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곤의 분석과 전망)개각 이후, 지금부터 정말 중요하다

지난 30일 문재인 대통령이 5개 부처 개각을 단행했다. 경제부총리와 청와대 정책실장 등 경제 포스트는 유임됐다. 문 대통령이 공언한대로 소득주도성장-혁신성장-공정경제의 기조를 그대로 가져가겠다는 의지가 드러난 것이다. 교수 출신과 정치인 출신이 맡았던 산업통상자원부와 고용노동부는 관료 출신으로 교체됐다. 집행 부처의 전문성과 실행력을 높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이 동반하락하고 민생경제의 어려움이 높아지는 국면에서 한 번 호흡을 끊은 셈이다. 청와대 인사, 민주당 전당대회에 이어 개각까지 해서 여권의 인적 재배치가 완료됐다.

 

청문회를 지켜봐야겠지만, 국민들은 대체로 ‘다시 한 번 기대해보겠다. 이젠 정말 실력을 발휘하길 기대한다’는 심정일 것이다.

 

그러니, 정말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최근 청와대나 여권에서 나오는 메시지, 그리고 분위기를 보면 상황 인식에 대해 우려되는 점이 없지 않다.

 

민생경제에 대한 논쟁구도가 그렇다.

 

‘지금 좋지 않다, 앞으로도 걱정된다’ vs ’좋지 않은 것은 안다. 우리 계획상 향후 이런 변화가 어느 시점에서 나타날 것이니 큰 걱정은 하지 말아달라. 귀를 크게 열고 있다. 모자란 점은 보충할 것이다’는 식이라면 충분히 접점을 찾아갈 수 있다. 오히려 통합력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망하고 있다. 앞으로도 볼 것 없다’ vs ‘모함이다. 지금도 이전보단 낫다. 앞으로는 더 나아질 것이다. 하던데로 열심히 하겠다’는 식이면 상당히 곤란하다.

 

여권 일각에선 현 상황을 소득주도성장을 둘러싼 대회전으로 보고 있는 듯하다. 이 전쟁에서 밀리면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다는 인식이다. 그런 인식이라면 답도 분명하다. ‘적폐세력’이 다시 재결집하는 정황이 분명하니 지지층을 최대한 결집시켜서 이번에는 분명하게 승리해야 하는 것이다. 당정청이 먼저 일치단결해야 하고 특히 당은 좌로도 우로도 흐트러지는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

 

과연 그럴까?

 

적폐세력까진 모르겠지만 보수세력들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기류는 분명히 느껴진다. 국민 전체에 대한 책임감을 바탕으로 정부에 대해 책임 있는 비판을 한다기보다 ‘이제 기회가 왔다. 너희들도 한 번 당해봐라’는 속내도 깔려 있을 것이다. 공수역전의 기미도 보인다.

 

그런데 인과관계든 선후관계든 앞과 뒤를 잘 구분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잘못된 진단이 나오고 진단이 잘못되면 답도 틀릴 수밖에.

 

먼저 인과관계. 적폐세력이 발호하고 재결집해서 정부를 흔들어대니 지지율이 하락하고 경제 분위기가 나빠진 것인가? 아니면 그 반대인가?

 

적폐세력의 공세에 물러서지 말고 큰 전선을 그어 총력전을 벌인다 가정해보자. 그것이 실제하는 전선인진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 전선에서 승리한다고 가정해보자. 분배와 성장이 선순환을 이루는 소득주도성장이 반석에 올라서고, 서울 집값은 폭등도 폭락도 없이 안정화되고, 출산율은 높아지게 되나?

 

어떻게 해야 어려운 국면을 헤쳐 나갈 수 있을지, 어떻게 해야 통합력을 높일 수 있을지에 대한 생각은 제각각 일 수 있다. 그 누구도 해법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해법을 구현해나가는 힘이 더 커질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홍보’보다 ‘소통’이 더 중요한 때다. ‘적폐세력과의 두 번째 전쟁’이라는 것이 만약 있다손치더라도, 그 승리는 실력을 인정받은 후의 결과물로 따라오는 것이지 그 전쟁에서 먼저 이겨서 민생경제 문제 해결이 전리품으로 따라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