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손희연 기자] 지난해 치열했던 수주 경쟁의 여파로 일부 건설사들이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 위반 혐의로 경찰의 압수수색을 받는 등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건설사들은 올 하반기 남은 기간에도 서울 주요 도시정비사업지 수주를 위한 총력전이 예상된다. 또다시 진흙탕 싸움이 펼쳐질 우려가 있지만 당국이 강력한 단속에 나서 건설사들도 일단은 '클린경쟁' 기치를 세웠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남은 서울 주요 도시정비사업지 가운데 대어급에 속하는 사업지는 ▲강남구 대치동 대치쌍용1차 ▲강서구 방화6구역 ▲은평구 갈현1구역 등이다.
서울 강남의 대표적인 재건축 아파트 단지인 반포주공 1단지. 사진/뉴시스
다른 도시정비사업지에 비해 추진속도가 빠른 편에 속하는 강서구 방화6구역이 시공사 선정 작업의 포문을 열고, 사업시행인가 신청을 마친 대치쌍용1차 등이 뒤를 이어 시공사 선정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해당 사업지들에는 벌써 다수의 건설사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속에 관계당국의 현장점검과 더불어 경찰의 압수수색 등 재건축 사업 비리를 겨냥한 칼날이 매섭다. 국토부와 서울시 합동 조사반은 서울 동대문구 이문3구역 재개발 조합과 강남구 개포 주공1단지 재건축 조합에 대한 조사를 이달 펼쳤다. 앞서 1차 점검이 이뤄진 지난달에는 서초구 반포 주공1단지 3주구와 강남구 대치쌍용2차, 동작구 흑석9구역 조합에 대한 조사가 진행된 바 있다.
지난달에는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가 롯데건설 주택사업본부를 압수수색했다. 신반포15차 재건축 사업을 따내기 위해 대우건설과 경쟁하던 중 조합원들에게 금품을 제공했다는 혐의다. 경찰의 대형건설사 압수수색은 올해 들어 세 번째다. 지난 1월 신반포 15차를 수주한 대우건설을 시작으로 4월에는 반포1·2·4지구 재건축 시공권을 따낸 현대건설이 같은 혐의로 압수수색을 받은 바 있다.
국토교통부는 시공사 수주 비리 처벌을 강화하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이 공포됨에 따라 시행령이 적용되는 오는 10월13일부터 재건축 수주전에서 금품을 제공한 건설사는 5000만원 이하 벌금 외에도 시공권 박탈, 공사비의 20%를 과징금으로 부과한다. 향후 2년간 입찰 참가 자격 제한도 받을 수 있다.
이같은 당국의 강력 조치에 업계 수주전 양상도 예년들과 사뭇 다르다. 건설사들이 경쟁에 몸을 사리는 등 조심하는 눈치다. 먹거리 확보를 위해 수주 경쟁에서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은 확고하지만 자칫 경쟁이 과열돼 금품 제공 등 입찰 비리에 연루될 가능성은 철저히 경계한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수주전이 시작되기도 전에 건설업체 간 물밑작업 등 경쟁이 치열했지만, 올해는 홍보를 통한 방식으로 조합원 표심잡기 나서고 있다"며 "건설업체 간 진흙탕 싸움은 줄어들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도시정비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시행 전이라 재건축 사업지들의 사업 속도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좋은 사업지가 많이 나온 영향으로 수주전이 과열된 탓도 있었다"며 "올해 남은 물량 가운데 사업성이 우수한 곳에 건설사들이 참여는 하겠지만, 예전 만큼의 퍼주기식 물량공세를 펼치기에는 부담감이 상당할 것"이라고 전했다.
업계 내에서는 클린 경쟁에 대한 기대감도 싹트고 있다. 결국 다시 과열 경쟁이 펼쳐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지만 클린 경쟁을 통한 공정한 수주전 문화가 자리잡을 수도 있다는 기대도 엿보인다. 한 건설업계의 관계자는 "공정한 경쟁(클린 경쟁)이 이뤄지는 수주전 분위기가 점차 자리 잡게 된다면 진행되는 사업지에도 선진적으로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손희연 기자 gh704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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