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검찰, '공정위 불법 재취업' 정재찬 전 위원장 등 구속기소
업무방해·공직자윤리법위반·뇌물수수 혐의
2018-08-16 15:00:00 2018-08-16 15:00:00
[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검찰이 공정거래위원회 퇴직 간부들의 불법 재취업을 도운 혐의를 받는 공정위 전·현직 간부를 기소했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 구상엽)는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정재찬, 노대래, 김동수 전 공정위 위원장 등 공정위 전·현직 간부 12명을 입건해 정 전 위원장, 김학현 전 부위원장, 신영선 전 부위원장 등 3명을 구속기소하고 9명을 불구속기소했다고 16일 밝혔다.
 
이들은 공정위의 인사적체 해소를 위해 일감 몰아주기 등 각종 규제와 제재 대상인 16개 대기업을 압박해 내부 승진이나 퇴직 후 재취업이 곤란한 이른바 4급 이상 '고참·고령자' 등 18명을 채용하도록 해 민간 기업의 인사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정 전 공정위 위원장은 부위원장과 위원장 재직 시절인 2012년부터 2017년까지 기업을 압박해 공정위 퇴직자 16명을 채용하게 함으로써 기업의 인사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신 전 부위원장은 사무처장 재직 시절인 2014년부터 2017년까지 기업을 압박해 공정위 퇴직자 14명을 채용하게 함으로써 기업의 인사 업무를 방해한 혐의다.
 
김 전 부위원장은 부위원장 재직시절인 2014년부터 2017년까지 기업을 압박해 공정위 퇴직자 등 15명을 채용하게 하고, 대기업으로부터 자녀의 취업기회를 제공받은 것으로 검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그는 2013년부터 2014년까지 취업승인을 받지 않고 공정연합회 회장으로 취업해 공직자윤리법을 위반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올해 3월 부영그룹 비리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국정농단 특검과 국회, 인사혁신처, 언론 등을 통해 공정위 퇴직자들의 불법 재취업 관련 혐의를 포착해 수사에 착수했다. 지난 6월에는 공정위, 인사혁신처, 재취업 기업 등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공정위가 내부의 인사적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정년이 임박했으나 퇴직 후 독자적으로 취업하기 어려워 퇴직을 거부하고 있는 이른바 '고참고령자'에 대한 퇴직 유인책으로 기업에 일자리를 마련해주는 '퇴직 관리 방안'을 시행하고 퇴직을 종용한 사실을 확인했다.
 
부위원장과 운영지원과장 등이 기업 고위관계자를 직접 접촉해 공정위 퇴직자의 일자리 마련을 요구하고, 채용 기업, 대상자, 시기, 기간, 급여, 처우, 후임자 등까지 사실상 공정위에서 결정한 것으로 검찰 조사 결과 나타났다. 취업자는 실제로 실질적인 역할 없이 임원 대우를 받으며 최고 3억5000만원의 연봉과 업무추진비 등 총 76억원을 받았다.
 
아울러 기업에 재취업한 퇴직자들이 공무원 정년 이후에도 기업에서 퇴직을 거부해 후임자가 갈 자리가 마련되지 않아 인사적체가 반복되자 기업에 공무원 정년을 넘긴 사람에 대해 더는연장 계약하지 말라는 지침까지 기획해 하달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1월 특검의 공정위 관계자에 대한 수사가 있기 전까지 거의 모든 20대 기업에 퇴직자 채용 등을 강요했으며, 현재까지도 일자리가 유지되면서 퇴직자가 근무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경제질서를 수호해야 할 책무를 지닌 공정위가 기업에 대한 막강한 규제와 제재 권한을 내세워 민간 기업들을 마치 산하 기관처럼 '유관기관'으로 인식·분류했다"며 "공정위의 '인사적체'를 해결하기 위해 민간 기업의 인사업무를 방해하고, 고용시장의 자유경쟁 질서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또 "이 사건은 국가 권력기관 자체가 조직적으로 채용 비리를 양산한 것"이라며 "공직자 재취업 심사 시 소속 기관의 객관적인 검토와 자료 제출을 통해 인사혁신처의 심사가 실질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정재찬 전 공정거래위원장과 신영선 전 부위원장이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