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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 찾은 구광모, 집안인사 이어 평양까지
남북 경협 논의 오간듯…공식 데뷔무대는 정상회담
2018-09-17 16:55:54 2018-09-17 16:55:54
[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구광모 LG 회장이 평양 방문 하루 전에 LS그룹을 찾았다. 지난 6월 회장 취임 이후 두 번째 대외 행보다. LGLS는 한 핏줄로, 이번 구 회장 방문이 집안 어른들에게 인사하기 위한 극히 개인적인 일정이라고 설명했다.
 
구 회장은 17일 오전 경기도 안양에 위치한 LS타워를 찾았다. 오전 1040분쯤 도착해 15~20분 정도 재종조부(할아버지 형제)인 구자엽 LS전선 회장, 구자균 LS산전 회장 등을 만난 후 떠났다. 안양 사옥에는 LS전선과 LS산전 등 LS의 주력 계열사들이 입주해 있다. LS는 이날부터 이틀간 안양 사옥에서 LS T-페어(연구개발 성과보고회)를 진행 중이다. 그룹 차원의 행사라, 한 번에 취임 후 첫 인사를 하기에 적절했다는 분석이다. LS 관계자는 “회장 취임 후 집안 어른들에 대한 인사 차원"이라고 말했다.
 
이번 방문이 남북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시점이라는 점에서 남북 경협에 대한 이야기도 가볍게 오간 것으로 보인다. 구 회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등과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평양을 찾는다. LS산전과 LS전선은 각각 전력설비·변압기와 전력·통신케이블 등 기간산업에 밝다. LS엠트론의 트랙터 사업과 LS니꼬동제련의 자원 사업 등도 남북 경협에 필요한 업종으로 꼽힌다. 때문에 LS 계열사들은 올해 6월부터 남북 경협 확대에 따른 사업성 등을 본격적으로 연구해왔다. 경협이 정치적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만큼 향후 사업 전망에 대한 외부 컨설팅도 받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남북 경협에서 LS의 전력과 통신 인프라가 중요 분야로 꼽히는 만큼 구 회장이 대표로 나설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구광모 LG 회장(오른쪽)이 12일 오후 서울시 강서구 마곡 LG사이언스파크를 방문해 연구원과 함께 투명 플렉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LG
 
구 회장은 지난 629LG 임시주총과 이사회를 통해 대표이사 회장에 취임하며 LG그룹 최고 자리에 올랐다. 이후 76일 동안 대외 활동을 자제하고 그룹 현안 파악에 힘을 쏟았다. 그러던 구 회장은 지난 12일 마곡 LG사이언스파크 방문으로 대외 행보 시작을 알렸다. 그는 이날 전장부품과 차세대 디스플레이 제품을 살펴보며 미래사업 분야에서의 융복합 연구개발 현황을 점검했다. 경영진들과 미래 준비를 위해 4차 산업혁명 기반인 인공지능·빅데이터,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분야의 기술을 우선적으로 육성키로 하는 등 연구개발(R&D) 경쟁력 강화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구 회장은 18일부터 4대그룹 총수·전문경영인들과 함께 방북 길에 오른다. 공식적인 첫 대외 행사로, 데뷔 무대가 커졌다. 선친인 고 구본무 회장이 4대그룹 총수 중에서는 유일하게 20006월과 200710월에 열린 1·2차 남북 정상회담에 모두 참석했기 때문에, 이번에도 구 회장의 방북이 유력하게 점쳐졌다. 구 회장이 방북을 확정지으면서 LG는 세 차례 정상회담에 모두 총수가 동행한 유일한 그룹이 됐다. 재계에서는 만 40세인 구 회장이 아직 경영능력을 충분히 검증받지 않은 상태에서 그룹을 물려받은 만큼 총수로서의 존재감을 언제, 어떻게 보일지 주목하고 있다. 연말 정기인사가 자신의 색깔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이번 방북은 구 회장이 총수 승계의 정통성과 본격적인 책임경영을 알리는 계기로 작용할 전망이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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