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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력 집중 억제 바람직하지 않아" vs "포괄적 폐해 막기 위한 것"
공정거래법 전면개편안 토론회…'경제력 집중 억제' 놓고 치열한 신경전
2018-07-25 14:40:43 2018-07-25 14:40:43
[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공정거래위원회의 공정거래법 전면개편안과 관련해 경제·경영계와 정부의 입장이 극명하게 갈렸다. 경영계에서는 독점규제법의 근간이 되는 '경제력 집중 억제' 원칙 자체에 반기를 들었지만 정부측에서는 국민 경제에 포괄적인 폐해가 나타난다는 이유로 규제의 필요성을 적극 설명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25일 주최한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2차 토론회' 기업집단법제 세션에서 발제자로 나선 주진열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정거래법의 재벌과 대기업집단에 대한 규제 강화 방안 논의에 앞서 경제력 집중 억제가 필요한지에 대한 근본적 검토가 우선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쟁법은 경쟁제한 행위를 금지하는 법으로 전세계 100여개 국가가 집행하고 있지만 유독 한국에서만 기업집단 규모가 크다는 이유만으로 규제를 하고 있다는 것. 주 교수는 "경쟁법은 시장경제, 기업과 관련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만능법이 아니다"라며 "회사법, 자본시장법, 세법 등 개별 법률로도 충분히 규제가 가능한 것들이 많다"고 부연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25일 개최한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토론회'에서 주진열 부산대 교수가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대한상의
 
그는 '경제력 집중'에 대한 편향적 인식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예컨대 삼성같은 대기업 집단이 10개, 20개, 100개가 생긴다면 경제력 집중은 그만큼 심화되겠지만 고용과 세수도 함께 늘어날 것이란 설명이다. 반대로 국내의 대기업 집단이 도산하거나 해외로 이전해 사라질 경우 고용과 소득 등 경제 전반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커질 것으로 예측했다. 주 교수는 "경제가 발전하려면 경제력 집중은 피할 수 없다"며 "경제력 집중이 나쁜 것이고 억제해야 할 대상인지에는 재고의 여지가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또한 "2차 세계대전 직후 일본·독일의 파시즘 정권과 결탁해 이익을 벌어들인 대기업집단의 카르텔을 해체하는 것이 경제민주화의 본래 의미"라며 "국민과 기업을 부당하게 강제할 수 있는 권위주의 정치 권력이 더 위험하다"고도 지적했다.
 
일부 토론 참석자들도 주 교수와 같은 시각을 공유했다. 민세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세계적으로 각국 정부들은 자국 산업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한창인데, 한국 정부는 시대착오적 발상을 하고 있는듯 하다"며 "상대적으로 젊은 기업인 네이버에도 규제가 강화되는 것을 보면 한국적 특수성을 이유로 들기도 적절치 않아보인다"고 말했다. 지주회사 규제, 총수일가 사익편취, 공익법인 의결권 제한 등 세부 쟁점들에 대해서도 규제의 논리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백흥기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는 "사익편취나 공시제도 강화가 경제력 집중과 무슨 상관인지 모르겠다"며 "규제를 강화해서 문제가 해소될 수 있을지 시뮬레이션은 해봤는지 궁금하다"고 일격했다. 이어 "지주회사로 전환하라고 권장을 하더니 지금은 또 점점 하기 어려운 환경을 만들고 있다"고도 꼬집었다.
 
이에 정부측은 적극적으로 반론을 제기했다. 신봉삼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국장은 "경제력 집중의 폐해는 상호 연결적, 포괄적으로 나타난다"며 "한국의 경우 대기업 집단이 사실상 민간 경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절반 가량의 총수 가족이 적은 지분으로 기업을 지배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한국의 경쟁법이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에도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얘기"라고 답했다. 신 국장은 "경제력 집중의 문제를 공정거래법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상법, 세법, 자본시장법, 소송법 등이 종합적으로 작동을 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사외이사 대부분을 총수 일가가 포함된 추천위원회에서 추천을 하고, 세부 내용을 알기 어려운 내부거래 승인 안건이 제출되는 상황에서 공정거래법과 다른 개별 법안들의 상호 보완 기능들을 기대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공정위는 기업집단의 규모가 크다는 이유만으로 규제를 하려는 것이 아니라 부당한 방식으로 성장하고 과도하게 집중된 경제력을 남용하는 상황을 제재하려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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