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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카드에 '뒤통수' 맞은 국내 카드사
비자카드, 한국에 해외이용 수수료 인상 우선 통지…이후 일본·중국 인상 단행
"글로벌 카드사 없는 한국 이용해 일본·중국에 수수료 인상 근거 마련"
2018-08-28 18:12:22 2018-08-28 18:12:22
[뉴스토마토 김형석 기자] 글로벌카드사인 비자카드(VISA)가 우리나라 카드시장을 일본과 중국의 협상카드로 활용하려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우리나라의 해외이용수수료(이하 수수료)를 우선 인상한 뒤, 일본과 중국과의 수수료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려 했다는 것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일본(JCB)·중국(유니온페이)과 달리 우리나라는 글로벌카드사를 보유하지 못한 점 때문에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비자카드는 우리나라의 해외이용수수료를 먼저 인상한 후 일본· 중국 등 타 아시아 국가들과의 수수료 협상에 우위를 점하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자카드는 앞서 지난 2016년 4월 국내 카드사들에게 같은해 10월15일부터 해외이용수수료를 1.0%에서 1.1%로 인상하겠다고 통보했다. 해외이용수수료는 국내 카드회원이 해외가맹점에서 결제할 때 비자·마스터카드 등 국제 브랜드카드사에 내는 수수료다.
 
당시 비자카드는 일본과 중국도 수수료 인상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을 우리나라 카드사한테 숨긴 것으로 알려졌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비자카드가 일본과 중국의 수수료 인상을 추진하면서 우선적으로 우리나라에 수수료 인상을 통보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우리나라 카드업계의 반발 등을 보고 일본과 중국의 수수료 인상 협상에 활용하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후 비자카드는 지난 2016년 6월 중국과 일본에도 수수료인상을 통보했다. 이 당시에는 국내 카드사들이 비자카드에 수수료인상 항의 서한을 보냈던 때다. 비자카드는 일본과 중국의 수수료 인상시기인 2017년 1월로 우리나라 수수료 인상시기를 2개월여 미뤘다. 이는 국내 여론 악화를 막고 공정위 등 당국의 제재를 피하기 위한 꼼수였다.
 
실제로 9년 전 우리나라만 수수료 인상을 추진하다 물거품이 된 경험이 있다. 2008년 말 비자카드는 2009년 7월부터 수수료를 1.0%에서 1.2%로 인상하겠다고 통보했지만 당시 일본과 중국 등 타국가에서 인상을 하지 않는 상황이어서 소비자단체의 소송 추진 등 여론이 악화되자 인상 계획을 철회했다.
 
결국, 비자카드가 우리나라에서 우선적으로 수수료 인상을 추진한 것은 일본과 중국 등에서 협상 여력을 키우려는 계획으로 풀이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비자카드의 점유율이 50%에 육박하는 반면, 글로벌카드사가 없어 비교적 손쉽게 수수료인상을 추진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반면, 일본의 경우 글로벌카드사인 JCB를 보유하고 있고, 중국은 유니온페이가 시장을 독점하고 있어 수수료 인상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것이다.
 
카드사 다른 관계자는 "비자카드가 우리나라의 경우 충성고객을 이미 확보하고 있다는 생각에서 수수료 인상을 추진한 것으로 본다"면서 "생각보다 여론의 반발이 거세자 일본, 중국과 수수료 인상시기를 맞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형석 기자 khs8404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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