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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숙의 파리와 서울 사이)넘치는 광고물, 환경오염 주범
2018-09-18 06:00:00 2018-09-18 06:00:00
광고의 역사는 대체로 ‘매스 커뮤니케이션’ 수단에 의해 제작된 커뮤니케이션 행위의 역사이며, 세 가지 목적을 가지고 있다. 첫째, 어떤 재물이나 상품, 혹은 서비스를 알리는 것. 둘째, 이들의 총체적 이미지를 좋게 보이도록 촉진하는 것. 셋째, 소비자를 공략하기 위해 자극하는 것이다.
 
최초의 광고는 고대 이집트 테베에서 발견되었다. 고대의 광고는 어떤 정치인의 공덕을 찬양하거나, 인간이나 동물과 대결하는 검투사의 결투를 알리는 프레스코 형태로 존재했다. 중세에는 가두판매원이 왕실의 왕령이나 상인들의 광고를 국민에게 전파했다. 일반 대중이 정보를 접할 수 있게 된 것은 15세기 인쇄술의 보급 덕택이다. 거리에서 광고 전단지가 배포되기 시작했고, 이때부터 도시의 벽에는 벽보(포스터)가 걸렸다. 1539년 프랑수아 1세는 왕령을 불어로 손질해 모두가 볼 수 있도록 가두판매원이 소리를 지르고 벽에 걸도록 했다. 프랑스 혁명기에 정치 마케팅이 탄생했고 혁명가들은 원문을 빠르게 보급할 수 있도록 벽보와 팸플릿을 활판으로 인쇄했다.
 
하지만 오늘날과 같은 상업적 광고가 등장한 것은 산업혁명으로 인한 경제적 변동에서 기인한다. 17세기 등장한 신문은 광고주와 소비자의 눈길을 끌기 위해 판촉을 시작했다. 신문사는 프랑스 제3공화국 때부터 전개된 신문의 자유화와 함께 자금을 벌어들이기 위해 광고를 늘리기 시작했다. 1896년 <르 피가로(Le Figaro)>는 수익금 37%를 광고로 벌어 들였다. 이렇게 성장해온 상업용 광고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경제부흥에 힘입어 질적, 양적으로 크게 발전했다. 마케팅이 경영학의 한 교과목으로 탄생해 정착하면서 광고는 인문과학적으로도 중요한 영역이 되었다.
 
그러나 오늘날 넘쳐나는 광고물은 독으로 작용한다. 지구를 종이 쓰레기장으로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불청객인 광고물을 바라만 보고 있을 수 없는 프랑스는 수단을 강구하기에 이르렀다. 민간과 공공 단체가 앞장서 각 가정의 우편함에 ‘광고 스탑(Stop Pub)’ 스티커를 붙이도록 독려하고, 특히 광고 전단지를 배포하는 사람들이 이를 위반할 경우 450유로(한화 약 60만원)의 벌금을 내도록 하고 있다.
 
프랑스 가정의 우편함은 아침이면 인근 회전초밥집, 미용실, 치킨집 등을 안내하는 홍보물이나 책자들로 넘실거린다. 집 근처 가게들의 판매촉진을 위한 광고들이다. 소비자의 지갑을 열도록 꾀를 쓰는 이러한 행위를 프랑스인들은 지겹고 귀찮게 여긴다.
 
문제는 귀찮고 지겨운 선에서 끝나지 않는다. 이렇게 넘실대는 광고물은 지구를 종이로 뒤덮고 있다. 이는 절대 과장이 아니다. 에너지 억제와 환경관리기구(l’Agence de l’environnement et de la maitrise de l’energie)에 따르면 2015년 프랑스인들의 우편함에 꽂힌 원치 않는 인쇄물의 양은 약 80만 톤에 달했다. 가정 당 팸플릿, 카탈로그, 무료신문 등의 폐지를 연간 30킬로그램 배출하는 셈이다. 오늘날 프랑스에서 사용된 종이의 4분의 1이 광고로 매년 배출되는 가정 쓰레기의 약 3%를 차지한다.
 
이러한 혼란에 직면한 프랑스 환경부는 지난 2004년부터 쓰레기 방지를 위한 계획을 세우고 실천에 나섰다. 그 중 하나가 각 가정의 우편함에 ‘광고 스탑’ 스티커를 붙이도록 하는 것이다. “우편함을 가득 채우는 광고지와 싸우기 위해 광고 스탑 스티커는 아주 조잡하지만 그래도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다”라고 ‘광고 습격에 저항하는 단체(l’association Resistance a l’agression publicitaire)’의 토마 부르제노(Thomas Bourgenot)는 강조한다. 광고 스탑 스티커는 ‘공식적인’ 것이 아니어도 괜찮고, 우편함이 아닌 집 어딘가에 붙여놔도 효력이 발생한다.
 
그렇다면 우리의 사정은 어떠한가. 한국의 광고 전단지 쓰레기 배출량은 프랑스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한국은 광고 전단지를 우편함에 끼워 넣는 것에 만족하지 않는다. 길거리에서도 아파트 분양 광고나 음식점, 유흥업소 등의 광고지를 뿌린다. 어디 이뿐인가. 아파트 단지 내로 들어와 각 가정의 출입문에 전단지를 붙이기까지 하지 않던가. 그러나 정부는 이에 대한 특단의 조치를 취하기는커녕 수수방관하는 모양새다. 물론 불법 광고물을 근절하기 위한 법이 존재하기는 하나 장식물에 지나지 않는다. 정부는 더 이상 방치하지 말고 직접 나서 좀 더 효과적인 수단을 강구하라. 그리고 시민들도 행동하라. 길거리에서 광고 전단지를 뿌리는 아르바이트생들이 안쓰럽다고 받아 아무데나 버리지 말고, 과감히 거절하라. 동정은 때때로 공공성을 해친다. 무엇보다 불법 광고물은 지구를 병들게 하고 쓰레기를 양산해 세금을 낭비하게 한다. 이런 광고물이 사라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시민의 행동이 변해야 한다.    
 
최인숙 고려대 평화와민주주의연구소 연구교수·파리정치대학 정치학 박사(sookjuliette@yahoo.fr)
 
* 편집자 주 : 필자 최인숙은 파리에서 10년간 체류했고 파리정치대학(Sciences Po Paris)에서 한국, 일본, 프랑스 여론 연구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최근 프랑스 정치현상을 잣대로 한국의 정치현실 개선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책 ‘빠리정치 서울정치(매경출판)’를 펴냈다.
‘파리와 서울 사이’는 한국과 프랑스의 정치·사회현상을 비교 분석하는 연재 코너로 <뉴스토마토> 지면에는 매주 화요일자 23면에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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