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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새노조와 물밑대화 착수…대립보다 대화
2018-10-17 18:09:07 2018-10-17 18:12:45
[뉴스토마토 구태우 기자] SK하이닉스에 창사 후 처음으로 기술·사무직 노조가 설립된 가운데, 노사가 대립보다 대화로 기조를 잡으면서 순풍이 불고 있다. 신규 노조가 설립되면 직간접적인 부당노동행위가 발생, 고소·고발로 이어지는 일반적 상황과는 확연히 다르다. 노조는 설립 40여일 째를 맞았지만, 회사와 마찰 없이 조합원 확대에도 나서고 있다. 
 
17일 민주노총에 따르면 민노총 소속의 SK하이닉스지회(새노조)는 내년부터 한국노총 SK하이닉스노조(기존 노조)와 조합원 수 대결을 펼친다. 내년 임금 및 단체협상(이하 임단협)에 교섭대표노조로 나서기 위함으로, 관건은 조합원 수가 될 전망이다. 전체 조합원 중 과반 이상이 가입한 노조가 교섭대표노조 지위를 얻는다. 
 
SK하이닉스 이천사업장 입구 모습. 사진/뉴시스
 
새노조는 이달 중 SK하이닉스에 임단협을 요구할 계획이다. 노조법에 따라 노조는 임금·단체협약 유효기간 만료일 3개월 전부터 사용자에게 교섭을 요청할 수 있다. 기존 노조와 회사가 맺은 임금협약의 유효일은 올해까지다. 기존 노조의 교섭대표노조 지위도 내년 4월 끝나, 두 노조는 교섭대표노조 지위를 놓고 겨룰 수밖에 없게 됐다. 새노조는 최근 사측 고위 관계자를 만나, 이 같은 사실을 확인받았다. 교섭을 요청할 경우 회사도 노조법에 따라 절차대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SK하이닉스는 창립 이후 처음으로 양대 노총 노조가 동시에 들어섰지만, 이렇다 할 노사갈등 없이 순항 중이다. 교섭대표노조를 정하고, 신규 임단협을 하는 과정도 순조로울 전망이다. 노·노·사의 동의로 두 노조가 회사와 각각 개별 교섭을 하는 방법도 있다. 새노조는 엔지니어 등 기술·사무직이, 기존 노조는 생산직 직원으로 구성됐다. 노조 간 직군별 차이를 고려하면 개별 교섭이 노사 모두에 유리한 측면도 있다. 실제 항공업계는 조종사와 일반·승무원·정비직 등 직군의 특수성을 고려해, 개별 교섭을 하고 있다. 
 
관련 업계는 SK하이닉스의 노사관계를 주목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2분기 10조3705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등 실적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새노조 설립에도 노조와 대립하기보다 상생의 노사관계를 기본 방침으로 삼았다. SK의 노무관리 방식을 엿볼 수 있는 사례로, 최근 노조 설립이 이어지는 추세를 감안하면 기업들이 SK로부터 교훈을 얻어야 한다는 조언도 제기된다. 이전에는 기업 규모와 무관하게 노조가 설립되면 주동자를 색출, 업무에서 배제하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경우가 많았다. 노조 설립 초기 노사 간 고소·고발이 끊이지 않았던 이유다. 반면 SK는 현재 매각된 계열사 SK엔카에 지난해 민주노총 금속노조 소속의 엔카지회가 설립됐을 때에도 대화를 이어갔다. 노동계 한 관계자는 "노조 설립 후 무조건 금기하거나 무력화하면 노사관계에 역효과가 생긴다"며 "노조를 대화의 파트너로 인정하고 노사관계를 풀어가는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구태우 기자 goodt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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