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진보지식인 323인 "문재인정부, 사회·경제 개혁 포기 우려"
"과거 정책은 달콤한 마약"…청 인적쇄신·재벌개혁 요구
2018-07-18 18:08:06 2018-07-18 18:08:06
[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진보성향 지식인 323명이 18일 “문재인정부의 사회·경제개혁 포기를 우려한다”며 적극적인 개혁정책을 촉구하는 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촛불정부의 소임을 다하라”면서 ▲청와대·내각 인적쇄신 ▲재벌체제 적폐 청산 ▲부동산 세제 과감한 개편 등을 요구했다.
 
‘지식인 선언 네트워크’는 이날 오전 서울 마포 경의선 공유지 기린캐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문재인정부의 담대한 사회경제 개혁을 촉구하는 지식인 선언’을 발표했다. 선언에는 이병천 강원대 명예교수, 김태동 성균관대 명예교수, 전강수 대구카톨릭대 교수 등 32명의 발기인을 포함해 총 323명이 이름을 올렸다.
 
네트워크는 성명서에서 “우리는 문재인정부가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를 내용으로 하는 ‘세 바퀴 경제’를 경제정책의 기조로 내걸고, 그 첫걸음으로 최저임금 인상을 추진했을 때 큰 기대를 걸었다”며 “그러나 재벌개혁 관련 핵심 법안의 제·개정에서는 거의 성과가 없고, 골목상권을 살리는 정책과 건물주의 ‘갑질’을 방지할 방안은 시행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가 미적거리는 바람에 마치 최저임금 인상이 영세 자영업자의 경영 부진과 일자리 소멸의 주범인 양 호도되고, 그로 인한 경제적 약자들 간의 갈등이 부각됐다”고 비판했다.
 
또 ‘부동산 불로소득’ 문제를 우리사회의 불평등한 경제구조 원인으로 진단하고 “부동산공화국을 해체하지 않고선 대한민국에 미래는 없다. 가장 강력하고 적절한 정책수단은 부동산 보유세를 강화해 불로소득을 차단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최종 발표한 권고안은 세수효과가 1.1조원밖에 안 되는 ‘찔끔 증세’에 불과했다. 서민·중산층이 아니라 부동산 부자를 안심시키는 정부의 개편안은 도무지 납득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재벌개혁 문제를 놓고는 “문재인정부가 경제 관료들의 재벌 봐주기를 수수방관하고 있다. 개혁에 저항하는 금융위원회 관료를 옹호하면서 결과적으로 재벌개혁을 지연시켜 왔다”고 주장했다. 특히 “문 대통령이 국정농단 사건으로 재판 중에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나 일자리를 부탁하는 장면을 지켜본 국민들의 실망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집권 1년 2개월을 지나면서 문재인정부는 경제개혁 청사진을 갖고 있지 않을뿐더러 개혁의지도 박약하다는 것이 드러났다”며 “정권 실세들이 한반도 평화무드에 취해 뿌리 깊은 적폐구조는 좀처럼 건드리지 않은 채 약간의 인적 청산과 ‘개혁 시늉’만으로 다음 총선과 대선을 대비하는 것이 아닌지 심히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일침했다. 그러면서 “제도적 적폐 청산을 제대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청와대 핵심 부서에 개혁을 올바로 추진할 마인드와 실력을 가진 인물들을 대거 포진시켜야 한다”며 “아무리 그럴싸한 감언이설과 경고로 대통령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해도 구태에 젖은 경제 관료들이 개혁을 이루어 내리라 기대하는 것은 착각”이라고 주장했다.
 
네트워크는 “구태에 찌든 경제정책은 결코 정의로운 나라도, 새로운 성장 동력도 가져다주지 못함을 알아야 한다”며 “대통령부터 과거 정책이 주는 달콤한 마약을 거부해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네트워크 관계자는 “문재인정부가 최근 사회경제개혁을 포기하고 과거 회귀적인 행보를 보여서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며 “정부의 성공을 바라며 웬만한 잘못에 대해서는 양해해 왔던 우리 지식인들은 문재인정부가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고 판단해 ‘촛불정부’의 소임을 다하기를 촉구하는 선언을 발표하게 됐다”고 단체행동의 배경을 설명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구체적인 내용은 잘 모르겠다면서도 “그 분들의 의견에 귀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진보 성향 지식인들이 18일 서울 마포구 경의선 공유지 내 기린캐슬에서 ‘문재인정부의 담대한 사회경제개혁을 촉구하는 지식인 선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지식인선언네트워크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