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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명석의 재계시각)이재용·최태원·구광모, 김정은과 마주한다
남북 경협 밑그림 나올지 촉각
2018-09-16 16:47:14 2018-09-16 16:55:22
[뉴스토마토 채명석 기자] 오는 18일부터 20일까지 평양에서 열리는 남북 정상회담에 젊은 재계 총수들이 문재인 대통령의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동행한다.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등 한반도가 대변혁의 시기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UN 대북 제재 해제 이후 남북경제협력의 밑그림이 그려질 전망이다. 청와대는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반도 신경제구상'이 앞당겨질 것으로 기대했다.
 
이번 방북에는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한무경 한국여성경제인협회장 등 주요 경제단체장이 함께 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최정우 포스코 회장 등 재계 총수들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현대차는 일정을 이유로 정의선 수석부회장 대신 김용환 부회장이 참석한다. 남북 경협의 기틀을 닦은 현대그룹의 현정은 회장과 신한용 개성공단기업협회장도 방북 길에 오른다.  
 
대북 제재를 이어가고 있는 미국 트럼프 정부에 찍혀 기업이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왔지만, 재계는 부정적인 면만 부각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기업 시각에서 보면, 총수들이 직접 북한의 현실을 목격할 수 있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비롯한 북한 측 주요 인사들의 의중 파악과 함께 교류 확대의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들이 직접 눈으로 본 북한에 대한 판단은 향후 경협의 밑그림을 그리는 데 중요한 단서로 작용할 수 있다.
 
지난 2007년 10월3일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원으로 참석한 최태원 SK회장(왼쪽)이 노무현 대통령이 주최한 옥류관 오찬장에서 행사가 시작되기 전 (테이블 오른쪽부터)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구택 포스코 회장, 구본무 LG 회장과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테이블 맨 왼쪽) 등에게 기념사진을 찍어주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태원 회장과 현정은 회장을 제외한 재계 인사 대부분이 이번 방북이 초행길이다. 이들 모두 전쟁과 분단을 직접 겪지 않은 ‘6·25 전후 세대’들로, ‘감성’이 앞섰던 창업주 또는 선대 회장들과 달리 ‘이성’을 기준으로 실리 차원에서 북한에 접근한다. 김 위원장도 남측 기업 총수들과의 만남이 처음이다. 무엇보다 이들 모두 젊다. 남북 간 대치 의식도 선대 세대보다 덜해, 보다 허심탄회하게 사업과 관련한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다. 우리 정부보다 북측이 우리 기업인들의 방문을 더 바라고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정치적 리스크 때문에 투자를 주저하고 있는 해외 기업인들을 대신해 한국 기업 총수들에게 실상을 보여주고, 이들이 투자자와 기업인들을 만났을 때 자신들의 상황을 긍정적으로 알려주기를 희망하는 의도도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단 이번 방북에서 총수들이 선물보따리를 꺼내들 가능성은 크지 않다. 준비기간이 짧았던 데다, 대북사업이 완전 중단된 지도 수년이나 되었고, 미국과 UN 등 국제사회의 대북 경제제제 조치도 유효하기 때문에 기업 차원에서 뭔가를 내놓기에는 부담이 크다. 오히려 북측이 경협 재개를 위해 어떤 성의를 보일지가 관심이다. 대북사정에 비교적 밝은 한 재계 관계자는 “지난 3일 정몽헌 회장 15주기 추모식 참석을 위해 금강산에 방문한 현 회장에게 김 위원장이 보인 성의를 보면 남측 기업인들을 대하는 북측의 태도는 정치와는 분명 다른 모습”이라면서 “낙후된 경제 회복을 최대 현안으로 추진하고 있는 북한이 최소한 한 가지 이상 선물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금강산 관광사업 재개 문제가 이번 정상회담에서 얼마나 진전을 이뤄낼지도 지켜봐야 할 대목”이라면서 “경협의 물꼬를 텄던 금강산 관광이 남북 긴장관계를 해소하고 개성공단 사업까지 이어지는 교두보를 놓았던 만큼 재계 차원에서도 미래를 위한 경협 검토의 첫 단계로 금강산 관광이 재개되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채명석 기자 oricm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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