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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발 물러선 국민연금…스튜어드십코드 경영 참여 방안 제외
'기업경영 간섭' 논란 의식…제반 여건 마련되면 재검토
2018-07-17 17:21:36 2018-07-17 17:24:55
[뉴스토마토 전보규 기자] 정부의 스튜어드십코드 방안이 당초 예상에서 한발 물러섰다. 경영 간섭 논란을 의식해 사외이사 추천이나 의결권 위임장 대결 등 경영진을 견제할 수 있는 내용들은 방안에서 제외됐다.
 
17일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은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 불스홀에서 '국민연금기금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방안(안) 공청회'를 개최했다.
 
국민연금은 주주권부터 우선 행사하고 경영 참여는 제반 여건이 마련된 뒤 도입 여부를 재검토하는 것을 기본 방향으로 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기업 경영간섭 우려와 기금 운용상 제약 등을 고려한 결정이라는 설명이다. 경영참여 주주권 행사 시에는 지분 변동에 따른 수시공시와 단기매매차익 반환 의무가 발생한다.
 
이에 따라 ▲사외이사 추천 및 주주제안 ▲의결권 위임장 대결 등 경영진을 견제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방안은 빠졌다.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위한 연구용역 결과 보고서에는 포함됐던 내용이다.
 
아울러 과도한 영향력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위탁운용사에 의결권 행사도 위임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투자일임업자의 의결권 위임행사를 허용하는 내용의 시행령 개정을 진행 중이다.
 
최경일 보건복지부 국민연금재정과장은 "경영진의 기업·주주가치 훼손 행위가 계속되는 것을 방지·개선하려면 경영참여 주주권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정부가 국민연금을 동원해 기업경영에 간섭한다는 우려가 있어 경영 참여에 해당하지 않는 주주권부터 행사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주주권 행사는 순차적 단계별로 수행할 계획이다. 우선 올해 하반기에는 배당 관련 주주 활동을 확대하고 의결권 행사 결정 내역을 주주총회 전에 공시하기로 했다. 주주대표소송 등의 소송 근거도 마련해 시행할 계획이다. 대한항공처럼 기업가치를 훼손하는 일이 발생하면 비공개 대화를 추진하되 사안에 따라 공개서한 발송 등의 공개 활동을 하고 의결권 행사 연계도 추진한다.
 
내년부터는 횡령·배임, 경영진 일가의 사익편취 행위 등 기금수익이나 주주가치 등과 밀접한 문제를 중점관리사안으로 선정하고 이들 기업에 대한 비공개 대화에 나선다. 이사회 구성·운영 등에 관한 일반원칙도 마련한다. 2020년에는 비공개 대화에도 개선 여지가 없는 기업은 중점관리기업으로 선정하고 상황에 따라 명단을 공개하기로 했다.
 
위탁운용사 선정·평가 시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및 이행 여부에 대한 가점도 부여한다. 위탁운용사도 의결권 행사 등 충실한 수탁자 책임 활동을 유도하려는 조치다.
 
독립적이고 투명한 주주 활동을 위해 정부 인사가 배제된 '수탁자 책임 전문위원회'도 설치하기로 했다. 전문위는 기존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를 확대 개편한 것으로 주주권 행사와 책임투자 관련 주요 사항에 대해 검토·결정하는 역할을 한다.
  
 
최경일 보건복지부 국민연금재정과장이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국민연금기금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방안 공청회'에서 도입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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