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구태우 기자] 현대차그룹이 주력 계열사인 현대·기아차와 현대제철의 불법파견 문제로 홍역을 앓고 있다. 사내하청 노조는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노숙농성에 돌입, 압박 수위를 높였다.
27일 노동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의 사내하청 노조(이하 하청노조)는 이날 오후 노동·시민단체 관계자 200여명과 함께 점거 농성 중인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촛불집회를 연다. 하청노조는 추석 연휴 기간에도 연일 집회를 열었다. 집행부의 단식농성도 이날로 6일째를 맞았다.
현대·기아차 사내하청 노조가 최근 서울고용노동청 4층에서 점거농성을 하고 있다. 사진/민주노총 금속노조
현대제철 사내하청 노조(하청지회)는 현대제철의 특별근로감독을 요구하며 농성 중이다. 지난 20일 회사의 부당노동행위 조사를 촉구하며 청와대 앞에서 노숙농성을 시작했다. 하청지회는 최근 현대제철의 사내하청업체 대표였던 A씨로부터 문건을 다량으로 입수했다. 해당 문건에는 현대하이스코(현 현대제철)가 2006년부터 순천공장 사내하청 노조 무력화를 위해 조합원 탈퇴를 종용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최근까지 사내하청업체 취업자의 성향을 파악해 채용한 사실도 문건에 포함됐다. 사상 등을 이유로 취업을 방해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하청노조와 하청지회가 투쟁 수위를 높인 건 사내하청 노동자의 직접고용을 앞당기 위해서다. 현대·기아차는 2012년 대법원 판결 이후 정규직 노조와 특별채용에 합의, 사내하청 노동자를 직접고용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까지 6000명을 직접고용했고, 2021년까지 3500명을 추가로 채용한다. 기아차는 지난해까지 1087명을 직접고용했다.반면 하청노조는 특별채용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청업체의 근속기간 인정 및 체불임금 지급이 어렵기 때문이다.
하청노조는 대신, 고용부가 직접고용 시정명령을 내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파리바게뜨 불법파견 사례와 같이 시정명령을 내릴 경우 이행기간과 과태료가 정해져 구속력이 높다. 현대·기아차의 불법파견은 2004년 이후 14년 동안 이어졌는데, 고용부의 시정명령을 통해 해결을 앞당길 수 있다.
하청지회는 이번 부당노동행위 문건을 통해 고용부와 현대제철을 동시에 압박하고 있다. 다수의 문건은 이미 공소시효가 지났지만, 최근 위법행위도 담겨있어 특별근로감독의 가능성은 살아있다. 특별근로감독에 들어갈 경우 사내하청 노동자의 실 사용자는 현대제철로 입증될 가능성이 높다는 기대도 깔렸다. 1심에서 하청지회(순천공장)가 승소한 점도 노조에 유리하다. 하청지회 관계자는 "정부가 현대제철의 불법파견과 부당노동행위를 방관할 경우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핵심 계열사에서 불법파견 문제가 재점화되면서 당혹스러운 눈치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불법파견은 아픈 손가락이다. 회사가 노사합의를 통해 단계적으로 사내하청 노동자를 직접고용하고 있지만, 관련 소송과 농성은 줄을 잇고 있다. 현대제철은 대법원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불법파견 문제를 관망하는 분위기다. 이 과정에서 판결에 영향을 미칠 문건이 공개된 점은 리스크다.
구태우 기자 goodt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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