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명석의 재계시각)‘협력이익공유제’ 과연 최선일까?
세계적 흐름 외면한 대기업 이익 나누기, 중기 자생에 역효과
입력 : 2018-07-22 15:47:30 수정 : 2018-07-22 15:47:30
[뉴스토마토 채명석 기자] 애플의 스마트폰 ‘아이폰’ 판매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한국을 비롯한 일본 부품업체들이 타격을 받고 있다. 그런데, 부품업체들이 공급량 축소보다 더욱 두려워하는 게 있다고 한다. 애플이 부품 공급선을 중국과 동남아시아 등에 소재한 다른 기업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글로벌 소싱을 하는 애플은 하나의 부품에 A사와 B사를 비교해 저렴한 가격에 높은 품질 갖춘 제품 만드는 회사를 선택한다. A사가 부합하면 B사를 버리고, 이후 다시 C사를 붙여 A사에 경쟁시킨다. 완제품 생산도 외주사에 맡기 때문에 생산원가를 더 떨어뜨릴 수 있다. 아이폰 판매가 줄어도 애플이 막대한 영업이익을 낼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다. 애플은 올해 1~3월 기간 동안 26.0%에 달하는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반면, 아이폰을 위탁생산하는 대만 홍하이 정밀공업(폭스콘)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애플의 6분의 1도 안 되는 4% 수준이다. 그런데 이 4%의 영업이익률이 아이폰을 생산한 덕분에 제조전문 서비스산업(EMS) 기업 치고는 좋은 편이라고 한다.
 
지난 2016년 11월 11일 삼성전자 주요 협력사인 대덕전자 사업장 환경 안전 관리를 목표로 1년 가까이 동고동락해온 양사 EHS 모델화 프로젝트 TF 구성원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와 LG전자도 글로벌 소싱을 한다. 부품은 물론 완제품 생산도 외주로 돌리는 게 가격경쟁에 대응하고 최소 투자로 최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하지만 애플처럼 100%를 하지 않는다. 못 한다는 게 더 적절한 표현이다. 해외 부품 의존도를 낮추고, 국내 제조업 기반을 함께 지켜나가야 한다는 명분 때문이다. 아이폰에 비해 삼성전자와 LG전자 스마트폰 생산원가가 높아 영업이익률도 떨어지는 원인 가운데 하나다. 1분기 삼성전자의 IM 부문 영업이익률은 13.3%, LG전자 MC사업본부는 적자였다.
 
양사는 어떻게 해서든 생산원가를 떨어뜨려야 하지만 이 명분 때문에 한계가 있다고 하소연한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국내 협력사로부터 100원에 사오는 부품이 있다고 하자. 중국업체들은 이와 동일한 성능의 제품을 80원에 팔겠다고 한다. 그래도 그들은 이익이 남는단다. 20원은 국내 협력사가 도저히 맞출 수 없는 차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래서 두 회사는 협력사들에게 90원까지 공급가를 낮춰보자고 하고 기술개발과 공정혁신 등을 함께 연구한다. 성공하면 공급계약을 유지하고, 이를 통해 얻은 이익을 협력사와 공유한다. 경쟁력 향상에 성공한 협력사들은 세계시장 진출도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2008년경 TV제품의 테두리를 만드는 금형업체들에게 연구개발(R&D) 지원을 해 제품 향상을 독려했다. 삼성전자가 현재 판매하는 초박형TV는 삼성전자와의 협력으로 금형업체들이 이뤄낸 세계 최고의 기술이 아니었으면 탄생할 수 없었다.
 
대기업의 이익을 하도급인 중소기업과 나누는 ‘협력이익공유제’가 하반기 시범 도입을 거쳐 법제화된다. 지난 2011년 이명박 정부 당시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이 추진했던 ‘초과이익공유제’와 유사한 개념이다. 제도를 추진하는 밑바탕에는 대기업이 협력사의 기술과 직원들의 노동을 착취해 총수만 배를 불려줬다는 ‘반기업 정서’가 깔려 있다. 과연 협력사와 이익을 나누면 그 이익이 회사의 직원들의 성장에 기여할 수 있을지도 고민해 봐야 한다.
 
또 다른 전자업체 관계자는 “시각을 글로벌로 봐야 한다. 중소기업 살리자고 대기업 이익을 나눠주면 혁신 노력은 뒤로 미루고 삼성과 LG만 바라보는 상황이 심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공급가 인하를 함께 고민하자는 제의를 단가 후려치기라고 비난하고, 중국산 부품으로 갈아타면 자기들을 버린다. 하지만 대기업의 희생을 전제로 한 정부의 인위적인 중소기업 지원 대책이 중소기업에게 좋은 결과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면서 “금형업체 사례와 같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손을 잡는게 현실적인 해결책이다”고 덧붙였다.
 
채명석 기자 oricm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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