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명석의 재계시각)박용만 ‘1인 체제’ 한계가 보인다
입력 : 2018-09-30 15:03:52 수정 : 2018-09-30 15:08:38
[뉴스토마토 채명석 기자]  ‘정·재계 소통창구.’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상의) 회장에게 주어진 소임이다. 2013년 당시 58세였던 박 회장이 경제5단체 가운데 하나이자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와 함께 재계를 대표하는 상의 회장에 선임되자, 많은 이들이 기존과 다른 변화를 기대했다. 
 
5년이 지난 현재, 박 회장은 일정 부분 기대를 충족시켰다. 지위고하는 물론 내·외부를 가리지 않는 폭넓은 소통과 친화력으로 등을 진 이해관계자들까지 대화 테이블에 앉히는 등 소통에 큰 점수를 받고 있다. 2016년부터는 두산그룹 회장에서 물러나 상의 회장직에만 집중하고 있다. 특히 문재인정부 출범 후 국정농단 사태에 휘말린 전경련을 대신해 상의가 정부와 경제계의 유일한 대화창구로 부상하면서 박 회장의 대외활동 폭은 더욱 넓어졌다. 정부와 정치권 모두 박 회장하고만 대화의 문을 열어놓고 있으니, 경제계 모든 건의와 민원은 상의에게만 쏠릴 수밖에 없게 됐다. 전경련 회장에게 뒤따랐던 ‘재계 얼굴마담’이라는 별칭도 요즘은 박 회장을 지칭하는 단어로 쓰이고 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지난 9월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 참석해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들으며 생각에 잠겨 있다. 박 회장은 정·재계와 경제계간 유리한 소통창구로 기업 정책에 대한 대정부건의를 혼자 도맡고 있다. 사진/뉴시스
 
그런데 이 같은 과도한 ‘박용만 쏠림현상’이 바람직한 것일까. 산업화 이후 경제단체 무용론은 재계의 상시적 논란이자 화두였다. 그럼에도 경제단체 체제가 유지되는 이유는 최소한의 필요성 때문이다. 국민들이 보기엔 비슷해 보이지만, 각 경제단체의 고유 업무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상의는 대·중소기업을 아우르는 상공인을 대표하며, 전경련과 중소기업중앙회는 각각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입장을 보다 적극적으로 대변하고,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기업들의 노사문제를 다루며, 한국무역협회는 무역·통상이 주된 업무다. 문제 해결에 대한 방법론에서도 차이가 있다. 때문에 그동안 정부는 정책 현안을 추진하는 데 있어 경제 5단체장들을 초청해 브레인스토밍 방식으로 의견을 청취해 왔다.
 
그러나 현 정부 들어서면서 이러한 논의 체제는 무너졌다. 박 회장의 상의하고만 이뤄지는 대화는 경제계의 모든 이해관계를 다루는 데 한계가 있다. 박 회장은 상의 회장 취임사에서 반기업 정서 해소와 기업 활동을 제한하는 규제 혁파에 온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5년간 역대 어느 상의 회장보다 많이 뛰었으나 노력에 비해 거둔 성과는 초라하다. 지난 7월 열린 ‘제43회 제주포럼’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박 회장 스스로 “그렇게 절박하게 얘기하고 다녔는데 효과가 없었던 데 대해 정말 무력감과 자괴감을 느낀다”고 호소할 정도. 게다가 재벌의 일탈과 갑질 등 상식 이하의 사건으로 반기업 정서는 오히려 더 심화됐다. 이 흐름이 재벌개혁을 비롯한 규제 문제로 이어지면서 정치권과 정부는 경제계의 건의를 받아들이는데 주저하고 있다.
 
현안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니 박 회장이 정부와 상의간 밀월관계만 부각시켰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재계 한 고위 관계자는 “정부의 홍보모델 같다”며 실망스럽다는 뜻을 전했다. 지난 6일 페이스북에 올렸다 삭제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 ‘지명 철회’ 논란과 관련한 글은, 박 회장 개인적 견해였지만 야권과 그들을 옹호하는 지지자들로부터 강한 비난을 사기도 했다. 경제단체들이 제 위상을 유지했다면 해프닝으로 끝났겠지만, 박 회장이 혼자 꾸려나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오히려 비판의 강도도 커졌다. 
 
경제계에서는 최소 한 명 이상의 경제단체장이 박 회장의 짐을 덜어줘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하지만, 누가 그 역할을 해낼지에 대해서는 좀처럼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채명석 기자 oricm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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