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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경영인 시대 빨라진다…"오너보다 경영효율성 높아"
백자욱 창원대 교수 분석…'소유와 경영 분리' 필요성 시사
2018-09-27 16:43:17 2018-09-27 16:59:37
[뉴스토마토 채명석 기자] 오너가 경영하는 기업보다 전문경영인이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는 기업의 경영효율성이 더 높다는 연구조사 결과가 나왔다. 삼성과 현대차, LG 등 재계에서 3~4세 시대가 본격화된 가운데, 이 같은 결과는 소유와 경영의 분리 필요성을 시사해 의미가 깊다. 자식세대에게 경영권을 물려줘야 한다는 승계 의식이 여전히 짙은 가운데, 일부 기업들은 능력 있는 전문경영인을 중용하고 오너는 그룹 대표 및 총괄로서의 회장 역할로 빠지는 변화도 보인다.
 
백자욱 창원대학교 금융보험학과 교수는 한국산업경영학회를 통해 최근 발표한 ‘오너CEO 기업과 비오너CEO 기업과의 경영실적 비교분석’ 논문에서 미래 기업가치를 반영한 시각으로 봤을 때 전문경영인이 뛰어난 경영실적을 나타내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유가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제조기업 662곳을 대상으로 2015~2017년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재무제표 3년치 샘플 1986개를 자료포락분석(DEA) 고정산출(CCR) 방법으로 분석했다. DEA CCR 방식은 주로 효율성(성과평가)을 도출하는데 활용된다. 662개사의 1986개 샘플을 대상으로 ▲발행주식 총수에서 오너 일가(본인 친인척, 가족의 이해관계자 포함)가 최소 20% 이상의 소유권을 갖고 통제하는 가족기업과 비가족 기업 ▲가족기업중 오너CEO로 경영되는 기업과 오너에 의해 채용된 전문경영인이 경영하는 기업으로 나눠 각각의 경영 효율성을 분석했다.
 
먼저, 조사 대상 기업들 중 가족기업은 618곳(샘플수 1855개)으로 93.4%, 비가족기업은 6.6%인 44곳(131개)에 그쳤다. 이들 샘플을 대상으로 경영효율성(CCR, 산출물의 가중평균 합계를 투입물의 가중 평균으로 나눈 수치)을 도출해 보니 가족기업은 평균 0.143으로 비가족기업 평균 0.113보다 높았다. 샘플 차이가 너무 커 객관적인 비교가 어렵기도 했지만, 그만큼 코스피에 상장된 제조기업 대부분이 가족기업의 형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금은 사라진 삼성 수요 사장단 회의를 마치고 서초사옥을 나오는 삼성 전문경영인들. 백자욱 창원대 교수는 최근 발표한 논문에서 가족기업 중 전문경영인이 CEO를 맡은 기업의 경영효율성이 오너CEO가 담당하는 기업보다 높다고 발표했다. 사진/뉴시스
 
이어 가족기업으로 분류된 1855개 샘플을 다시 오너CEO와 비오너CEO(전문경영인)로 분류한 결과 전자는 총 984개(53%) 샘플이, 후자는 871개(47%)였다. 이를 DEA CCR 기법을 적용해 경영효율성을 구한 결과 오너CEO 기업은 평균 0.140, 전문경영인 기업은 0.147로 전문경영인이 운영하는 기업에서 경영효율성이 높았다. 백 교수는 이에 대해 자기자본과 총영업비 대비 기업의 시장가치라는 측면에서 전문경영인의 업적이 더 높게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 이동찬 코오롱 명예회장은 지난 1992년 발간한 자서전에서 재벌이 사라지기까지 대략 ‘30년’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측했다. 재벌 기업들은 매년 20~30%씩 증자하고, 사업 확장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총수들이 자신의 주식을 내놓으면서 지분율이 계속 떨어지며, 총수가 죽으면 상속세로 70~80%가 나간다. 따라서 30여년 뒤 2·3세 경영인이 나올 무렵에는 대기업은 총수 개인이 아닌 ‘국민의 기업’이 되어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었다.
 
백 교수의 연구 결과도 이 명예회장의 예상과 다르지 않다. 그는 조사 대상 가운데 비가족기업이 7%도 채 안되지만, 가족기업 가운데 47%가 전문경영인에 운영되고 있는 상황은 ‘고무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 전문경영인의 경영효율성이 더 나은 것은 더 희망적이라고 강조했다. 유교적 성향이 짙은 아시아권 기업들이 여전히 가업 승계를 중시하는 상황에서, 한국 가족기업 절반 가까이가 이미 전문경영인이 CEO로 활약하고 있고 성과도 내고 있다는 사실을 학문적으로 확인한 셈이다.  
 
채명석 기자 oricm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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