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래군의 인권이야기)김석기 의원은 사과하지 않았다
입력 : 2018-09-19 06:00:00 수정 : 2018-09-19 06:00:00
김석기 자유한국당 의원은 경찰 출신이고, 지난 2009년 1월20일 용산참사 발생 당시 서울경찰청장이었고, 경찰청장 내정자 신분이었다. 이런 지위만으로도 그는 용산참사에 대해 책임을 져야할 인물이다. 
용산참사는 용산 남일당 건물 옥상에 망루를 짓고 올라간 철거민들을 경찰특공대를 투입하여 강제 진압하는 과정에서 철거민 5명과 경찰특공대원 1명이 사망하였으며, 부상자만 해도 30명에 이르는 사건이었다. 물포가 망루를 향해 퍼붓는 가운데 불길이 일어나자마자 망루는 곧 불길에 휩싸였다. 현장을 생중계하던 인터넷 방송사 리포터는 “저기 사람이 있어요.”라면서 울부짖었다. 경찰의 눈에는 진압 대상자로 보일 뿐이었는지 모르지만 거기에는 분명 사람이 있었고, 그 사람들은 그곳에서 죽어 내려왔다. 
 
살을 에는 영하의 대설 한파가 몰아쳤던 새벽에 일어난 대참극…그날 또 하나의 지옥을 보았고, 그해 8월에도 용산참사를 재현한 것 같은 쌍용자동차 진압 과정을 보았다. 사람의 목숨을 하찮게 여기는, 노동자나 철거민과 같은 사회적 약자를 오로지 진압의 대상으로만 보는 잔혹한 진압의 대가는 지금까지 지독한 트라우마로 남겨져 있다. 
 
지난 9월5일, 경찰청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위원회는 “경찰청이 당시 경찰지휘부가 안전대책이 미비함에도 진압을 강행하고, 사건 이후에도 진상규명 보다 경찰공권력 행사의 정당성을 홍보하기 위해 경찰을 조직적으로 움직이려 했다”며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대해 김석기 의원의 반응은 예상대로였다. 한 언론사의 인터뷰에서 “불법 행위에 대해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상황을 없애는 게 본연의 임무”라면서 다시 그런 상황이 오면 같은 방식의 진압을 지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시 무전기를 꺼놓고 있어서 현장 상황을 보고 받지도 않았고, 지시도 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이번 조사 결과 그는 진압 과정에서 여섯 차례나 보고를 받았던 것이 확인되었다. 또한 참사 뒤에 검찰 수사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 당시 검찰 수사본부장이었던 정병두 서울중앙지검 차장과도 접촉을 지시했고, 사이버 수사대 요원들을 동원하여 댓글 공작도 벌이고 언론사의 칼럼까지도 쓰도록 종용하는 언론작업을 했다는 점도 새롭게 밝혀졌다. 이런 자신의 잘못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이 오로지 진압의 정당성만을 강조하는 게 김석기 의원의 일관된 태도다. 
 
그는 도리어 억울하다는 태도다. 대통령의 지침대로 법질서 확립을 위해서 조기 진압에 나선 결과가 다 잡아놓은 경찰총수의 자리에서 낙마하고 옷까지 벗어야 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오만한 태도는 김석기 의원에게서만 발견되는 게 아니다. 2009년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파업을 폭력 진압하였던 조현오 전 경찰청장도 최근 경찰청 조사위원회의 결정에 반발하고 있다. 백남기 농민을 물포로 사망에 이르게 한 강신명 전 경찰청장도 서과조차 하지 않고 버텼다. 그들은 적폐청산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모든 조사활동 자체를 부정하고 싶어 한다. 자신들의 잘못된 공권력 행사로 인해 사람이 죽어갔고, 엄청난 후과가 남았다는 사실, 그래서 경찰에 대한 분노가 치솟았고, 그로 인해서 경찰에 대한 불신을 초래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조금도 성찰하지 않는다. 
 
역대 경찰 총수들의 인권의식은 이처럼 천박하다. 아무리 윗선이 청와대의 지침과 지시가 있다고 해도 경찰력을 인권침해에 동원하려는 권력에 맞서는 경찰총수를 우리는 보지 못했다. 청와대가 지시하면 지시하는 대로 불법임을 알고도 경찰력을 동원해서 충성을 보여 왔다. 그런 총수의 밑에서는 인권 경찰이 세워질 수 없다. 
 
그래서 민갑용 신임 경찰청장의 태도가 중요하다. 경찰청 개혁위원회와 경찰청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위원회가 권고한 사항들을 지체 없이 이행함으로서 인권 경찰을 세우려는 모습을 보여야 할 때다. 김석기 의원을 비롯한 역대 경찰 총수들의 반인권 언행이 낳은 경찰에 대한 불신을 씻을 기회를 민 청장은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박래군 뉴스토마토 편집자문위원(pl317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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