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양지윤 기자]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의 장남인 박세창 전략경영실 사장이 아시아나IDT 사장에 임명되면서 재계 안팎의 시선이 따갑다.
금호아시아나는 지난 7일 신임 아시아나항공 사장에 한창수 아시아나IDT 사장을 선임하고, 공석이 된 아시아나IDT 사장 자리에는 박세창 사장을 선임했다. 기내식 대란 사태 등에 대한 책임으로 김수천 아시아나항공 사장이 사의를 표명한 데 따른 것이긴 하지만 갑작스런 인사 배경을 두고 구설이 일고 있다. 지난 7월 '기내식 대란'으로 회사 사유화에 대한 비판이 나온 지 두 달만에 전문 경영인에게 책임을 묻는 '꼬리자르기' 인사를 단행한 것이라는 비판이 그것이다. 특히 이번 인사가 금호아시아나의 3세 경영시대를 본격화하는 기회로 활용되면서 가족경영의 구태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세창 사장이 경영을 맡게될 아시아나IDT는 기업 규모는 크지 않지만,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에 이어 그룹 내 세번째로 상장을 앞두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이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는 이 회사는 항공과 공항, 금융, 건설, 운송 분야의 전산시스템을 구축하고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등 그룹 내 시스템통합(SI)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은 2600억원, 영업이익은 215억원이다.
한창수 신임 아시아나항공 사장(왼쪽)과 박세창 신임 아시아나IDT 사장. 사진/금호아시아나
재계에서는 아시아나IDT가 박 사장이 아시아나항공의 경영권을 승계받는 교두보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는 지난 2016년 그룹 전략경영실 사장 겸 아시아나세이버 대표이사 사장에 오르며 일찌감치 박 회장의 후계자로 지목됐지만 아직까지 경영능력을 입증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평가다. 특히 채권단의 눈치를 봐야 하는 현 상황에서 박 사장이 덩치 큰 아시아나항공 사장을 바로 맡기엔 부담이 크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4월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과 재무구조개선약정을 맺고 총 2조4139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하기로 했다. 앞서 박 사장은 지난 2015년 금호타이어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됐다가 채권단의 반대로 3일 만에 물러나는 아픔을 겪은 바 있다. 이런 사정을 감안하면, 박사장을 현재 안팎으로 사정이 어려운 아시아나항공에서 한발 물러서도록 한 뒤 경영실적을 올리기 쉬운 아시아나IDT로 넘어가서 아시아나항공 경영이 정상화될 때까지 시간을 벌겠다는 의도가 아니냐는 해석이다.
금호아시아나 안팎에서는 지금의 그룹 '위기' 상황을 도리어 총수일가의 지배력을 확대하는 기회로 삼는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박 회장은 기내식 대란이 한창이던 지난 7월에도 전업주부로 회사 경험이 전혀 없는 박세진 금호리조트 상무를 선임해 눈총을 샀다. 재계 한 관계자는 "위기 상황을 이용해 총수 일가가 지배력을 확대하는 것은 진정한 의미의 책임경영으로도 볼 수 없고, 시대적 요구에도 맞지 않는다"며 "가족경영의 구태를 개선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박 회장의 이번 인사가 장고끝의 '악수'가 될 지 주목되는 부분이다.
한편 박 회장은 지난 7일 아시아나항공 주식 1만주를 장내매수했다. 주당 매입가격은 4190원으로 총 4190만원 규모다. 전체 상장 주식수(약 2억523만주)의 0.005%로 비중은 높지 않지만 지난 1999년 12월 지분 50만주를 매각한 이후 첫 매집이라는 점에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책임경영 차원이라는 분석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향후 아시아나항공의 부실이 가시화할 경우 채권단으로부터 경영권을 박탈당하는 것에 대비해 미리 '알박기'에 나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양지윤 기자 galile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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