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굿바이, 아이폰SE” 소형 스마트폰 시대의 종말
2018-09-25 00:00:00 2018-09-25 00:22:03
[뉴스토마토 채명석 기자]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4형(인치) 이하 화면 크기로 ‘한 손에 잡히는’ 소형 스마트폰 시대가 종말을 고했다.
 
미국 정보기술(IT) 매체 와이어드의 브라이언 배럿 기자는 최근 올린 ‘더 이상 소형폰은 없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애플이 새로운 아이폰 신제품을 발표 직후 자사 공식 사이트에서 ‘아이폰SE(Special Edition)’을 판매하지 않은 것과 관련, “소형 스마트폰 시대가 공식적으로 끝났음을 의미한다”고 보도했다.
 
후속작 출시 안해, 6S도 단종
지난 2016년 선보인 SE는 4형의 화면 크기뿐만 아니라 저가 모델이라는 제약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기능이 포함됐다는 점에서 출중한 제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애플이 그해 발표한 플래그십 모델 ‘6S’와 같은 칩을 탑재하면서 주머니에 무리 없이 들어가는 크기에다가 초기 출시가격은 16GB 모델이 399달러(약 45만원)로, 애플의 가격 정책 표준에서 생각하면 놀라울 정도로 저렴했다. 무엇보다 SE는 당시에도 이미 진행되고 있던 디스플레이 대형화라는 스마트폰 업계 유행에 과감하게 맞서겠다는 애플의 의도도 담겨 있었다.
 
SE와 함께 6S도 이날 애플 공식 사이트에서 사라져 두 모델이 함께 은퇴했다. 이에 따라 일반 이어폰 잭이 적용된 아이폰도 사라졌다. 단, 다른 업체의 제품을 열심히 찾아보면 여전히 이어폰 잭을 쓸 수 있는 하이엔드 기종을 얻을 수는 있다.
 
SE의 판매 중단으로 소형 스마트폰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봐도 좋다. 지난 4월 일본 소니가 출시한 5형 크기의 ‘엑스페리아 XZ2 컴팩트’가 있긴 하디. 하지만 소니는 최근 독일 베를린에서 개최한 가전 전시회 ‘IFA 2018’에서 홍보 대변인은 후속 모델(소형 스마트폰)에 대한 논평을 하지 않았다. 미래가 불투명하다.
 
2016년 3월21일(현지시간) 그렉 조스위악 애플 마케팅 부사장이 미국 캘리포니아 쿠퍼티노 애플캠퍼스 타운홀에서 열린 신제품 공개 행사에서 아이폰SE를 소개하고 있다. 화면 크기 4형(인치)의 아이폰SE는 지난 12일 2018년도 아이폰 신제품 발표 직후 판매가 중단됐다. 이로서 소형 스마트폰 시대는 사실상 막을 내렸다. 사진/뉴시스
 
스마트폰, ‘캔버스’로 용도 진화
시장조사기관 글로벌 데이터의 아비 그린가트 애널리스트는 “애석하다”면서 “작고 한 손으로 들고 쉽게 일할 수 있는 스마트폰을 원하는 사람은 많이 있다”고 말했다.
 
손 문제만이 아니다. 대화면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려면 더 큰 바지 주머니와 지갑 공간을 차지한다. 엄지손가락과 청바지에 엄지와 청바지 주머니에 부담을 준다. 사용할 때는 더 실망스럽다. 조작하려면 양손이 필요하기 때문에 더 많은 주의력을 필요로 한다. 화면이 커지면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지므로 그만큼 일상생활이 스마트폰 중심으로 전개된다.
 
이것이 대화면화 트렌드 뒤에 숨어있는 진정한 이유다. 소형 스마트폰과의 이별은 슬프지만, 그렇게 놀랄만한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린가트는 “스마트폰의 용도가 변화하고 있다. 스마트폰은 이제 내비게이션 디바이스가 됐다. 세계를 보는 창이 된 것이다. 어딜 가거나 누군가와 연락을 취하거나 무엇을 하든지 우리는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넷플릭스를 보거나 인스타그램과 같은 시각적인 경험을 하기도 전에 이미 스마트폰은 통신기기가 아닌 영상기기, 다시 말해 ‘도구(gadget)’가 아닌 ‘캔버스(canvas)’가 됐다. 당신의 손은 싫다고 불평하겠지만, 당신의 눈은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고 전했다.
 
PC·TV 대체, 대화면 더 중요
스마트폰의 세계적인 보급에 따라 큰 디스플레이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개발도상국가 시장에서는 스마트폰이 전통적인 PC 또는 TV세트의 역할을 대체하고 있다. 이것이 핵심이다. 이들 지역에서는 스마트폰이 외부 세계를 향한 유일한 관문이다. 누구라도 그들에게 가능한 한 큰 시야(대화면 스마트폰)를 판매하고 싶을 것이다.
 
대형 스마트폰은 최근 인간공학 관점의 연구를 통해 더 큰 디스플레이를 좁은 본체에 적용해 나감으로써 전체 크기는 줄여나가고 있다. 새로 출시된 ‘아이폰XR’의 경우 홈 버튼을 없애고 베젤(화면 테두리)을 극한으로 깎은 덕분에 4.7형 ‘아이폰8’보다 조금 큰 본체에 화면 사이즈는 6.1형이다.
 
주머니에 가까스로 들어가는 대형 스마트폰과 매일 씨름하느라 지친 사용자들에게 위로는 존재하지 않는다. 사실, 사용자들은 생각할수록 화가 난다. 애플이 진정으로 노력했다면, SE 크기의 본체에 큰 화면을 집어넣을 수 있었지 않았을까? 소비자들의 엄지손가락은 결코 알 수 없을 것이다.
 
결국, SE의 퇴장은 소형 스마트폰을 원하는 소비자들이 그렇게까지 많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충분한 수요가 있었다면, 제조사가 생산을 종료하는 것은 없었을 것이다. 반면 소형 스마트폰은 생존의 기회가 없었다고도 지적했다. 애플은 2017년 SE의 후속 모델인 ‘SEs’를 출시하지 않았다. 업계의 방향성이 시장 동향과 관계없이 정해진 것도 소형 스마트폰 시장 축소에 영향을 미쳤다. 애플을 포함한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은 수년 전부터 회사 매출은 스마트폰 화면 크기에 비례해 증가할 것으로 판단하고 최신 기술은 가장 큰 모델(플래그십 모델)에 탑재하기로 결정해왔다.
 
심플함 원하는 고객 소수 불과
가트너 모바일 담당 애널리스트 뚜엉웅우옌은 “스마트폰 화면 크기가 커지면 그 기종은 주력제품임을 의미하기 때문에 가격 포인트(가장 잘 팔리는 상품 가격 범위)도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소형 스마트폰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닐 것이다. 특히 심플한 것을 갖고 싶어하는 계층의 수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5초 간격으로 휴대폰을 확인할 일은 피하려고 있는 사람들”이라면서도 “그래도 대다수는 역시 큰 화면을 요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SE는 애플은 새 운영체제 ‘iOS 12’로 업그레이드 할 수 있다. 하지만 SE를 손에 넣으려면 이베이나 중고 스마트폰숍에 의지해야 한다. 일부 기종이 피처폰으로 부활하고 있고 SE의 부활도 점쳐지지만, 메인이벤트는 아니며 메인 기기의 판매를 촉진시키는 보완 역할에 그칠 전망이다.
 
배럿 기자는 끝으로 “소형 스마트폰은 기본적으로 멸종했다. 지금까지 잘 노력해 주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진심으로 유감이다”고 전했다.
 
채명석 기자 oricms@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