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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수은, 지방이전 재점화에 난색
정책수행업무 차질 우려 제기…정치권 "이전해도 역할 문제 없다"
2018-10-03 18:21:28 2018-10-03 18:21:28
[뉴스토마토 최홍 기자] 정치권을 중심으로 국책은행 본점의 지방 이전이 재점화되면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난색을 표했다. 현재로선 두 기관의 지방이전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낮지만,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정책금융 개편 작업과 맞물려 지방이전 이슈라는 복병까지 등장하면서 혼란스러운 모습이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의 본점을 지방으로 옮기자는 목소리가 최근 들어 높아지고 있다.
 
최근 김해영 더민주 최고위원은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산은과 수은을 지방으로 이전해도 역할을 하는 데 큰 문제가 없다고 검토됐다"며 "당내 여론을 설득하고 정부에 요청하면 지방 이전 공공기관에 산은과 수은이 다시 포함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지난달 초만 하더라도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지방이전 대상 공공기관에서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없었지만, 한달여만에 재점화되는 모습이다.
 
김해영 의원은 관련법 개정안 준비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한국수출입은행법 3조와 한국산업은행법 3조는 각각 '수출입은행은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둔다', '한국산업은행은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둔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책은행들은 국회의 갑작스러운 부산 이전 발표에 곤란함을 나타냈다. 국책은행 관계자는 "이 많은 직원들이 부산으로 내려가야 한다고 하니 머리가 복잡해진다"며 "여의도에서 정부와 교류하며 정책을 수행해야 하는데 업무차질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법까지 개정해서 부산으로 이전해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전북에도 금융혁신도시가 조성되고 있는데 왜 꼭 부산에 이전해야하는지 그 의도가 궁금하다"고 전했다. 
 
특히 정부가 추진 중인 정책금융기관 역할개편이라는 굵직한 정책도 앞두고 있어 혼란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초 업무보고를 통해 정책금융기관의 기능을 대기업·전통산업 중심 지원에서 혁신·벤처기업·신산업 중심 지원으로 전환하는 내용의 정책금융 개편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산업은행은 혁신성장 선도 금융기관으로, 기업은행은 중소기업 지원 인프라기관으로, 신용보증기금은 시장형 보증기관으로 키우는 방향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정책금융기관이 민간기업 혁신성장을 효율적으로 지원할지를 중점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산업은행·수출입은행 등에 대한 정책금융 개편 작업은 기획재정부 측에서 외부용역을 맡긴 상태"라고 전했다. 당초 이달까지는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세부 방향의 틀을 잡을 계획이었으나, 연말에야 연구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국책은행들이 대기업 구조조정 및 해외사업 지원과 같은 본업에서 벗어나 중소기업 및 벤처기업 지원에 올인하는 등 정체성 혼란을 겪는 상황을 마무리지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나 국책은행이 미국 실리콘밸리처럼 혁신성장 생태계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중소기업과 벤처 기업에 무리하게 집중하고 있다"며 "정책금융 개편 방향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정치권의 어거지식 지방이전 이슈 등을 자초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 뉴스토마토
 
최홍 기자 g243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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