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LG 지속적 강세 속 재벌·총수 신뢰도 '회복'
정부·재계 우호적 관계 반영…"부정 이슈 막는 것이 중요"
2018-10-01 07:00:00 2018-10-01 07:00:00
재계 입장에선 현 시점이 이미지 회복의 적기다. 2016년 국정농단 청문회로부터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고, 출범 2년차 문재인정부 역시 재벌과의 갈등을 자제하며 투자와 고용을 독려하는 모습이다. 특히 10월 조사가 이뤄진 9월18일부터 20일은 국민적 관심사인 3차 남북정상회담에 재벌 총수들이 대거 동행, 관련 언론 보도가 쏟아지면서 적폐의 불신 이미지도 걷혔다.
 
10월 조사에서 가장 눈에 띈 것은 기업의 신뢰도가 전반적으로 상승세라는 점이다. 본 조사에서 일반인지 부문의 신뢰도는 일종의 절대평가 의미를 지닌다. 행태 부문의 점수가 30대 기업이 함께 있는 선택지에서 고른 응답을 가중치를 통해 산정하는 방식이라면, 신뢰도는 특정 기업이나 특정 인물 하나에 대한 평가를 수치화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신뢰도 평가에서 특히 기업의 경우 상위그룹(LG 39.344.5, 삼성 14.728.4, GS 24.827.1, SK 17.425.6, 현대차 16.523.5)과 하위그룹(한진 -20.3-16.4, 부영 -19.1-14.4, 중흥건설 -5.6-6.0, 삼라마이더스 -4.1-4.0, 금호아시아나 -15.50.6)을 막론하고 상승세 내지는 회복세가 보였다
 
기업마다 호재와 악재가 제각각이었음에도 이러한 흐름이 나타난 배경에는 최근 정부와 재계 간 우호적 기류가 형성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3차 남북정상회담의 여파가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이전 이러한 흐름이 온 것으로 볼 때, 이러한 추세는 다음달까지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향후 조사에서 염두에 두고 추적·비교해야 할 대목이다.
 
재벌그룹 신뢰도 평가 흐름이 총수에게는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은 것도 유의할 부분이었다. 기업 신뢰도 평가와 비슷한 수준의 상승세 혹은 회복세를 경험한 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8.5→1.1) 정도였고, 하위 5명의 총수들은 답보 상태거나 더 나빠졌다. 기업 이미지가 회복되는 전반적인 훈풍 속에서도 재벌총수 개인의 이미지는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있고, 특히 ‘갑질 논란’으로 문제가 된 몇몇 총수들의 경우에는 이미지 개선이 쉽지 않음을 시사한다.  
 
LG에 대한 사회적 신뢰는 확고한 수준
 
대한민국 재벌 신뢰지수 조사가 시작된 후 6개월째 LG가 수위를 지키고 있다. 10월 조사에서 LG의 일반인지 부문 신뢰도는 44.5를 기록했다. 28.4로 2위에 오른 삼성과의 격차도 크다. 행태 부문 점수는 35.5로, 34.6을 획득한 삼성의 추격이 거세졌지만 정상을 지켰다. LG의 신뢰도가 높은 층을 살펴보면 부산, 50대이상, 여성, 화이트칼라·가정주부, 대학원졸이상, 월 가구소득 501만~600만원으로 나타난다. 구성이 쉽게 분석될 만큼 단일하지 않으며, 식자층과 서민층을 포괄했다. 행태 부문 조사에서 LG가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항목에서는 가중처리 기준으로 인천·부산, 40대, 여성, 화이트칼라, 월 가구소득 300만원 이하·601만원 이상에서 점수가 높게 나타났다. 지역편차가 그다지 보이지 않을뿐더러, 가구소득 기준으로 가장 상이한 집단에서 동시에 신뢰를 이끌어냈다.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LG 트윈타워의 모습. 사진/뉴시스
 
LG에 대한 사회적 신뢰는 더 이상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봐야 한다. 지난 5월 타계한 고 구본무 회장의 생애가 재조명되면서 만들어진 사회적 파장도 있었지만, 시민들에게 인지된 몇 안 되는 재벌그룹 중에서는 확연히 차별화되는 이미지를 구축했다. ‘홍보만 빼고 다 잘하는 LG'라는 누리꾼들의 수식어는 역설적인 것이 되었다. LG의 사회공헌 방식은 여타 기업의 모범이 될 수 있다. 
 
총수 이미지는 부정적 이슈만 없으면 자연회복? 
 
행태 부문 재벌총수 항목에서도 1위는 구광모 LG 회장이었다. 2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긍정순위 1위, 부정순위 3위)에 비해 긍정순위는 낮았지만(2위) 부정순위가 현저하게 낮았던 것(11위)이 그 원인이었다. 일반인지 부문의 결과를 보면, 이재용 부회장은 13위(1.1)에 그친다. 긍정평가와 부정평가가 함께 높아 총점을 깎아먹는 삼성의 특징이 여기서도 나타났다. 하지만 9월 조사와 비교하면 가장 큰 폭의 호전(-8.5→1.1)을 경험한 인물이기도 하다. 
 
지난달 18일 특별수행원으로 평양을 찾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리용남 내각부총리와 면담을 가졌다. 사진/평양공동취재단
 
다만 5월부터의 신뢰도 추이를 살피면 이재용 부회장은 결코 특이한 사례가 아니다. 5월 조사와 10월 조사를 비교하면 30대그룹 총수의 상당수가 10포인트 이상 신뢰도가 상승하는 추세다. 10월 조사에서 플러스 수치를 기록한 총수들만 5월 조사와 비교할 경우, 구광모 LG 회장(13.1→30.7), 허창수 GS 회장(-3.0→13.9), 구자홍 LS니꼬동제련 회장(0.1→13.3), 정몽구 현대차 회장(-6.2→12.9),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9.6→5.7), 정몽진 KCC 회장(-10.6→5.0),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11.3→4.2),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10.2→4.0), 박현주 미래에셋대우 홍콩 회장(-13.0→2.4), 이웅열 코오롱 회장(-10.6→2.1), 박용곤 두산 명예회장(-15.3→1.9), 이재현 CJ 회장(-15.7→1.5),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23.7→1.1) 등이다. 
 
6·13 지방선거 정국까지 민주당 지지층에서 최순실 게이트에 협력한 재벌 총수들에 대한 신뢰가 지극히 낮았다면, 지방선거 이후 정부와 재계의 협력에 대한 기대치가 생기면서 이후 신뢰가 회복됐다고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러한 틀에서 볼 때 이재용 부회장은 워낙 신뢰도가 낮은 지점에서부터 상승하기도 했지만, 그간 국정농단의 핵심인물로 꾸준히 재판에 연루됐기 때문에 더욱 회복세가 더뎠다고 분석할 수 있다. 뒤집어 말하면 재벌 총수에 대한 신뢰는 긍정 이슈를 굳이 만들지 않아도 부정이슈가 더 이상 생산되지만 않으면 시간이 지날수록 올라간다고 볼 수 있다. 
 
김동영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기획실장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