을 70%까지 높였다. 자녀가 8살이 되기 전에 쓸 수 있는 480일의 유급 육아휴직에서 90일은 아빠가 쓰지 않으면 소멸한다. 한국에서 남성의 육아휴직이 선택이라면 스웨덴에서는 당연히 해야 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2017년 3월에 진행된 '저출산 문제 해결 방안 논의를 위한 주한대사 초청 오찬간담회'에서 노르웨이의 얀 그레브스타 대사는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한 남성의 가사활동 참여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노르웨이는 1.8명의 높은 출산율을 보이고 있으며 유럽 국가들 중 높은 수치이다. 독일의 슈테판 아우어 대사 역시 비슷한 정책을 통해 15년만에 독일 출생아 수 최고치를 기록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출산율 반등을 위해서는 현재의 대증요법보다 성평등 관점의 전반적이고 중장기적인 정책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것을 유럽을 사례는 보여준다. 한국CSR연구소 안치용 소장은 “사회 전반의 남녀평등 실현은 물론 ‘독박육아’와 경력단절 등 출산과 결부된 성차별이 해소되고 여성이 동등한 인간으로 대접받는 사회라는 인식을 자리 잡게 하는 것이 저출산 대책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작년 7월11일 세계 인구의 날을 맞아 충북 충주시청 광장에서 한 자녀 더 갖기 운동의 의미를 되새기고 올해 가을 충주에서 열리는 전국체전과 전국장애인체전 성공 개최를 기원하는 플래시몹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사진/충주시
 
정재인 KSRN기자
편집 KSRN집행위원회(www.ksr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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