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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진제 완화 현실화…'적자'부담에 진퇴양난 한전
2017년 4분기부터 적자전환…산업용 요금 개편 연기도 부담
2018-08-06 18:26:46 2018-08-06 18:26:46
[뉴스토마토 이해곤 기자] 재난 수준의 폭염에 논란이 일었던 전기요금 누진제가 결국 완화하는 방향으로 결정됐다. 이에 따라 일반 가정에서는 이번 여름 전기요금 걱정을 덜게 됐지만 정작 재정적인 부담을 져야 하는 한국전력은 계속되는 적자에 노심초사 하고 있다.
 
6일 문재인대통령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7월과 8월 두 달간의 가정용 전기요금에 대해 한시적으로 누진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확정해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앞서 정치권에서도 누진제 완화와 개편을 골자로 한 법안을 연이어 발의했고, 이와 관련한 국민 청원도 700여건에 6만5000여명이 참여하며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난 4일 SNS에 "폭염을 재난으로 명확히 하는 법 개정이 곧 될 것"이라며 "지난 3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두 가지 전기요금 감면 방식을 놓고 최종 판단 중이라는 보고를 했다"며 요금 개편이 임박했음을 암시하기도 했다.
 
이처럼 전기요금 누진제 완화가 한시적으로 완화되는 것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전력공급 기관인 한전의 고민은 더 커질 전망이다. 적자 상황이 계속되는 가운데 누진제 완화 등의 조치가 재정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전 관계자는 "누진제 완화가 재무에 영향을 줄 것인지는 검토해봐야 한다"면서도 "전체적으로 요금 인하 효과가 발생할 경우 재무에 영향은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일반적으로 하계에 매출이 높아져 적자폭을 줄이는 구조였는데 올해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한전은 지난 2015년 이후 2년 동안 매년 10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2015년 11조3467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은 이듬해 12조16억원까지 늘었다. 하지만 2017년말부터는 한전의 영업이익이 적자로 돌아섰다. 2017년 3분기 2조7729억원 흑자였던 영업이익은 4분기 1294억원 적자로 전환됐고, 이에 따라 2017년 한전의 영업이익은 앞서 절반 수준인 4조9532억원으로 감소했다.
 
올해 상황은 더욱 어둡다. 올해 1분기 한전의 영업이익은 1276억원의 적자로 집계됐다. 금융권 등에 따르면 2분기에도 한전의 적자폭은 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같은 적자는 결국 원료비에 해당하는 전력구입비가 상승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의 원료인 LNG 가격에 영향을 주는 국제유가는 꾸준히 상승하고 있으며, 석탄화력발전의 원료인 유연탄 가격도 작년 1분기 대비 톤당 20달러가 높아졌다.
 
여기에 발전 원가가 상대적으로 낮은 원자력발전의 이용률도 2016년 80%대에서 3월 기준 54%대로 낮아지면서 그 공백을 석탄화력과 LNG 발전이 채우면서 전력구입비가 크게 늘어난 것이다.
 
김종갑 한전 사장이 '두부값이 원재료인 콩보다 싸다'는 내용의 글을 올리며 전기요금 정상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것도 이같은 원료 구입비 상승에 따른 적자폭 확대 때문이다. 특히 '원가 보다 싼 전기' 논란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손꼽혔던 산업용 전기요금 개편이 내년으로 연기된 것도 한전에게는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한전과 산업부는 경부하 시간대(새벽) 싼 전기 요금 체계가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에 따라 개편을 추진했다. 작년 국정감사에서도 한전은 새벽에 전기를 사용하는 기업에 요금 할인 혜택을 줬다고 지적 받기도 했다.
 
이에 경부하 요금 인상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지만 기업들의 거센 반발로 결국 무산됐다. 백운규 산업부 장관은 지난 6월 "산업용 경부하 요금에 대한 업계 우려를 충분히 들었고, 그런 우려를 반영해 이 문제는 속도 조절하도록 하겠다"며 "연내에 요금 조정을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결국 한전 입장에서는 높아진 원료비를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누진제 완화의 부담도 떠안게 된 것이다.
 
한전 관계자는 "폭염에 전기요금에 대한 우려가 커진만큼 누진제 완화는 어떤 구조가 됐든 요금 인하의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이에 따라 올해 적자폭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세종=이해곤 기자 pinvol197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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