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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그룹사 올해 임단협 '먹구름'…노사갈등 무풍지대 '옛말'
정권교체 후 노조 설립 바람…삼성도 무노조 경영 종식…'노무관리', 핵심과제로 부상
2018-10-15 18:28:25 2018-10-15 18:28:25
[뉴스토마토 구태우 기자] 삼성, SK, LG, 한화 등 주요 그룹들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갈등으로 험난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이들은 이전에는 노조가 없거나, 노조가 있어도 회사 방침에 크게 반발하지 않아 노사갈등 무풍지대로 여겨졌던 곳들이다. 하지만 현 정부 출범 이후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15일 재계 등에 따르면 각 그룹마다 계열사에서 불거진 노사갈등으로 고심이 크다. 특히 주목되는 곳은 이른바 무노조 경영 방침을 고수했던 삼성이다. 삼성 계열사에서 지난해 노조 설립이 잇따르면서 선대회장의 유훈은 더 이상 지킬 수 없는 옛말이 됐다. 구체적으로, 삼성의 보안 계열사 에스원과 식음료 계열사 삼성웰스토리에 강성의 민주노총 소속 노조가 설립됐다. 삼성전자서비스와 협력업체 노조는 직접고용에 합의, 처우 등 세부사항을 조율 중에 있다. 조만간 조합원 2000여명을 보유한 대규모 노조가 삼성으로 편입된다. 노무관리가 삼성의 주요 과제로 등장한 셈이다.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 올 들어 임단협 갈등이 불거졌다. 에스원노조와 삼성웰스토리지회는 교섭대표노조 지위를 얻어 임단협 중에 있다. 창사 이래 첫 임단협 교섭을 진행하는 만큼 노조활동(근로시간 면제, 노조 사무실 지급) 보장과 인사제도(성과연봉제, 인사평가) 개선 등이 화두다. 에스원노조는 임단협 체결을 요구하며 지난달 파업에 돌입했다. 비제조부문 계열사가 임단협으로 파업을 벌인 건 처음이다. 게다가 삼성은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의 노조 설립을 막으려고 그룹 차원에서 부당노동행위를 한 사실이 최근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나, 더 이상의 조직적 개입이 어려워졌다. 검찰은 또 노조 파괴 시나리오가 담긴 이른바 'S그룹 노사전략 문건'이 에버랜드에서 실행됐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LG와 한화도 계열사 임단협 갈등이 외부로 표출되고 있다. LG는 계열사 LG생활건강 노조가 지난해 52일 동안 파업을 진행한 이후 별다른 노사 분규가 없었다. 이번에는 LG생활건강 계열사 한국음료에서 임단협 갈등이 불거졌다. 올 4월 한국음료에 노조가 설립되면서 노사는 지난 5월부터 임단협에 나섰다. 노조는 단체협약 체결을 요구하고 있지만, 회사는 연차휴가를 쓰고 교섭에 임하라고 해 갈등이 불거졌다. 노조는 이달 1일부터 파업에 돌입, LG트윈빌딩 앞에서 노숙농성 중이다. 한화 계열사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임단협 갈등을 겪고 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소속의 한화테크윈지회(명칭은 삼성테크윈지회)는 지난해 법적 소송 끝에 교섭대표노조 지위를 획득, 임단협을 시작했지만 성과가 없는 상황이다. 노사는 성과평가 방식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노조 집행부는 지난 8월부터 63스퀘어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지난 3일과 9일에는 63스퀘어와 서울시청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특히 한화는 주요 그룹들 중 노조 간 연대가 가장 활발한 곳으로 꼽힌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토탈 등 10개 계열사 노조는 한화그룹노조협의회에 참여해 활동 중이다. 제조부문은 한화테크윈, 한화토탈, 한화종합화학, 한화케미칼 등 6개 노조가, 비제조부문은 한화손해보험과 한화생명, 한화자산운영, 한화투자증권 등 4개사가 참여하고 있다. 계열사 간 정보를 공유하고, 구조조정 등 노동 현안에 공동대응 중이다. 
 
SK 계열사 중에서는 홈앤서비스와 SK하이닉스가 임단협 갈등을 겪고 있다. 홈앤서비스는 지난해 7월 SK브로드밴드 협력업체 소속 노동자 4632명을 직접고용하기 위해 설립됐다. 앞서 SK브로드밴드는 매년 외주화 문제로 갈등을 빚은 바 있다. SK는 홈앤서비스를 통해 외주화 문제와 협력업체 직원의 고용안정을 동시에 이뤘다. 하지만 올해 홈앤서비스 노조가 시급 1만원 수준으로 임금 인상을 요구해 갈등이 빚어졌다. SK하이닉스도 올해 임단협이 난항이다. SK하이닉스는 노사 모두 협력적 노사관계를 지향한다. 노사가 합의해 원청의 임금상승분 중 일부를 떼 하청업체 직원의 임금 인상에 지원하는 '임금셰어링' 제도도 도입했다. 하지만 올해 임단협은 예년보다 순조롭지 않은 상황이다. 
 
또 현대차그룹은 8년 만에 완성차 임단협을 조기타결하며 순항을 예고했지만, 현대제철 등에서 뜻하지 않은 임단협 갈등을 겪고 있다. 한진과 금호아시아나는 올해 총수일가의 갑질이 핵심 계열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임단협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CJ는 CJ대한통운과 택배기사 노조 간 갈등이 장기화되고 있다. 노조의 교섭 요구에 CJ대한통운이 응하지 않고 있어 향후 전망도 불투명하다. 
 
이외에 포스코는 지난달 17일 민주노총 금속노조 소속 노조가 설립되면서 노사관계가 변곡점을 맞았다. 포스코는 노경협의회가 노사문제를 주도한 사실상의 무노조 경영 상태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올 들어 민주노총 노조가 설립되고, 기존 노조 간부들도 한국노총으로 적을 옮기면서 포스코의 교섭대표노조 지위를 획득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한편 올해 6월 기준 통계청의 임금결정진도율(임단협 타결율)은 33.9%로, 10곳 중 3곳이 임단협을 마쳤다.  
 
구태우 기자 goodt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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