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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시세급등으로 계약파기 속출…중도금 적극 활용하라
중도금은 계약이행의지 나타내…일방적 계약파기 못해
2018-08-22 08:00:00 2018-08-22 14:38:52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최근 서울과 수도권의 아파트 시세가 급등하면서 매매 계약이 파기되는 사례가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도금을 적극 활용하면 시세 급변으로 인해 중간에 계약이 깨지는 일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A씨는 7월 초에 광명시 하안동의 주공아파트를 매입하는 계약서를 작성했다. 그러나 잔금날짜를 한 달 여 앞둔 엊그제 매도인으로부터 계약을 파기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최근 몇 주간 이 지역 아파트의 시세가 급등하자 매도인이 변심한 것이다. 매도인이 계약을 파기할 경우 매수인에게 계약금의 배액을 배상해야 하지만 시세가 그보다 훨씬 높게 올라 배상금을 주더라도 이익이기 때문이다.
 
최근 아파트 시세가 급등한 서울과 경기 일부 지역에서는 A씨와 같은 일을 당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계약이 취소되더라도 A씨와 매도인 모두 이익이므로 모두에게 좋은 일이 될 수도 있지만, A씨가 제날짜에 맞춰 이사해야 하는 실거주자라면 당장 거주 안정성이 불안해지게 된다.
 
이런 사태를 사전에 막고 싶다면 계약금과 잔금 사이에 중도금을 지불하는 형태로 계약서를 작성해야 한다. 민법 제565조에 따르면, 부동산 매매계약 시 별도의 약정이 없으면, 당사자 일방이 중도금을 지급하거나 부동산을 인도하기 전까지 매수인은 지급한 계약금을 포기하고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고, 매도인은 계약금의 2배액을 제공하고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이 말을 뒤집으면 중도금을 지급한 경우엔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없다고 풀이할 수 있다.
 
정경화 새창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중도금을 지급한 것은 매수인이 매매계약의 책임을 다하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에 매도인이 계약을 파기할 수 없다”면서 “워낙 케이스가 다양해 상황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어 매도인이 원한다면 법의 판단에 맡길 여지는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중도금을 입금했다면 계약이 이행된다고 보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또한 매매계약서에 중도금 지급을 명시하지 않았어도 매수인이 일방적으로 일정액을 중도금 명목으로 매도인 계좌에 입금할 경우 매도인이 계약을 파기하려고 할 때 ‘계약이행 의지’를 근거로 법정소송으로 가져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그렇게 될 경우 매도인에겐 번거로운 일이 될 수 있어 기존 계약을 이행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
 
결과적으로 아파트를 매입할 때는 중도금을 명시하는 것이 좋고, 미처 그렇게 하지 못했어도 매도인이 계약 파기를 통보하기 전에 일정금액을 중도금으로 입금하면 매도인을 압박할 수 있는 것이다.
 
실거주 목적이 아닌 전문 투자자들은 중도금을 필수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매매계약서를 쓴 바로 다음날에 중도금을 지급하는 경우도 흔하다. 이들은 투자 종잣돈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첫 계약일과 잔금 지불일 사이의 기간을 최대한 길게 잡는 것을 선호한다. 시세 상승을 바라는 것 외에도 세입자를 맞추는 데 주어진 시간이 길수록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매도인에 의해 중간에 계약이 깨질 수 있기 때문에 안전장치로 중도금을 명시해 입금하는 것이다.
 
매도인이 계약 파기 대신 시세 상승분의 일부를 달라고 요구하는 경우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B씨는 5억5000만원에 아파트를 매입하기로 계약서를 작성하고 계약금으로 5000만원을 지불했다. 한 달 후 이 아파트의 시세는 6억2000만원까지 올랐다. 매물이 없어 1000만~2000만원 가격을 높여도 될 분위기다. 매도인은 잔금일이 다 돼 “1000만원을 올려주지 않으면 계약을 파기하겠다”고 통보했다.
 
이 경우 B씨로서는 선택지가 없다. 단기 차익을 원한다면 거절하고 매도인이 계약을 파기할 경우 5000만원의 배상금액을 받으면 된다. 하지만 실거주 목적이거나 시세가 더 오를 것이라고 예상한다면 돈을 더 주고서라도 사야 한다. 단, 요구한 금액을 다 줄 게 아니라 깎아달라고 협상할 필요가 있다.
 
만약 B씨가 배상금 5000만원을 받는다면 그에 대한 세금도 납부해야 한다. 배상금은 기타소득으로 잡혀 22%의 세율이 원천징수된다(매도인이 공제 후 일괄납부). 이듬해 5월에 신고하는 종합소득세 산정에도 합산된다. 세금까지 내고 나면 손에 쥐지 못한 아파트가 더 아까워 보일 것이다.
 
또한 계약이 취소돼도 중개수수료는 지불해야 한다. 매수자, 매도자 양측이 각각 지불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계약파기를 요구한 매도자가 전부 내는 경우도 있고 그 물건을 다시 받아 거래해야 하는 중개업소가 절반만 받는 경우도 있다. 협의에 따라 변할 수 있는 부분이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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