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명석의 재계시각)중·일도 조선 수주절벽…한국, 부활의 기회는 남았다
2020년까지 장기불황 예고…"한국, 구조조정 서둘러야"
입력 : 2018-09-02 15:22:13 수정 : 2018-09-02 15:51:48
[뉴스토마토 채명석 기자] 중국·일본발 수주절벽이 현실화되면서 전 세계 조선산업 불황이 2020년 이후까지 장기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대두되고 있다. 먼저 구조조정을 진행한 덕분에 회생 가능성을 높이고 있는 한국은 향후 산업 판도를 점유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 리포트에 따르면 올 7월말 기준 전 세계 조선업계의 상선 수주잔량은 3000척·7600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였다. CGT 기준으로 수주잔량이 처음으로 7000만CGT를 넘어섰던 2004년 2월(3694척·7087만CGT)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반짝 회복세를 기록했던 2014년 3월(6012척·122만CGT)과 비교해서도 약 38% 급감했다.
 
세계 1위인 중국의 수주잔량은 1419척·2820만CGT였으나, CGT 기준으로 2014년 3월부터 2017년 8월까지 유지해왔던 평균 수주잔량 수준에 비해 43%나 떨어졌다. 3위 일본도 520척·1370만CGT로 2014년 3월에 비해 39% 늘었지만, 2015년 1월과 비교하면 49%나 급락했다. 2위 한국은 초대형원유운반선(VLCC)과 액화천연가스(LNG)선 수주가 증가하면서 전년 동기 대비 10% 늘어난 418척·1840만CGT를 기록했다.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전경. 사진/현대중공업
 
한·중·일 3국 조선사들의 수주잔량 추이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수주한 선박 인도 일정에서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 클락슨리포트에 따르면, 일본은 전체 수주잔량(CGT 기준)의 31%가 올해 안에 인도될 예정이다. 중국은 25%, 한국은 17%다. 반면 한국은 40%가 2020년 이후 인도된다. 중국은 33%, 일본은 29%다. 또한 각 국 조선사가 확보한 일감은 중국이 2.4년 치, 일본은 2.1년 치, 한국은 1.7년 치다.
 
인도 일정 차이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3국 수주잔량이 10여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데다, 예상만큼 발주량이 늘지 않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이르면 내년 일본부터, 늦어도 2020년 한국·중국까지 포함해 3국 조선사들이 또 다시 일감부족에 내몰리게 된다는 점은 확실하다. 중국이 상대적으로 선박 건조 일정을 안정적으로 가져가고 있으나 절반 가까이 수주잔량이 줄어든 상황이라 많은 조선소들이 조업을 중단한 채 숨만 쉬고 있는 좀비기업일 것으로 예상된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클락슨에 등재된 전 세계 조선사 중 중국 내 가동 조선소 수는 164개, 한국 조선소는 18개로 약 9배 차이가 나지만 지난해 선박 인도량은 중국 1172만CGT, 한국은 1057만CGT로 차이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중국 조선소는 지방정부의 투자로 세운 공기업들이 많기 때문에 통·폐합 또는 퇴출 등 대규모 구조조정을 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지방경제, 나아가 국가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아베노믹스의 엔화 약세를 등에 업고 조선업 부활을 추진했던 일본도 3년여 전 추진한 조선소 시설 확장공사가 마무리 중인 가운데, 일감이 부족해 내년 이후 추가 구조조정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지난달 10일 종합 중공업 업체인 IHI가 일본 3대 조선소로 꼽혔던 아이치현 지타시 ‘아이치조선소’ 폐쇄를 결정한 것이 시작점이다. 중국과 일본의 수주물량 가운데 상당 비중은 2015~2016년 선가가 떨어졌을 때 확보한 물량으로, 선박을 인도해도 남는 돈이 거의 없는 상황도 구조조정을 부추기고 있다.
 
선가 하락 시기에 수주를 거의 못했던 한국은 지난해 말부터 일감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이들 물량은 올 늦가을부터 건조에 들어간다. 어떻게 해서든지 추석 연휴가 낀 9월까지 구조조정의 큰 틀을 마무리하고 수주 선박 건조에 집중하는 한편, 1.7년 치밖에 남지 않은 일감을 추가 확보해 나가야 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생존과 업계 지배력 유지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 여기고 있다”면서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반드시 살아남겠다”고 말했다.
 
채명석 기자 oricm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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