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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경·관세청까지 나섰지만…조양호 일가 '판정승'
관련자 모두 불구속 상태 수사…'갑질' 조현민은 기소조차 피해
2018-10-15 16:09:22 2018-10-15 17:53:28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갑질' 논란에 휩싸인 한진총수 일가에 대한 수사가 일단락됐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경영진에서 물러나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을 포함한 일가족 모두가 검·경에 소환되는 수모를 겪었지만 나쁘지 않은 결과다. 총수 일가 전원이 구속기소를 면했기 때문이다. 특히 '물컵 갑질'로 올해 이 사태를 촉발시킨 조 전 전무는 기소조차 되지 않았다. 검찰과 경찰은 물론, 관세청·법무부 이민특수조사대까지 나섰지만 변죽만 울렸다는 비판이 나온다.
 
(왼쪽부터) 지난 7월6일 서울 구로 남부구치소를 나서는 조양호 회장과, 지난 6월 20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서울 중앙지법을 나서는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 지난 5월 2일 서울강서경찰서에서 조사를 마치고 귀가하는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 사진/뉴시스
 
서울남부지검 기업·금융범죄전담부(부장 김영일)는 15일 '한진그룹 회장 조양호 등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조 회장을 특정경제범죄처벌법 위반(배임)혐의와 국세조세조정에 관한법률 위반, 약사법 위반 혐의 등으로 불구소 기소했다고 밝혔다. 조 전 전무는 특수폭행과 폭행, 업무방해 혐의가 있었지만 '혐의없음' 또는 '공소권없음'으로 불기소 처분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7월 2일 특경가법 위반 등 혐의로 조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했으나 기각됐다. 법원은 피의자 방어권 보장 등을 이유로 기각했다. 검찰은 조 회장 범죄에 가담한 정석기업을 추가로 압수수색하고 조 회장과 주요 관련자들을 다시 불러 조사했지만 끝내 영장을 재청구하지는 못했다. 검찰 관계자는 "구속영장 기각 이후 다각도로 보완조사를 했지만, 추가 확인된 범죄사실이 영장 청구 범죄사실과 비교해 크게 중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불구속 기소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조 전 전무는 경찰이 기소의견으로 송치했으나 검찰이 불기소로 사건을 끝냈다. 그는 지난 3월 대한항공 본사 회의실에서 광고대행사가 촬영해 온 영상을 보고받던 중 유리 물컵을 직원에게 던졌다. 자신의 요구사항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 이유였다. 경찰은 지난 4월 특수폭행과 폭행, 업무방해 혐의로 조 전 전무를 수사했다. 이후 그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검찰이 반려했다. 폭행 피해자들이 처벌을 원하지 않고, 범죄 소명이 부족하다는 것을 문제 삼았다.
 
검찰은 이날 수사결과 발표에서 "광고 시사회 중 유리컵을 사람이 없는 방향으로 던진 특수폭행 부분은 법리상 사람의 신체에 대한 유형력 행사로 볼 수 없어 무혐의 처분했다"고 밝혔다. 또 "광고회사 직원들에게 음료가 든 종이컵을 던진 폭행 혐의에 대해서는 피해자 2명이 모두 처벌을 원하지 않아 공소권없음 처분했다"고 말했다.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서는 "피의자가 해당 광고 총괄 책임자로서 업무적 판단에 따라 시사회를 중단시킨 것이기 때문에 타인의 업무를 방해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광고회사의 광고제작 업무를 방해할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갑질'과 상습폭행 등 혐의로 검찰 조사가 진행 중인 조 회장의 부인 이명희씨도 곧 조사 결과가 나온다. 경찰은 지난 7월10일 이씨 사건을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운전기사 등 11명 상대로 상습폭행·특수상해한 혐의 등이다. 이씨 역시 지난 6월4일 경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기각됐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 "이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다각적으로 보강수사를 진행했지만 추가 확인된 피해자들이 진술을 기피하고 있고, 일부 피해자들은 합의한 점 등을 감안해 구속영장을 재신청하지 않고 사건을 검찰로 송치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큰딸 조 전 부사장과 함께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불법 고용한 혐의도 받고 있다. 법무부 산하 서울출입국외국인청 이민특수조사대는 지난 7월 이씨 모녀에게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현재까지 검찰은 이렇다 할 추가 범죄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현재는 기소여부 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다.

아들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도 인하대에 부정 편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20년 전 사건으로 형사처벌과 관련해 공소시효가 문제된다. 인하대 측도 편입학 취소를 요구하는 교육부와 다투고 있어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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