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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통법 4년, 이통사만 배 불렸다
2018-09-12 06:00:00 2018-09-12 06:00:00
[뉴스토마토 박현준·이지은 기자] 기기변경 시대다. 이동통신사들의 단말기 지원금 경쟁이 사실상 사라지면서 더 이상 번호이동을 택하는 소비자들을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자연스레 이통사들은 마케팅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게 됐고, 더 이상 출혈경쟁에 힘을 쏟지 않으면서도 안정적 수익을 좇을 수 있게 됐다. 지원금 대신 요금제와 서비스 경쟁을 펼친다지만, 결과는 시장의 고착화다.
 
지난 2014년 10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 이후 달라진 국내 이동통신 시장의 모습이다. 단통법은 오는 10월로 시행 4년을 맞는다. 이에 본지는 단통법 시행 이후 이통사들의 경쟁 방식과 소비자들의 구매 성향 등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진단하는 기획을 마련했다. 
 
지원금 경쟁의 필요성이 줄면서 이통사들은 마케팅비를 절감했다. 이통 3사의 올 상반기(1~6월) 마케팅비용은 총 3조7248억원으로, 단통법 시행 직전인 2014년 상반기 4조6243억원와 비교해 8995억원(19.5%) 줄었다. 시장에서 경쟁이 줄어들자 번호이동 수치도 감소했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번호이동 수치는 단통법 시행 이전인 2014년 상반기 총 463만2908건에서 단통법이 시행된  하반기 270만9687건으로 40%가량 급감했다. 이후에도 번호이동 수치는 계속 감소해 올 상반기에는 200만건을 밑돌았다. 단통법이 결과적으로 이통사들의 배만 불렸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문재인정부는 가계통신비 절감을 국정과제 중심에 놓으며 이통사들을 압박했다. 그 결과 선택약정할인율이 지난해 9월15일부터 20%에서 25%로 상향됐다. 보편요금제 도입의 법제화도 추진 중이다. 
 
이통사들은 정부의 정책 압박에 볼멘소리를 쏟아내면서도 기기변경을 대세로 판단, 타사 가입자를 뺏기보다 자사 가입자 지키기 전략에 치중했다. 그 결과 요금제가 전면 개편되고, 각종 결합 혜택 등이 나왔다. 이러한 이통사들의 전략에 케이블TV 방송사와 휴대폰 유통망이 타격을 입었다. 케이블TV 방송사들은 모바일 상품이 없어 이통사만큼 강력한 결합 혜택을 제공하기에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다. 결국 지난해 11월 이통사의 IPTV 가입자가 케이블TV 가입자를 추월하기에 이르렀다. 휴대폰 유통망은 번호이동 시장이 침체되면서 판매 장려금이 줄어 매출에 직격탄을 맞았다. 유통망의 가장 큰 매출원은 가입자를 유치했을 때 이통사로부터 받는 판매 장려금이다. 
 
그렇다고 불법 지원금 경쟁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일부 유통망은 네이버밴드 등 폐쇄형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문자 메시지를 통해 일회성 지원금 소식을 알리며 가입자를 유치하고 있다. 지원금의 재원은 이통사들이 일시적으로 평소보다 많이 지급하는 판매 장려금이다. 이통사들은 한 곳이 먼저 지원금을 풀며 가입자를 유치하면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규제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는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 이통 3사와 상황반을 운영 중이지만 모든 불법 지원금 지급 사례를 적발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박현준·이지은 기자 pama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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