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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 '플랜트 늪'에서 허우적…유가 동향 예의주시
올해 수주 전년비 21% 감소…삼엔 등 인력 감축 지속
2018-10-04 15:04:41 2018-10-04 15:15:54
[뉴스토마토 최용민 기자] 국내 건설사들이 여전히 해외 플랜트 사업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올해 플랜트 수주는 전년보다 20% 넘게 줄었고, 이에 따른 인력 감축 및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최근 유가 상승으로 중동 발 플랜트 발주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유가 상승이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미지수다. 업계에서는 내년부터 양질의 플랜트 공사 발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4일 해외건설종합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올해 들어 현재까지 해외 플랜트 수주액은 총 114억7531만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5% 줄어든 수치다. 수주 건수도 53건에서 30건으로 크게 하락했다. 분야별로 살펴보면 발전플랜트는 전년보다 63% 줄었고, 환경플랜트와 기타플랜트 수주액도 전년보다 각각 63%, 85% 하락했다. 다만 정유 및 석유화학 플랜트와 산업플랜트는 전년보다 각각 5억377만달러, 2억949만달러 상승했다.
 
해외 플랜트 사업 악화로 국내 건설사들의 플랜트 분야 인력 감축도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먼저 해외 플랜트 사업이 주력인 삼성엔지니어링은 시간이 지날수록 인력이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2016년말 기준 4490명이던 정규직은 2017년말 기준 4246명으로 줄었고, 2018년 반기보고서에는 4162명으로 하락했다. SK건설도 지난 2016년말 기준 3085명(비정규직 포함)이던 플랜트 부문 직원이 올해 상반기에는 2782명으로 크게 줄었다. GS건설도 플랜트 부문 직원이 2016년말 기준 2792명에서 올해 상반기 2500명으로 줄었다. 여기에 대우건설은 최근 3년간 플랜트 부문 신규 채용을 하지 않고 있다.
 
국내 건설사의 플랜트 사업 부진은 대형 건설사들의 최초 유·무급 휴직이라는 진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대림산업은 지난 3월부터 플랜트 사업본부 직원 1700여명을 대상으로 순환 무급휴직을 진행하고 있다. 대림산업이 무급휴직을 추진한 것은 창사 이래 처음으로 지난해 해외 플랜트 수주액이 전년 대비 10%에 불과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대우건설도 이달부터 플랜트 사업본부의 부장 이하 정직원 1200명을 대상으로 각 2개월간 유급휴직에 돌입했다. 총 6회에 걸쳐 1년간 실시하고, 급여는 기본급의 50%가 지급된다. 대우건설의 유급휴직도 창사 이래 처음이다.
 
해외 플랜트 사업이 국내 건설사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최근 몇 년간 사업 수주를 위해 출혈 경쟁을 벌인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고, 기술 부족에 따른 리스크 발생으로 적자 행진을 이어오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국제유가 하락으로 발주 자체가 감소한 것도 타격을 입히고 있다. 업계에서는 최근 국제유가가 다시 상승 조짐을 보이고 있어 중동 발 발주가 많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된다는 의견이 많다.
 
업계 한 관계자는 “양질의 수주가 오랫동안 이뤄지지 않고 있어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최근 국제유가가 상승하고 있어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하지만, 산유국 재정이 확충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실 국제유가 상승이 글로벌 경기 상승에 따른 것이라기보다 이란이나 시리아 내전 등 지정학적 원인 때문이라 언제 다시 하락할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나마 아시아 지역에서 수주가 꾸준히 진행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4일 기준 올해 들어 국내 건설사들이 가장 많은 공사를 수주한 지역은 아시아로 총119억2522만달러를 기록했다. 반면 중동은 그보다 적은 75억1086만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국제유가 상승이 연말까지 지속될 경우 중동 발 양질의 플랜트 발주가 내년부터 조금씩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내 한 건설사가 해외에 건설한 플랜트. 사진/뉴시스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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