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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스포츠서울 주가조작 사건' 다시 판단하라"
"인과관계 있는 이익 모두 포함해야"…시세조종 부당이득액 구체적 산정기준 제시
2018-10-21 09:00:00 2018-10-22 14:31:16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대법원이 2012년 발생한 수백억대 '스포츠서울 주가조작 사건'을 다시 판단하라고 판결했다. 신주인수권 행사로 취득한 주식을 이용해 시세조종한 이 사건에서 원심이 부당이득액을 잘못 판단했다는 것이 이유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김광래 전 스포츠서울 대표와 M&A전문 변호사, 증권애널리스트 등이 시세조종 등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로 기소된 사건의 상고심에서 김 전 대표와 이모 변호사의 상고를 받아들여 “2012년 시세조종에 대한 부당이득액을 다시 산정하라“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 보냈다고 21일 밝혔다. 
 
자료/대법원, 그래픽/최원식 뉴스토마토 디자이너
 
"시세조종행위 종료 당시 모든 이익 따져야"
 
이번 판결은 그동안 검찰과 일선법원에서 혼동해오던 ‘자본시장법 제443조 1항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 산정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한 것이어서, 의미가 적지 않다는 평가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 등에 대한 부당이득으로 정하고 있는 이른바,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은 위반행위로 행위자가 얻은 인과관계에 있는 이익 전부를 뜻한다”면서 “여기에는 ’실현이익‘, 즉 시세조종행위 기간 중 구체적 거래로 이미 발생한 이익과 ’미실현이익‘ 즉, 시세조종행위 종료 시점 당시 보유 중인 시세조종 대상 주식 또는 신주인수권증권의 평가이익 모두가 포함된다”고 전제했다. 
 
재판부는 이어 각 범죄 사안별 부당이득액에 관한 구체적인 산정요건을 내놨다. 우선 “‘시세조종행위로 주가를 상승시킨 경우’ 실현이익은 ‘매도단가와 매수단가 차액에 매매일치수량을 곱해 계산한 금액’에서 ‘주식을 처분할 때 든 거래비용’을 공제해 산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또 “시세조종기간에 주식이 매도된 경우 매도단가는 실제 매도가액을 매도수량으로 가중평균하는 방식으로 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매수·매도단가, 사안별로 달라"  
 
매수단가에 대해서는 “시세조종행위로 이익을 얻기 위해 주식을 취득했다면 실제 매수가액을 매수수량으로 가중평균한 단가를 매수단가로 적용하고, 신주인수권증권을 행사해 주식을 발행받아 처분했다면 신주인수권 행사가격에 신주인수권증권 매입가액을 더한 금액 매수수량으로 가중평균한 단가가 매수단가”라고 밝혔다. 다만 “시세조종행위로 이익을 얻기 위해 주식이나 신주인수권증권을 취득한 것이 아니라면,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주식 또는 신주인수권 매수가격은 시세조종행위와 무관하기 때문에 시세조종기간 전일 주식 종가를 매수단가로 봐야 한다”고 했다.
 
재판부는 또 “시세조종기간 전일 종가가 정상적인 주가변동이나 위반행위자와 무관한 변동요인으로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주식 또는 신주인수권 매수가격보다 높은 경우에는, 그 차액만큼의 이익은 시세조종행위와 관계없이 얻은 것이어서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으로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시세조종기간 전일 종가가 주식 또는 신주인수권 매수가격보다 낮았는데 시세조종행위로 그 보다 올랐다면, 주식 또는 신주인수권 매수가격과 시세조종기간 전일 종가의 차액만큼의 이익도 시세조종행위로 형성된 것이기 때문에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이라고 풀이했다.
 
재판부는 “그런데도 신주인수권 행사가격 500원을 매수단가로 만연히 적용해 피고인들이 시세조종으로 얻은 이익을 산정한 원심 판단은 자본시장법 443조 제1항 단서와 2항에서 정한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재무구조 개선 목적으로 시세조종
 
김 전 대표는 2011년 1월 자신이 기존에 운영하던 주식회사를 통해 신주인수권부 사채를 인수하는 방법으로 스포츠서울에 투자했다. 그러나 곧 주가가 급락하고 재무상태가 불량한 것을 알게 된 김 전 대표는 재무구조 개선 후 경영권을 다시 매각하는 방법으로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같은 해 7월 스포츠서울 경영권을 인수했다.
 
이후 김 전 대표는 이 변호사와 브로커 김모씨, 증권방송전문가 최모씨, 스포츠서울 이사 손모씨 등과 함께 스포츠서울이 발행한 신주인수권증권을 행사해 발행받은 주식 등을 처분하면서 주가를 조정해 차액을 얻어 경영권을 정상화하기로 공모했다.
 
이후 이들은 2012년 5월부터 그해 8월까지 수백 또는 수천회에 걸쳐 가장·통정매매, 고가매수·물량소진·허수매수·시종가관여주문 함으로써 투자자들을 유인했고, 2012년 4월30일 주식종가 980원이던 스포츠서울 주가는 같은 해 6월27일 종가 1810원(장중 최고가 1,930원)까지 상승했다.
 
1심은 김씨 등 공범 5명 모두에게 유죄를 인정하고 각각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부터 징역 3년까지 선고했다. 2심 역시 1심을 유지했는데, 김 전 대표와 이 변호사 등이 부당이득액 산정이 잘못됐다며 상고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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