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인터뷰) 이정재 “‘신과 함께2’ 김용화 아니면 안했다”
처음 제안 받은 역할 ‘소방관’…”다른 역할 해달란 제안 OK”
외모-목소리-연기, ‘염라’ 만들기 위한 고충…”고민 많았다”
2018-07-30 11:11:05 2018-07-30 11:11:26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사실 이 정도로 큰 역할인지는 몰랐을 것이다. 하지만 출연 승낙 이후에는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워낙 친분이 두터운 감독 부탁이었다. 그 역시 정말 편한 마음으로 출연을 승낙했단다. 그저 몇 장면 안 되는 적은 분량이라고만 알고 있었으니. 하지만 결과적으로 충무로 상업 영화 사상 최대의 ‘특별 출연’이란 타이틀을 부여 받게 됐다. 일단 분량이 보통이 아니었다. 웬만한 조연급 이상이다. 그리고 촬영도 생전 처음 접해 보는 CG 촬영이다. 전체 영화 촬영 가운데 실사 촬영은 불과 10%도 채 안됐다. 배역도 상상 초월이다. ‘염라대왕’이란다. 그는 처음 시나리오를 받고 ‘웃음’부터 터져 나왔었다고. “도대체 이게 가능한 촬영이냐고”고 몇 번을 물었단다. 물론 가능했다. 김용화이기에. 그리고 1편이 1441만을 동원했다. 오는 8월 1일 2편이 개봉한다. ‘신과 함께-인과 연’의 배우 이정재다.
 
이정재.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27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정재는 우선 멋 적은 웃음부터 터트렸다. 영화 속 주요 배역이 아니면서도 영화 전반에 나서는 홍보 일정에 합류했다. 사실 영화를 본 관객이라면 이정재가 연기한 배역의 중요성을 알고 있다. 그 역시 알고 있다. 사실 처음에는 몰랐단다. 그저 카메오 수준으로만 알았다고. 영화 ‘오! 브라더스’ 이후 두터운 친분을 유지해 온 김용화 감독의 부탁에 고민 없이 수락했을 뿐이란다.
 
“하하하, 너무 쑥스러워요. 이거 내가 지금 여기 왜 있는 건지(웃음). 이게 이렇게 일이 커질 줄 몰랐죠. ‘대립군’ 촬영 때 잠시 김 감독의 연락으로 만났어요. 시나리오 건내 주는데 ‘신과 함께’? 판타지? 이게 돼? 그랬죠. 몇 장면 안 된다고. 그래서 했는데. 완전 조연급이니. 하하하. 시나리오를 쭉 보니깐 또 특별 출연으로 여길 만한 존재감도 아니에요. 부담이 확 됐죠. ‘아니 이렇게 중요한 역할인데’ ‘나 지금 다른 것 찍는 중이라니깐’ 이렇게 말해도 김 감독이 ‘그냥 몇 번 나오면 돼’이러며 스르륵 넘어갔다니까요(웃음).”
 
사실 그의 배역은 따로 있었다. 1부에서 자홍(차태현)의 동료인 소방관 역할이었다고. 하지만 이정재 본인의 출연 결정 소식에 스태프 중 한 명이 감독에게 ‘다른 배역을 제안해라’라고 제안을 했다. 그리고 결국 특별 출연 형식의 ‘염라대왕’이 그에게 돌아간 것이다. 당초 그는 김 감독의 처음 제안에 시나리오도 안보고 출연을 결정했었다.
 
이정재.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처음 연락 왔을 때는 그저 ‘그러지 뭐’ 했어요. 그런데 며칠 뒤 김 감독이 다시 연락이 와서 ‘다른 걸 해달라’고 하시더라구요. 그리고 시나리오를 보내왔는데 뭐 안 봤어요. 특별 출연인데 뭐 몇 장면 안되겠지. 그랬는데 1, 2부 시나리오를 다 보내와서. ‘뭐지? 모니터링 해달란 건가’싶어 읽었는데 나보고 해달란 ‘염라대왕’ 역할이 너무 큰 거에요. 하하하. 그래서 거절했는데. 결국에는 제가 넘어갔죠. 뭐.”
 
짧은 분량이지만 ‘신과 함께’ 속 ‘염라대왕’의 비중은 적지 않기에 스타일링에 대한 고민은 가장 컸다. 제작진이 준비한 비주얼과 함께 이정재 본인이 생각하는 스타일이 논의가 됐다. 사실 과거 특정 드라마 속에서 고정화된 이미지로 등장해왔던 ‘염라대왕’이다. 제작진과 이정재 모두 판타지 장르 영화란 특성을 감안할 때 ‘신과 함께’ 속 ‘염라대왕’의 이미지는 탈피가 이뤄져야 했다.
 
“제 기억으로도 국내 영화에서 이 배역은 제가 처음인 것 같아요. 이게 레퍼런스가 없으니 고민이 많이 됐죠. 처음 분장 테스트를 받으러 갔을 때 제작진이 12개 정도의 염라대왕 시안을 준비했었죠. 다양한 모습이 많았어요. 곱슬머리의 긴 헤어도 있었고, 민머리도 있었고. 짧은 머리도 있었고. 여러 가지를 해봤는데 긴 헤어스타일과 머리를 올린 화관 스타일이 제일 어울리더라고요. 본인이 주관하는 재판에선 격식을 위해 머리를 올린 화관 스타일, 그렇지 않은 부분에선 머리를 늘어트린 모습. 이 두 가지로 정리가 됐죠.”
 
이정재.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외모의 두드러짐도 있었지만 목소리의 톤 변화도 귀를 자극했다. 실제로 이날 인터뷰에서도 간혹 ‘염라대왕’의 톤이 들려왔다. 배우들은 작품이 끝나도 일정 기간 동안 배역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정재는 그 정도는 아니었지만 목소리의 톤 변화가 아직은 남아 있는 듯 했다. 그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게 목소리는 연기의 또 다른 얼굴이었다.
 
“사실 제일 고민이 되는 게 목소리 톤이었죠. 분량도 많지 않아서 나오는 장면마다 확실한 포인트를 줘야 하는 데 외형과 연기로만은 부족했거든요. 그렇게 대체재로 찾은 게 목소리였죠. 저승이란 세계가 공기의 흐름이 없을 것 같으니 굳이 크게 낼 필요가 있을까 생각했는데 막상 촬영을 하니 공간감이 살아나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후반 작업에서 많이 손을 보기도 했어요. 촬영장을 갈 때는 감독님의 주문에 따라 목도 많이 풀고. 목소리 톤도 배역의 또 다른 얼굴이라고 전 생각해요.”
 
워낙 출중한 충무로 특급 스타이지만 이번 ‘신과 함께’에선 특별 출연이란 타이틀로 사실상 내려 앉은 셈이 됐다. 물론 영화 속 존재감이야 막강하다. 하지만 그 역시 데뷔 26년 차로서 크래딧의 앞보다는 뒤로 한 단계 물러나게 된 셈이다. 비록 이번 작품에서만이라지만 본인 스스로 받아 들이는 지점은 조금은 남다르지 않을까 생각이 됐다. 물론 이정재는 손사래를 쳤다. 비중의 많고 적음은 문제가 아니란다.
 
이정재.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에이, 제가 몇 년을 했는데 그런 생각을 하겠어요(웃음). 이 직업을 해보니 중요한 건 팀플레이에요. 상대와의 호흡이 맞느냐, 전체적인 이야기 속에서 내가 잘 이해를 하고 넘어가고 있는가. 이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이 모든 게 잘 이뤄지면 관객들은 이야기를 이해하고 캐릭터를 이해하게 되죠. 1편에선 태현이가 너무 잘해줘서 좋은 결과가 나왔고, 2편에선 마동석씨가 잘해줘서 기분이 좋고. 그리고 다른 배우들 모두가 잘해줬고. 전 그저 ‘염라’역을 맡았단 게 너무 잘한 일인 것만 같아요.”
 
워낙 적은 분량이고, 또 적은 분량 속에서 분명한 존재감을 드러내야 하는 배역이기에 쉽게 출연을 결정할 사안이 아니었음은 이정재도 인터뷰 동안 계속 언급했다. 그는 그럼에도 이 작품에 대한 믿음이 굳건했다. 사실 그 지점은 김용화 감독이란 이름 석 자가 그 믿음의 절반 이상이었다. 그는 부인하지 않았다. 아니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김용화 감독이 아니라면 그 어떤 배역을 제안했어도 ‘신과 함께’ 출연은 거절했을 거에요. 이런 영화를 도대체 누가 만들어요? 아니 못 만들죠. 전작 ‘미스터 고’를 통해 기술력을 축적하고 ‘신과 함께’로 꽃을 피웠고. 단순히 기술력만의 영화는 또 아니잖아요. 김용화의 감성과 스토리가 분명히 녹아 있고. 그래서 1편이 결과도 좋았고. 김용화가 아닌 다른 감독님이라면? 전 아마 안했어요(웃음)”
 
이정재.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마지막으로 절친 정우성과의 작업에 대한 궁금증을 물었다. 그의 데뷔 시절을 기억하는 7080세대들은 언젠가 두 사람이 함께 할 작품을 보는 것을 바라고 있다. 영화 ‘태양은 없다’의 후속편은 그래서 충무로에서 몇 년 째 소문만 무성하다. 두 사람의 모습을 한 스크린에서 볼 수 있는 날이 언제가 될지 궁금하다.
 
“하하하. 저와 우성씨도 기대는 해요. 사실 몇 년 전 김성수 감독님과 저와 우성씨가 만나서 시나리오 작업도 했었죠. 뭐 결과는 안됐어요. 스케줄 문제도 있고. 글쎄요. 주변에서 ‘태양은 없다’ 후속편에 대한 얘기는 정말 많이 여쭤봐 주세요. 뭐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저와 우성씨는 꼭 같이 하고 싶단 생각은 공유하고 있어요. 꼭이요.”
 
김재범 기자 kjb517@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