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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그, 분양 연기 논란 일파만파…"무서워서 청약하겠나"
비인기 단지 분양도 미뤄질 듯…추가 비용 부담은 건설사몫
2018-10-14 08:58:55 2018-10-14 08:59:01
[뉴스토마토 최용민 기자] “아이들이 점점 커가면서 집이 좁아 넓은 곳으로 옮기려고 준비하고 있었는데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고, 당황스럽다. 6개월 안에 기존 집을 판다는 각서를 쓰면 된다고 하지만 6개월 안에 내가 원하는 가격에 집이 팔릴지도 의문이고, 그 안에 안 팔면 3000만원 이하 벌금이나 3년 이하 징역형에 처한다니 어디 무서워서 청약하겠나?”
 
기존 아파트를 팔고 분양을 받아 넓은 집으로 이사하려던 40세 김모씨가 요즘 쏟아지는 기사를 보고 크게 놀라면서 던진 말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북위례와 판교 대장지구 등 10월 분양 예정된 주요 단지들의 분양보증서 발급 시기를 새로운 주택공급규칙 적용 이후로 연기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주택공급규칙이 적용되기 전 1주택자 당첨 가능성이 높은 북위례 등에 청약을 넣으려고 준비하다 제동이 걸린 것이다. 새로운 주택공급규칙이 적용되면 추첨제 물량에서 1주택자 청약 당첨 가능성이 크게 줄어든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10월 분양 예정된 단지들의 분양 일정에 제동을 걸고 나서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분양을 준비하던 건설사들과 분양 대행사들은 당혹스런 입장에 처했고, 새로운 주택공급규칙이 적용되기 전 막차를 타려던 1주택 실수요자도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처벌 규정이 강해 청약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한 달 이상 분양을 미루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이고 있다. 특히 분양 일정이 밀리면서 추가되는 비용은 고스란히 건설사 몫으로 남게 된다.
 
기존 주택 처분 규정도 논란거리다. 새로운 주택공급규칙에 따르면 1주택자는 입주 가능일(사업주체 통보) 이후 6개월 안에 기존 주택을 팔겠다는 각서를 쓰고 분양을 받을 수 있다. 만약 기존 주택을 6개월 안에 처분하지 않으면 공급계약이 취소되는 것은 물론 500만원 이하 과태료나 3000만원 이하 벌금 또는 3년 이하 징역에 처한다. 문제는 집을 팔아야 되는 시기에 내가 원하는 가격에 집을 팔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시간에 쫓겨 원하지 않는 가격에 내몰리듯 집을 처분해야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건설사 분양 일정까지 조정하고 나선 것은 20년 경력에서 처음 겪는 일”이라며 “처벌 규정도 이게 무슨 감옥에 갈 일인가 그런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한 리서치 전문가도 “황당해서 실소가 나온다”며 “분양가 협의가 안 되거나, 청약 시스템을 점검하면서 1~2주 정도 일정을 늦추는 경우는 있었지만, 이렇게 몇 달 지나서 분양하라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주요 인기 단지 분양 일정이 뒤로 밀리면서 다른 비인기 단지 분양 일정에도 크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청약자들이 인기 단지를 분양받기 위해 먼저 분양되는 비인기 단지에 청약을 넣지 않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인기 단지 분양 이후로 비인기 단지 분양 일정이 미뤄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분양 대행사 한 관계자는 “비인기 단지가 인기 단지보다 먼저 분양하는 것은 말 그대로 미분양 무덤에 빠지겠다는 말과 같다”며 “인기 단지 분양 일정이 뒤로 밀리면서 다른 단지들의 분양 일정도 조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각에서는 11월 말에 분양해서 연말에 분양 일정에 돌입하는 것보다 차라리 내년으로 분양을 미루는 것이 낫겠다는 말까지 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방객들이 한 아파트 견본주택에서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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