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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국내 암 환자 권익 보호 위해 국가적 아젠다 만들 것"
신정섭 한국암재활협회의 대표, 암 재활환자 권익보호·사회공헌 활동 중점
"암 재활환자 요양병원 치료 필수…입원진료비 전액 삭감 중단해야"
2018-10-16 06:00:00 2018-10-16 06:00:00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올해 첫 출발한 한국암재활협회의 신정섭 대표는 화려한 이력을 가진 소유자다. 전남 광주 출신인 그는 한양대학교 학사, 서울대학교 석사 학위를 받고 기자로서 사회생활 첫 발을 디뎠다. 신 대표는 지난 19842월 한국일보에 입사했다. 이후 서울경제와 오고가며 경제·산업·사회·증권 등 다방면에서 기자 경력을 쌓았다. 한국일보사미디어그룹 광고마케팅본부장까지 역임한 그는 2008년 언론을 떠났다. 인생 2막은 사회공익 등에 관심을 두며 올해 한국암재활협회까지 설립했다. 보건복지부 출입 10년의 경력이 한국암재활협회를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신 대표는 국내 200만 암 환자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전국의 암 재활환자들의 커뮤니티를 만들고, 암 재활환자들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등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다. 암 환자들도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국가적 아젠다를 만들겠다는 신 대표를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한국암재활협회에서 만났다.
 
한국암재활협회는 지난 4일 서울 용산구 용산역에서 '200만 암 환자를 위한 바람직한 환자분류표 개선안' 정책 토론회를 열었다. 사진/한국암재활협회
 
올해 첫 출발한 한국암재활협회, 어떤 곳인가.
 
우리나라에는 약 200만 암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2015년 기준 통계에 따르면 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70.7%. 그럼에도 불구하고 암 환자를 위한 대변하는 단체나 협회가 없다. 그래서 만들었다. 한국암재활협회는 암이라는 큰 질병을 극복하고, 다시 정상인으로 활동하고자 하는 암 재활환자와 그 가족을 위한 곳이다. 협회가 주관이 되서 전국의 암 재활환자들의 커뮤니티를 만들고, 암 재활환자들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또 암 환자들의 완치 성공사례 발표회를 개최하고, 암 재활 환우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올해 중점을 두고 있는 사업은 무엇인가.
 
주요 사업은 크게 4가지로 나눌 수 있다. 암 재활 환우들의 커뮤니티 장을 만드는 것, 암 재활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것, 암 환우 및 암 재활 전문병원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것, 암 재활 환자들을 위한 성공사례 발표회·세미나·음악회 등 각종 행사를 개최하는 것이다.
 
이중 올해는 두 가지 활동을 중점적으로 하고 있다. 우선 암 재활 환우들의 권익 보호를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요양병원 입원비 전액삭감 조치로 인해 암 재활 환자들이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협회는 심평원의 조치가 부당하다는 것을 지적하면서 암 재활 환자들을 위한 바람직한 환자분류표를 만드는 권익 보호 활동을 하고 있다.
 
나머지 하나는 암 환우들을 위한 사회공헌 사업이다. 최근 대한적십자사·현대백화점그룹 등과 '암 환우에게 희망을!!' 이란 사회공헌 사업을 시작했다. 사회공헌 사업을 통해 암 환우들의 정상적인 활동을 돕고, 삶의 희망을 찾도록 도와주고 싶다.
 
지난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요양병원 입원비 전액삭감 조치를 지적하고 삭감 중단을 촉구했다.
 
암 환자들은 수술·항암·방사선 치료 후 집에서 쉬거나 직장에 복귀해도 된다고 하지만, 사실은 중증 우울증 환자보다 더 심각한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 또 암 재발 가능성이 큰 잠재적 암 환자로 국가적으로 암 재활치료에 대한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암 환자의 경우 암 발생 시 5년 간의 지속적인 치료 및 관리가 필요하다.
 
하지만 심평원은 "통원 치료하라"며 입원료 통 삭감 조치를 취해 암 재활환자들을 거리에 내몰고 있다. 심평원이 제시한 현행 '환자분류표'는 급성기 질환 위주로 20081월부터 환자분류군별 자원소모량을 근거로 설계돼 일당 정액 형태의 포괄수가제를 도입했다. 즉 질병의 각 증상 및 암 환자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 채 만들어졌다. 심평원은 암을 중증질환으로 표현하고 있다. 심평원은 의사의 판단 하에 입원해 재활치료를 받는 암 환자를 입원이 필요 없는 환자인 '신체기능저하군'으로 분류해 입원비를 삭감하고 있다. 암의 치료과정은 대체로 발병부위의 수술과 방사선치료, 항암치료 및 정서적 안정이 필요한 힐링치료, 식이요법 관리 등의 종합적인 치료를 필요로 한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작용들은 신체기능저하가 아닌 의료고도에 해당하는 중증 치료를 필요하므로 대부분의 암 환자들은 어쩔 수 없이 요양병원의 입원치료에 의존하게 된다.
 
심평원의 조치로 인해 현재 암 재활환자들은 어디에서도 입원을 통한 지속적인 의학적 케어를 받을 수 없게 됐다. 이는 국가기관이 암 재활환자에 대해 진료를 거부하라는 조치를 명한 것과 다름없다. 암 재활환자들은 가정보다는 요양병원과 같은 전문 기관에 입원해 정신과적 치료와 식이요법, 운동요법, 심리적 안정치료 등 각종 의학적 케어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하지만 심평원의 가혹한 처사로 암 재활 환자들이 고통받고 있다. 때문에 암 재활 환우가 지속적인 의학적 케어를 받을 수 있도록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심평원 역시 기자회견 후 입장문을 내고 반박했다. 이에 대한 견해는.
 
현행 요양병원 환자 입원분류 기준에는 암 환자를 '신체기능저하군'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고 하지만, 요양병원과 환자들의 입장은 다르다. 심평원은 암 환자를 신체기능저하군으로 분류한 것에 대해 "요양병원에 입원하는 환자의 입원분류군은 심평원이 아니라 해당 병원의 의료진이 환자 상태 등을 평가해 결정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행 환자분류표로는 대체적으로 암 환자가 신체기능저하군으로 분류될 수 밖에 없으며, 이로 인해 발생한 심평원의 입원진료비 전액삭감 조치는 바로 암 전문재활병원 재직 의사들에게 바로 입원을 거부하라는 불법행위를 조장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 암 재활환자들은 각종 통증 및 보조적 치료를 요구하고, 그에 따라 입원을 강력하게 요청해도 심평원의 조치 때문에 의사는 강제 퇴원이나 입원 불가 조치를 할 수 밖에 없다.
 
본질적으로 현재의 환자분류표로는 암 환자가 지속적인 의학적 케어를 받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심평원은 과거 암 환자의 인구가 많지 않고 통계도 제대로 없던 시기에 만들어진 제도를 개선하기보다 만들어진 제도에 끼워맞추고 있다.
 
암 환자들을 위한 국가 차원의 관리 시스템이 시행되고 있지만,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한 부분이 많다.
 
국내 200만 암 재활환자들은 오늘도 환자분류표상에 '신체기능저하군'으로 취급되고, 사회적 입원으로 규정하고 있는 당국과 사회적 분위기 속에 여전히 고통받고 있다. 근본적으로 200만 암 환자들을 위한 지지해 줄 수 있는 암 관리법이 개정돼야 한다. 하지만 법이 개정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암 관리법이 개정되기 전까지만이라도 현재의 암 환자들을 국가가 지원해 줄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암 환자들과 현장에서 암 재활치료를 담당하고 의사 등 관계자들이 함께 모여 환자분류표 개선안을 만들려고 한다. 이미 두 번에 걸쳐 정책토론회를 개최했고, 현재 초안도 만들어진 상태다. 암 환자를 위한 국가적 아젠다가 반드시 필요하다.
 
한국암재활협회 대표로서 향후 계획과 목표는.
 
과거 암 진단을 받으면 곧 죽음이라는 단어를 떠올렸지만, 현재는 암도 치료 가능한 시대다. 한국암재활협회는 이러한 인식 전환을 위한 홍보와 함께 암에 대한 각종 정보 제공, 암 환자들도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는 다양한 정책 제안을 지속해 나갈 것이다. 뿐만 아니라 암 환자들에게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는 사업도 꾸준히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신정섭 한국암재활협회 대표. 사진/한국암재활협회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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