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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조선, 사람이 없다)2년만에 10만명 떠났다…초라해진 조선해양의 날
2018-09-14 06:00:00 2018-09-14 06:00:00
[뉴스토마토 채명석 기자] 지난해에만 무려 6만명에 달하는 종사자들이 일터인 조선소를 떠난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퇴출된 4만여명을 더하면 불과 2년 만에 10만명가량이 일자리를 잃었다. 전체 조선산업 종사자 수도 20만명대에서 10만명대로 반토막 났다. 세계 1위를 자부하던 국내 조선산업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것으로, 지독한 불황의 터널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가 조선산업 관련 지표를 모아 최근 발간한 ‘2018 조선자료집’에 따르면, 2017년 말 기준 조선업 종사자 수는 10만9901명으로, 2016년 16만7174명에 비해 5만7273명 줄었다. 협회가 조선 관련 통계를 낸 1996년 이후 최대 감소 폭이다. 앞서 3만5515명이 퇴출된 2016년을 더하면 2년간 조선소를 떠난 종사자 수는 9만2788명이다. 협회 통계가 회원사와 일부 비회원사만을 집계한 것임을 감안하면 2년간 무려 10만명 이상이 일자리를 잃은 것으로 추정된다.
 
4인 가구를 기준으로 보면, 무려 40만명 이상의 조선업 종사자 가족이 생계를 위협받는 상황에 이르렀다. 40만명은 행정자치부가 발표한 도시별 인구수 가운데 경기도 의정부시(44만명), 김포시(39만명) 등과 맞먹는 수준이다. 조선업과 연관된 제조업·서비스업 종사자들이 동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최소 울산광역시(116만명)급의 지역경제가 대공황에 빠진 셈이다.
 
 
조선업 전체 근로자 수는 2005년 10만4704명으로 처음으로 10만명을 넘어선 뒤 2008년 15만1331명, 2014년 20만명(20만3441명)을 넘어 최고치를 찍은 이후 내리 감소세를 보이다가 급기야 지난해에는 2005년 수준까지 줄었다. 자동차·반도체·석유화학·전자·기계·철강 등과 함께 대한민국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주력사업 가운데 하나인 조선산업이 부침에 허덕이면서 고용 지표도 악화일로다.
 
사업 부문별로는 조선부문이 2016년 10만8317명에서 지난해 6만4132명으로 4만4185명, 해양부문도 같은 기간 4만7341명에서 1만6751명으로 3만590명 줄었다. 특히 조선업의 뼈대를 이루는 기술·기능직 인력의 이탈이 두드러진다. 기술직은 2016년 7768명에서 지난해 6243명으로 1525명이 직장을 떠났다. 기능직은 본사 소속(직영)이 2만6527명에서 1만4669명, 협력사 소속은 10만2812명에서 5만8214명으로, 각각 1만1858명과 4만4598명이 줄었다. 설계·소프트웨어 개발 등의 직무가 속한 사무직도 9304명에서 7011명으로 2293명이 감소했다.
 
올해도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은 지속될 것으로 보여 종사자 수가 10만명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대중공업이 최근 2000여명 규모의 해양부문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으며, 삼성중공업도 경영정상화 과정에 따라 추가 인력조정이 불가피하다. 대우조선해양이 4년여 만에 신입사원 공채를 검토하고 있지만 전체 종사자 수 감소를 막기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각 조선사가 수주한 물량이 올 하반기부터 건조에 들어가게 되면서 인력 충원이 예상되지만 그 규모는 짐작키 어렵다. 무엇보다 기술직·기능직 인력들의 대거 이탈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한국 조선산업의 기술 경쟁력 하락을 부추기는 위협 요인이다.
 
한편, 협회는 14일 오후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제15회 조선해양의 날’ 기념식을 개최한다. 조선해양의 날은 선박 수주 1000만톤을 돌파한 1997년 9월15일을 기념해 조선의 날을 제정, 2004년부터 기념식을 해마다 열고 있다. 2011년부터 조선해양의 날로 명칭이 변경됐다. 2016년에는 업계 불황으로 기념식마저 건너뛰어야 했다. 자축일이지만 불황이 지속되면서 올해도 분위기는 무겁다. 협회도 특별히 홍보를 하지 않는 등 되도록 조용히 치른다는 방침이다.
 
채명석 기자 oricm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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