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꽁꽁 결합' 전략에 케이블TV·유통망 '된서리'
모바일 결합의 IPTV, 케이블TV 첫 추월…기변 일변도에 일선 유통망도 타격
2018-09-12 06:00:00 2018-09-12 06:00:00
[뉴스토마토 박현준 기자] 이동통신사들의 결합 전략에 타격을 입은 곳은 케이블TV 방송사들과 휴대폰 유통망이다. 
 
케이블TV 방송사들은 케이블TV와 초고속인터넷만 보유 중이다. 정작 중요한 모바일 상품은 없다. 때문에 이통사만큼 강력한 결합 혜택을 제공하기 어렵다. 케이블TV 가입자들이 이통사의 IPTV로 갈아탄 결정적 계기 또한 결합 할인이다. 소비자들이 일반적으로 선택하는 약정기간도 모바일(2년)과 IPTV·초고속인터넷(3년)이 각각 다르다. 가령, 모바일의 약정기간이 지나 다른 이통사로 갈아탈까 고민을 하더라도 IPTV와 초고속인터넷의 약정기간이 1년 남아 이동하지 못하고 재약정을 하는 경우가 많다. 모바일만 다른 이통사를 사용할 경우 결합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통사들은 가족이 같은 이통사의 요금제를 사용하면 가족 결합 할인 혜택도 제공한다. 가족 구성원들의 가입기간이 길수록 할인 혜택은 커진다. 다른 이통사로 이동할 수 없도록 하는 가입자 지키기 전략이다. 
 
 
이통사들이 모바일과 인터넷(IP)TV, 초고속인터넷을 앞세워 자사 가입자 지키기 전략을 펼치자, 케이블TV 방송사들은 동등결합 상품으로 대응했다. 동등결합이란 특정 이통사 가입자가 케이블TV 방송사의 초고속인터넷을 함께 사용할 경우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제도다. 현재 SK텔레콤과 KT가 CJ헬로·티브로드·현대HCN 등 주요 케이블TV 방송사들과 제휴를 맺고 동등결합 상품을 출시했다. 하지만 가입자는 미미한 수준이다. 무엇보다 홍보가 부족해 동등결합 상품에 대해 알지 못하는 소비자가 많다. 케이블TV 방송사들은 이통사만큼 많은 오프라인 대리점을 보유하지 못하고 있다. 온라인과 전화만으로 가입자들에게 동등결합 상품에 대해 알리기에는 한계가 있다. SK텔레콤과 KT의 대리점에서도 동등결합 상품 가입이 가능하다. 하지만 각 대리점들이 자사의 초고속인터넷 상품을 두고 케이블TV 방송사의 상품을 더 적극적으로 알릴 동기가 부족하다. 또 현재 출시된 동등결합 상품은 케이블TV 방송사들의 초고속인터넷만 해당된다. 방송은 아직 결합 혜택을 받지 못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IPTV 가입자가 결국 케이블TV를 추월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17년 하반기 유료방송 가입자 수 및 시장점유율'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IPTV 가입자는 1422만281명으로 1409만7123만명의 케이블TV 가입자를 사상 처음으로 앞질렀다. 
 
이통사들이 각종 결합 혜택을 내세워 기기변경을 유도하면서 대리점과 판매점 등 일선 유통망도 타격을 입었다. 유통망은 이통사들의 가입자 확보 경쟁으로 번호이동이 활발하게 일어나는 것이 이득이다. 번호이동 가입자들을 많이 유치할수록 이통사들로부터 받는 판매 장려금도 많아지기 때문이다. 판매 장려금은 유통망의 가장 큰 매출원이다. 단통법 이전 경쟁이 활발하던 시기에는 번호이동 가입자에 대한 판매 장려금이 기기변경보다 높았지만 현재는 큰  차이가 없다. 이통사들이 유통망에 지급하던 판매 장려금 규모도 대폭 줄었다. 이와 별도로 스마트폰의 성능 향상으로 일반적으로 선택하는 약정기간 2년을 넘어 3년 이상 사용하는 소비자들도 늘어나는 등 교체 주기도 길어졌다. 교체 주기가 길어지면 유통망이 판매 장려금을 받을 수 있는 기회도 줄어들기 마련이다. 
 
대리점과 판매점들은 휴대폰 개통뿐만 아니라 요금수납과 AS(사후서비스) 상담 등 각종 소비자 편의 서비스 업무도 담당한다. 번호이동 시장이 침체돼 유통망의 매출은 줄었지만, 소비자들은 편의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유통망을 꾸준히 찾는다. 이통사의 온라인 직영몰에서 가입하거나 쇼핑몰에서 구입한 자급제폰에 대한 상담이나 AS 관련 안내도 일선 대리점이나 판매점의 몫이다. 스마트폰이나 복잡한 요금제 등에 대한 문의도 끊이질 않는다. 유통망은 이러한 서비스를 대행하는 대가로 이통사들로부터 업무관리 수수료를 받는다. 유통망은 업무량이 늘은 데 반해 수수료는 오르지 않아 수수료 인상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유통망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이통사간 이동을 잘 하지 않으면서 번호이동 시장이 침체됐다"며 "자사 가입자의 재약정 등에 대한 보상은 단통법 이전의 번호이동만큼 크지 않고, 업무관리 수수료도 늘지 않아 유통망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들이 매우 영세하다는 점이다. 타격은 고용 줄이기로까지 이어지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이통사들은 현재 지급하는 수수료가 업무에 비해 낮은 수준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