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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리포트 '매수 일색' 여전…상반기 매도 의견 '0건'
매도 리포트 활성화 방침 무색…'목표가 하향'으로 매도 대체
2018-07-20 08:00:00 2018-07-20 08:00:00
[뉴스토마토 신송희 기자] 국내 증권사의 투자의견 ‘매수 일색’ 현상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사 연구원들이 과감히 매도의견을 내놓도록 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은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태다. ‘투자의견 비율 공시제’는 3년째, ‘목표주가 괴리율 공시제’는 시행 1년이 다 돼가는 상황에서 별다른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19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증권사의 기업분석 보고서 발간수는 총 8346개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매수’ 의견을 내놓은 리포트는 총 6830개로 전체의 81.84%를 차지했다. 이어 ‘투자의견 없음’이 10.14%를 기록했고, 중립(7.63%), 강력매수(0.34%), 비중축소(0.06%) 등의 순이었다. '매도' 의견의 리포트는 한 건도 없었다.
 
이는 작년 상반기와 비슷한 수준이다. 지난해 상반기의 경우에도 매수 비중이 80%를 차지했으며 중립과 투자의견 없음이 각각 9%대로 집계됐다. ‘매도’ 의견은 작년 상반기에도 전혀 없었다.
 
"매도 의견 제시, 여전히 부담스러워"
 
금융당국은 이같은 ‘매수 일색’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두 차례에 걸쳐 제도를 마련했지만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15년 증권사가 투자의견을 매수·중립·매도로 구분해 그 비율을 공시하도록 한 '투자의견 비율 공시제'를 시행했다. 이어 지난해 9월 금융당국이 증권사 보고서의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목표주가와 실제주가의 괴리율을 공시하도록 '목표주가 괴리율 공시제도'를 추가로 도입했다. 이 제도에서는 증권사 리포트에 목표주가와 실제주가의 괴리율을 공시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증권사에서 리포트를 통해 공개적으로 ‘매도’ 의견을 제시하긴 어렵다는 게 현실이다.
 
익명의 한 증권사 연구원은 “매도 의견을 낸 것도 아니고 그저 리포트 내용이 부정적이었다는 이유 때문에 관련 기업의 주가가 하락한 적이 있다”며 “이후 회사 전화는 물론 메일까지 투자자들의 항의가 몰려들면서 업무를 할 수 없는 상황까지 겪었다”고 언급했다. 또 다른 증권사 연구원 역시 “회사 상황에 대해 가감없이 리포트에 담았다가는 해당 기업은 물론 투자자들의 원성을 들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제도적으로 매도 비율을 높이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 관계자는 “기계적으로 매도의견 비율을 늘리게 될 경우 상대적으로 시가총액 규모가 작거나 매도해도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이는 기업이 희생양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귀띔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 증권사 연구원들은 목표주가를 하향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 팀장은 “매도 의견에 대한 반발이 심하다 보니 목표가 하향으로라도 의견을 제시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외국 증권사 '매도'에 흔들리는 증시
 
이런 가운데 해외 증권사 리포트가 가지는 파괴력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달 초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은 신라호텔에 대해 “업종 경쟁이 심화돼 순이익 증가세가 둔화될 수도 있다”며 투자의견 ‘매도’를 제시했다. 목표주가 역시 기존 14만4000원에서 8만9000원으로 낮췄다.
 
리포트가 나온 당일 호텔신라의 주가는 11% 넘게 하락했다. 같은 시기 국내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는 호텔신라에 대해 2분기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이 예상된다며 목표주가를 상향했던 만큼 투자자들의 혼란은 컸다.
 
외국계 증권사의 매도 리포트에 주가가 흔들리는 사례는 이외에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셀트리온도 같은 경우다. 올해 초 도이치증권은 바이오기업의 가장 민감한 부분인 연구개발(R&D) 비용의 회계처리 문제를 언급하며 셀트리온에 매도 의견을 제시했다. 당시 셀트리온은 9% 가량 주가가 하락했다.
 
이처럼 외국계 증권사들의 가감 없는 매도 리포트는 수치에서도 확연히 나타난다. 도이치증권을 비롯해 노무라금융투자, 모간리스탠리인터내셔날증권 등 외국계 증권사의 매도 비율은 최소 3%에서 최대 30%까지 나타난다. 국내 증권사의 매도 비중이 0%대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공매도가 활성화 돼 있어서 매도 의견에도 수익을 내는 경우가 있다”며 “국내는 공매도가 활성화 돼 있지도 않고 매도 의견에 대한 인식 자체가 상당히 부정적이다”고 지적했다.
 
국내 증권사의 투자의견 ‘매수 일색’ 현상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사 연구원이 과감히 매도의견을 내놓도록 하겠다는 정부의 그간 제도 시행은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태다. 사진은 한 투자자가 주식 전광판을 가리키는 모습. 사진/뉴시스
신송희 기자 shw1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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