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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수은, '터기 위기'에 PF 부실우려 고조
터키, 외채부담에 디폴트 가능성…국내 PF 영향 촉각
2018-08-17 08:00:00 2018-08-17 17:00:46
[뉴스토마토 최홍 기자] KDB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터키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리스크가 가중되고 있다. 터키 금융위기로 현지 병원, 교량 등 민자사업의 수익이 악화될 경우, 국책은행들이 PF로 조달한 약 1조2540억원의 원리금 회수도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1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PF 방식으로 터키의 병원, 교량 사업 등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에 다수 참여했지만, 최근 터키 금융위기로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할 우려가 생겼다. 
 
그간 터키는 높은 해외차입 의존도와 대외채무 증가에 따른 환위험을 고질적으로 겪어왔다. 최근 대·내외 정정불안,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글로벌 유동성 긴축, 정부정책의 대응력 부족 등으로 리라화 가치는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특히 리라화 가치 폭락에 따른 채권조달의 불확실성이 강해지고 외채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디폴트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금융기관 관계자는 "일부 터키 프로젝트는 공사 기간이 길어 불확실성이 더 확대되고 있다"며 "우선 담보와 보험으로 안전장치를 마련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근 국책은행은 대림산업과 SK건설 컨소시엄이 수주한 터키 차나칼레 고속도로 사업과 삼성물산이 수주한 터키 가지안텝 병원 건설 사업에 수천억원의 금융조달을 진행했다. 더구나 산업은행은 터키 키리칼레 화력복합발전소에도 수백억원의 금융지원을 한 상태라, 산업은행이 조달한 총 금액은 약 3024억원에 달한다. 수출입은행이 지원한 금융과 보증은 총 9516억원이다. 두 국책은행이 터키 PF로 투자한 금융은 총 1조2540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해당 사업의 준공 이후다. 현지 병원 수익과 고속도로 통행료는 리라화로 받아 유로로 전환해 국책은행들에게 지급해야 한다. 현지 통화(리라화) 가치가 폭락할 수록 원리금 상환에 부담이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PF는 프로젝트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원천으로 하기 때문에 정상적인 수익 및 현금흐름을 방해할 수 있는 요인은 모두 리스크로 간주된다.
 
국책연구원 관계자는 "일각에서는 프로젝트가 유로로 자금을 조달하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고 말하지만 가장 우려하는 것은 국가 디폴트(채무불이행) 선언으로 인한 지급불능 상태"라며 "이 때문에 안전장치 일환으로 무역보험에 가입하는 것을 권장한다"고 말했다.
 
PF는 모두 무역보험공사가 보증하고 있지만, 보증금액은 극히 일부분이라 안전장치의 역할을 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실제로 무역보험공사는 차나칼레 고속도로의 총 사업비 31억유로(3조9800억원) 중 4억유로(5146억원)만 지원하고 있다. 또 터키 가지안텝 병원 사업은 총 사업비 6억유로(7720억원)중 1억4000유로(1286억원)만 보증한다. 각각 금융조달한 비용의 12%, 23% 가량만 보전하는 셈이다. 원리금 상환이 어려워 질 경우 나머지 80%의 손실을 고스란히 국책은행이 짊어져야 한다.
 
무역보험공사 관계자는 "리스크 부담은 무역보험공사가 모두 짊어지지 않는다"며 "은행들이 안일하게 리스크를 관리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아직까지 뚜렷한 리스크가 없지만 필요시 대책을 강구하겠다는 입장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들이 자체적으로 리스크를 관리할 것"이라며 "아직 구체적으로 조사에 들어가진 않았지만, 필요시 대책을 따로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수은 관계자는 "지원 당시부터 프로젝트 수입의 환율 연동 등 환위험 관리장치를 갖췄고, 사업성 악화에 대비하여 터키 정부가 상환토록 하는 등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있다"면서 "향후 사업주, 대주단과의 협의를 통해 리스크를 지속적으로 관리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최홍 기자 g243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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