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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해외서 성장동력 찾는다"
업비트·코인원·빗썸 등 해외 시장 개척 잇달아…해외거래소 설립·협업 추진
정부, 벤처업종에서 암호화폐 거래소 제외…1년째 ICO전면금지 기조 유지
2018-09-20 14:21:41 2018-09-20 14:21:41
[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국내 암호화폐(가상통화·암호화자산)거래소가 해외시장 개척에 잇달아 나서고 있다. 지난해 9월 정부가 암호화폐공개(ICO)를 전면 금지하고 벤처업종에서 거래소를 제외하는 등 전방위적 규제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로 분석된다.
서울 중구의 한 암호화폐거래소 전광판 앞을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20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고 있는 두나무는 내달 초 ‘업비트 싱가포르(Upbit Singapore)’ 거래소를 공식 오픈할 예정이다. ‘업비트 싱가포르’는 두나무가 처음 개설하는 해외 거래소로, 두나무는 싱가포르를 시작으로 블록체인 산업을 육성하는 국가에 적극 진출할 계획이다.
 
싱가포르 금융당국은 ‘글로벌 블록체인 허브 국가’를 표방하고 있으며, 산업 육성을 위해 적극적인 시장 개방에 나서는 한편 암호화폐 거래소에 엄격한 고객알기제도(KYC)와 자금세탁방지(AML) 규제준수를 요구하고 있다. 두나무는 올해 2월부터 관련 시스템을 구축해왔으며, 최근 싱가포르 법인 대표에 김국현 전 카카오 인도네시아 대표도 선임했다. 이를 통해 글로벌 암호화폐 시장에서의 지위를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김 대표는 "블록체인 산업을 육성하는 국가에 거래소를 오픈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다양한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주도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며 "블록체인 산업 다각화와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중요한 시작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의 해외시장 진출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코인원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설립한 ‘코인원 인도네시아(Coinone Indonesia)'의 베타 서비스를 끝내고 정식 거래소를 열었다. 코인원 인도네시아는 ▲비트코인(BTC) ▲라이트코인(LTC) ▲이더리움(ETH) 등 7종의 암호화폐 거래를 지원하고 있으며, 인도네시아 현지 제도와 문화에 최적화된 서비스를 선보인다는 게 코인원의 전략이다.
 
차명훈 코인원 대표는 "인도네시아의 블록체인, 암호화폐 시장을 선도할 것"이라며 "인도네시아는 코인원이 글로벌로 나아가기 위한 전초기지 역할을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빗썸 또한 해외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현재 빗썸은 일본과 태국 등에 현지 법인 설립을 추진하고 있으며 일본 금융청과 태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거래 허가 획득 절차를 밟고 있다. 이와 함께 몽골, 러시아 등의 금융기관과 협업도 진행 중이다. 해외 금융기관과 사업제휴나 현지법인 설립 추진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지난 18일 러시아 국책은행인 가즈프롬뱅크 임원진은 빗썸을 방문해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부문 기술협력에 대해 논의했으며, 특히 왁스만 가즈프롬뱅크 부회장이 암호화폐거래소 운영과 거래시스템 구축에 대한 협업을 제안했다고 빗썸은 밝혔다.
 
이밖에 네이버 라인은 지난 7월 싱가포르에 암호화폐 거래소 비트박스를 설립했으며, 블록체인 1세대 기업 글로스퍼는 코인빌과 필리핀에 암호화폐거래소 구축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들 거래소의 해외 진출 배경에는 국내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정부의 규제와 한계가 자리 잡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9월 ICO전면 금지방침을 내놓은 후 1년이 되도록 이렇다 할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여기에 암호화폐 거래 실명제가 도입되면서 신규 고객 유입에 제약이 가해졌으며, 최근에는 중소벤처기업부가 암호화폐 거래소를 벤처기업에서 제외하는 시행령까지 내놨다.
 
이에 반해 싱가포르, 홍콩, 태국,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등은 암호화폐거래소를 합법화하거나 ICO유치 및 블록체인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실제 태국 정부는 암호화폐 거래소를 제도권으로 편입시켰으며, 러시아 정부 또한 암호화폐를 자산으로 규정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ICO와 관련해 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했으며 우즈베키스탄은 암호화폐 수익에 대해 비과세 정책을 펼치고 있다.
 
거래소 입장에서는 해외 시장 진출을 발판 삼아 더 많은 고객과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데다 국내 시장에 대한 규제까지 탈피할 수 있는 셈이다.
 
이름을 밝히기 거부한 암호화폐 거래소 한 관계자는 "(해외 거래소의 경우) 국내 거래소를 없애고 나가는 것이 아니고, 별도의 법인이 설립되는 것"이라면서도 "암호화폐 거래 플랫폼 자체가 국경 없이 운용되기 때문에 시장 다각화 차원에서 블록체인에 개방적인 나라로 사업을 확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한국의 경우 블록체인 산업을 육성한다고는 하지만, 사실상 블록체인을 활용하는 암호화폐나 거래소에 대해선 너무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며 "중국 후오비나 오케이와 같은 거래소가 한국에 문을 연 것처럼 (한국 거래소도) 새로운 성장 기회를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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