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또 막힌 케이뱅크 대출…자본확충 가능할까
직장인K신용대출·마통 일시 중단…은산분리 규제에 증자 '발목'
국회, 이달 중 은산분리 완화 법안 처리…케이뱅크, 후속증자 추진
2018-08-13 14:43:46 2018-08-13 14:43:46
[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가 대출상품 판매를 또다시 중단했다. 은산분리 장벽과 자본 증자에 발목이 잡히며 자본 여력이 부족해진 까닭이다. 다만 정부 차원에서 은산분리 완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어 케이뱅크의 자본 확충에도 청신호가 켜질지 주목된다.
서울 광화문 앞 케이뱅크 본사 앞을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이날부터 ‘직장인K 신용대출’과 ‘직장인K 마이너스통장’ 판매를 일시 중단했다. 대출금 월별 한도가 소진된 데 따른 것이다. 지난해 9월 케이뱅크는 국제결제은행(BIS) 비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상품별 대출 총액을 정해놓고 월별 또는 분기별로 ‘대출 쿼터제’를 적용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판매가 중단된 상품은 내달 1일부터 재개될 예정이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상품 판매중단은) 대출 상품을 더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취한 사전적인 조치”라며 “내달 1일부터 다시 대출 이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근본적인 원인이 해결되지 않으면 대출 중단은 또다시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케이뱅크가 여신 중단을 반복하고 있는 것은 지난해 7월부터 1년째다. 앞서 케이뱅크는 출범 3개월만인 작년 7월 '직장인K 신용대출' 판매를 중단한 이후 지난 6월과 지난달 ‘직장인K 마이너스 통장’과 ‘직장인K 신용대출’을 비롯해 ‘슬림K 신용대출’, ‘일반가계신용대출‘ 등을 잇달아 판매 중단한 바 있다.
 
특히 ‘직장인K 마이너스통장’의 경우 지난달 대출 상품 판매가 재개된 지 불과 일주일 만에 한도가 소진되며 가동을 멈췄으며, 이달에도 10여일 만에 한도가 소진됐다. 아울러 '미니K 간편 대출'의 경우 상품 리뉴얼을 위해 지난 6월부터 현재까지 판매가 멈춰진 상태다. 은행 고유 업무인 여신이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는 셈이다.
 
여기에는 산업자본이 은행을 소유할 수 없도록 하는 ‘은산(銀産)분리’ 규제 완화방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점이 주요 원인으로 자리한다. 재무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추가 증자를 통해 자본금을 늘려야 하지만 대주주인 KT가 은산분리에 가로막혀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데다 10여 곳의 주주들 간 지분 관계가 얽히며 자본 확충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뱅크는 지난달 1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했지만, 은산분리 규제로 인해 보통주 지분율에 영향을 주지 않는 전환주 300억원만 납입됐다. 다만 은산분리 완화를 골자로 하는 은행법 개정안에 속도가 붙고 있어 상황이 바뀔 가능성은 충분하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 등 3당 원내대표는 이달 중 열리는 임시국회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의 은산분리 완화 관련 법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이렇게 되면 기존의 10%(의결권 있는 지분은 4%)까지만 보유할 수 있었던 ICT 등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도 늘어나게 된다.
 
케이뱅크에서는 이 같은 기조를 환영하면서도 여전히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KT의 경우 지난 2016년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벌금형을 받은 바 있어 3년간 추가 출자가 어려운 상황인 데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와 야당 일부에서 케이뱅크 인허가 과정에 대한 특혜 의혹과 은산분리 완화에 대한 반대 의견을 개진하고 있어서다. 은행법 시행령에 따르면 의결권 있는 주식의 10%를 초과 보유할 경우, 해당 기업은 이를 금융위원회에 승인받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금융위는 최근 5년간 금융·조세·공정거래 등 법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단 위반 사안이 경미하다고 판단될 경우엔 승인을 받을 수가 있다.
 
한편 케이뱅크는 은산분리 규제 상황을 지켜보는 동시에 안정적인 사업운영을 위해 후속증자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정확한 시기를 말하기는 어렵지만, 주주들 간에 후속 증자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신속히 증자를 추진하기 위해 주주들과 협의를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후속증자는 은산분리 완화와는 별개로 추진할 예정”이라며 “은산분리 역시 계속해서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