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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 노조, 올해 그룹사 임단협 방침 깬다
노조 그룹사 임단협 가이드라인 폐기에 '올인'…완성차 부진에 계열사 노사관계 지각변동
2018-09-09 16:09:12 2018-09-09 16:09:12
[뉴스토마토 구태우 기자] 현대제철 노조가 올해 임단협에서 현대차보다 임금을 높여 현대자동차그룹의 계열사 임단협 지침(일명 가이드라인)을 무력화하는데 총력을 쏟기로 했다. 현대제철 노조는 9일 현대차 노사의 올해 임금인상안(기본급 4만5000원, 성과급 280%, 타결금 250만원)보다 인상폭을 높여, 임단협 지침을 무력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차그룹 내에서 암묵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완성차·부품 계열사보다 제조 계열사의 임금인상 수준을 낮춘 관행을 깨겠다는 것이다. 선례를 만들어 현대제철 노사가 그룹사의 눈치를 보지 않고, 독자교섭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목표다. 노조 관계자는 “자동차업종은 하향국면이지만, 철강업은 완만한 상황인데 지침으로 억지로 끼워 맞추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같은 그룹에 있다는 이유로 무조건 따라가는 건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현대제철, 포스코 등 철강업종 노동자들이 지난 5일 서울 도심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구태우 뉴스토마토 기자
 
노동계는 현대차그룹이 계열사 임단협을 총괄하는 지침을 운영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현대차그룹은 완성차 업체인 현대차, 기아차와 부품사인 현대모비스, 제조 계열사인 현대제철, 현대로템 등이 핵심 계열사다. 제조 계열사의 임단협은 현대·기아·현대모비스의 임단협이 끝난 뒤 속도를 냈다. 현대차 임단협이 끝날 때까지 계열사는 임단협을 마칠 수 없다는 불문율이 있을 정도다. 
 
통상적으로 임단협은 3~4월부터 시작해 대부분 여름휴가 직전 끝난다. 그런데 제조 계열사는 완성차 임단협이 궤도에 오를 때까지 본격적인 교섭을 하지 않아 노조가 비판해 왔다. 현대차지부는 지난 1월3일 현대차그룹의 임단협 지침을 폐기하라며 하루 동안 파업을 벌였다. 현대차 경영진에 대한 조사를 서울중앙지검에 요청했다. 현대차지부는 현대차가 임단협 지침을 통해 계열사의 노사관계에 부당하게 개입했다고 비판했다. 
 
실제 지침을 운영한 정황은 곳곳에서 나온다. 제조 계열사의 임금인상폭은 매년 완성·부품사보다 낮았다. 현대·기아차, 현대모비스 노사는 지난해 임단협에서 기본급 5만8000원을 인상하고, 성과급 300%와 임단협 타결금 280만원을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현대제철은 같은 해 임단협에서 기본급 5만2692원 인상, 성과급 290%, 임단협 타결금 200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올해도 제조 계열사 노사는 완성차·부품사보다 낮은 수준의 임금인상폭을 두고 교섭 중이다. 현대제철 사측은 지난 8일 4만788원을 인상하는 방안을 노조에 제안했다. 현대제철은 회사측 요구안에 노조가 반대하자 기본급과 타결금을 각각 6000원과 100만원씩 올렸다. 현대·기아차와 현대모비스는 올해 이례적으로 임단협을 조기 타결했다. 이들 업체는 기본급 4만5000원을 인상하고, 250%의 성과급과 280만원의 타결금을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낮은 임금 인상폭에 대한 조합원들의 불만은 최고조에 달했다. 노동계에 따르면, 민주노총 금속노조 현대제철지회(노조)는 당진공장과 순천공장에서 각각 파업과 집회에 나선다. 순천공장 노조는 11일 공장 앞에서 임단협 결의대회를 연다. 12일에는 당진공장 노조가 파업 출정식을 진행한다. 당진과 순천공장 모두 지난달 쟁의행위 투표를 진행해 각각 79.9%(2964명)와 94.6%(2712명)의 찬성표를 얻어 쟁의권을 얻었다. 이를 통해 노조는 부분파업, 전면파업 등을 진행할 법적 요건을 마련, 투쟁계획을 마련했으며, 여기에 기존 임금인상 요구안보다 높은 수정안을 제시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차그룹의 노사관계는 국내 기업의 노사관계의 미치는 파장이 상당한 만큼 이번 현대제철 노조의 움직임은 노사간 갈등을 심화시킬 전망이다. 
 
구태우 기자 goodt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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