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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현장 장악한 불법 외노자)①일용직 10에 6~7명은 외국인…"SOC 늘려도 고용효과 반감"
업계, 공사비 아끼려 1~2만원 덜주고 대거 투입…32만 불법체류자 대부분 건설현장 몰려
2018-09-05 15:23:30 2018-09-05 17:16:30
[뉴스토마토 최용민 기자]"건설현장에서 하루 100명이 일한다고 가정하면 그 중에 60~70명은 외국인노동자입니다. 그리고 그 절반은 불법 체류자입니다.”
 
한 건설현장 관리자의 말이다. 그는 “일할 사람 구하기가 힘들어 외국인 노동자가 없으면 건설현장이 돌아가지 않는 상황"이라며 "일용직이라 안전교육 이수증만 있으면 신분 조회를 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잡부 등 불법 체류자들이 일자리를 가장 쉽게 찾을 수 있는 곳이 건설현장”이라고 실태를 전했다.
 
국내 건설현장에 불법 외국인 노동자들이 대거 몰려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불법 체류자 대부분이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것으로 추정돼 일자리 문제를 야기한다. 더욱이 정부는 내년부터 일자리 대책으로 생활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늘리기로 했지만 불법 외국인 노동자 문제로 효과가 반감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점점 늘어나는 건설현장 불법 외국인 노동자 대책 마련을 위해 실태 파악부터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현재 건설업 종사자는 총 130만8000여명 수준이다. 그 중 일용직 근로자는 44만2000여명으로 집계됐다. 특히 E-9 비자를 소유하고 국내 건설현장에서 합법적으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는 8775명(2018년 5월 기준)으로 나타났다. 업계는 이보다 더 많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법망을 피해 건설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 통계월보’ 2018년 6월 자료에 따르면 현재 국내 체류 외국인은 230만명 수준이고, 이 중 불법 체류자는 32만명 정도다. 업계에서는 불법 체류자 중 상당수가 건설현장에서 일용직 노동자로 일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건설현장 일용직이 다른 직종에 비해 짧은 시간 돈을 많이 벌 수 있고, 일용직이라 쉽게 법망을 피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 노동자 자체로도 국부 유출 논란이 없지 않은데 불법 노동자의 경우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현장 관리자 말에 따르면 외노자 임금은 내국인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현재 숙련공 기술자는 일당 20~25만원, 일반 잡부는 15만원을 받는 것으로 파악된다. 대한건설협회가 지난 1일 공표한 ‘2018년 하반기 적용 건설업 임금실태조사’에 따르면 123개 전체 직종의 일 평균 임금은 20만3332원으로 전반기 대비 4.94%, 지난해 같은 기간(117개 직종 기준)에 비해선 8.26% 가량 각각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 노동자도 거의 이 수준에서 일당을 받고 있다. 한 현장 관계자는 “불법 외국인 노동자의 경우 1~2만원 정도 덜 받는 수준”이라고 귀띔했다. 단순 계산하면 건설현장 외국인 노동자 1만여명 하루 일당으로 15억원이 지불되는 상황이다. 1만여명은 현재 정부가 가지고 있는 합법적인 집계 수치다. 집계가 불가능한 불법 외국인 노동자까지 합치면 그 액수는 더 커진다.
 
SOC 공공발주 사업에서는 국민 혈세가 빠져나가게 된다. 불법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대책이 없으면 정부가 추진하는 SOC 예산 확대도 일자리 효과는 물론, 세금 낭비 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 이미 온라인상 여론에선 "세금을 내지 않는 이들이 임금을 모아 자국으로 유출할 목적으로 일한다", "일자리를 뺏기는 것은 물론 돈이 국내로 돌지 않아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등 비판이 적지 않다. 
 
건설업계에선 합법적으로 취업한 외국인 노동자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한다. 내국인 숙련공 기술자들을 대체해 가며 산업기술력이 저하될 것에 대한 우려다. 업계는 숙련공 손길이 필요한 일자리를 기술이 미숙한 외국인 노동자들이 차지하면서 부실공사 위험성도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내국인 숙련공 기술자들이 부족하고, 외국인 노동자들이 현장에서 오래 일하면서 기술자로 올라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경험이 있다고는 하지만 내국인처럼 쉽게 대화가 통하는 것도 아니고, 내국인보다 부실공사 위험이 높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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