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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위기' 고조되는 터키…해외건설 악재 겹겹이
리라화 연초 대비 70% 폭락…"부도 시 공사액 회수 못할 수도"
2018-08-13 16:09:57 2018-08-13 16:09:57
[뉴스토마토 김응태 기자] 터키 리라화 가치가 한 때 18%가량 폭락하며 금융 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국내 건설사에도 피해가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이 넘는 부채가 도화선이 돼 금융 위기가 현실화될 경우 터키 정부에서 발주한 공사 및 투자 대금을 회수하지 못할 수 있다는 부정적인 전망이 제기된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10일 흑해 연안에 있는 자신의 고향 귀네이수에서 지지자들에게 연설하고 있다. 사진/뉴시스·AP
 
1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터키 금융 시장이 급속도로 악화되며 기성액을 받지 못하거나 부도 위험이 신흥국에 전이돼 해외 건설 수주 확대에 악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터키 경제 상황은 악화일로다. 터키 리라화는 연초 대비 지난 10일 기준으로 약 70%까지 폭락했다. 이날 오전에는 달러 당 리라화 가치는 7.24리라까지 하락해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으며 현재(오후 2시 기준)도 6.69리라로 환율이 불안정한 상태다. 더욱이 터키는 GDP 대비 52%에 이르는 막대한 부채가 쌓여 있는데다 지속적인 물가상승으로 경제가 취약한 실정이다. 이에 지난 10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철강 등에 관세를 2배 인상하겠다는 발언이 더해지며 리라화 가치 폭락에 불을 지폈다.
 
이 같은 터키 금융 불안에 건설사들은 예의주시하고 있다. 터키의 부도 위험이 높아짐에 따라 국내 건설사들은 공사금을 못 받거나 공사가 중단될 가능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러시아 같이 모라토리엄(채무불이행)을 선언하면 관급공사는 공사 대금 지급이 완전히 중단돼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그나마 디폴트(채무유예)를 선언할 경우엔 나중에 지급을 약속하는 것이기 때문에 위험이 적다”고 말했다. 이어 “투자개발형의 사업은 자금 조달을 해서 시공한 뒤 운영 수익으로 회수하는데 이를 회수하지 못할 경우 SPV(특수목적회사)가 부도가 날 확률이 크다”고 말했다.
 
현재 터키에서 시공이 진행 중인 사업에는 지난해 대림건설과 SK건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수주한 '차나칼레 1915 교량 건설 사업'이 있다. 이 사업은 총 사업비 약 28억달러가 투입되는 건설 투자개발형 프로젝트로 2023년 완공 예정이다. 이 프로젝트는 터키 교통해양청에서 발주한 관급공사로, 컨소시엄이 직접 투자한 시공 비용을 일정 기간 운영 수익을 통해 직접 회수하기 때문에 터키 당국 부도 시 도급형 공사보다는 피해가 적다. 다만 최소수입보장(MRG)에 따라 실제 수익이 예상 수익에 못 미칠 경우에는 터키 정부로 보존받게 돼 금융 위기로 운영 수익을 확보하지 못할 수도 있다. SK건설 관계자는 "민자산업으로 최소운영수입이 보장된다"며 "통행량의 일정금액 이상은 터키 정부가 보존해준다"고 말했다. 
       
특히 두 건설사는 해외 수주에서 연이은 악재로 이어지며 고심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SK건설은 지난달 23일 라오스 동남지역 아타프 주에서 시공 중인 세피안·세남노이댐 보조댐이 붕괴 및 범람으로 현재 수습 중이다. 향후 구체적인 사고 원인을 규명하는 과정에서 시공상 문제가 드러날 경우 SK건설의 책임과 피해 보상 규모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대림산업 역시 미국의 이란 제재가 복원되면서 지난 6월 2조2300억 규모의 '이스파한 정유 공장 개선 공사가 무산되면서 타격을 입었다. 
 
한편 터키 레제프 타이에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미국의 경제 공격에 새로운 동반자를 찾겠다는 발언으로 맞서면서 금융 불안이 쉽사리 가라앉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리라화 폭락이 신흥국에 연쇄적으로 타격을 주며 해외 건설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일각에선 터키의 환율 가치 하락으로 인한 무역·서비스수지 개선과 터키 시장이 신흥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어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터키 금융 불안으로 인한 국지적인 영향은 없을 수 없지만 세계에서 큰 경제 규모를 차지하는 나라는 아니라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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