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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로 은폐됐던 '김영민 소위 죽음', 36년만에 순직 인정
1982년 M16 총상으로 사망…정확한 사망 경위는 끝내 못 밝혀
2018-10-23 14:45:37 2018-10-23 14:45:41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단순 자살’로 은폐됐던 한 육군 소위의 죽음이 36년 만에 순직으로 인정됐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1982년 최전방 철책선 경계근무 중 의문사 한 고 김영민 소위의 죽음을 최근 국방부가 순직자로 인정했다고 23일 밝혔다.
 
최전방 철책 경계를 맡고 있는 전방사단의 한 초병이 철책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권익위와 국방부에 따르면, 학군단 출신인 김 소위는 1982년 3월 소위로 임관한 뒤 최전방 부대인 21사단 GOP 중화기중대 소대장으로 배치됐다. 그러나 부임 3개월인 같은 해 9월22일 새벽 경계 초소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망 원인은 이마에 입은 M16 소총 총상. 가족들은 김 소위 사망 직후 부대를 방문해 시신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왼쪽 다리 정강이에 군화로 채여 움푹 파인 자국과 얼굴에 난 상처 등을 발견하고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군은 이를 조사하지 않고 김 소위 사망을 서둘러 ‘단순 자살’로 결론내고 사건을 종결했다.
 
이후 35년간 동생의 죽음을 안타까워 하던 김 소위의 형은 지난해 7월 권익위에 사건을 재조사해 동생의 사망을 순직으로 인정해달라는 탄원서를 냈다.  
 
권익위는 즉각 재조사에 착수해 사망 당시 군부대 등이 작성한 사건조사보고서와 김 소위의 일기장 등을 분석했다. 학군단 선후배나 지인들로부터 증언도 청취했다. 권익위는 1년간 조사 끝에 김 소위의 죽음을 ‘단순 자살’로 특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김 소위가 최전방 부대 소대장으로 초소 근무 중 사망한 점 ▲서신이나 일기, 증언에 따르면 김 소위가 책임감이 강하고 평소 부하를 아꼈던 점 ▲당시 시신에 난 여러 상처와 현장에 대한 초동조사가 미흡했던 점 ▲김 소위가 사망 전 부대 상관과 갈등이 있었던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였다. 
 
권익위는 특히 상관과의 갈등 부분을 주목했다. 김 소위가 사망 이틀 전 쓴 일기에는 “나도 침묵을 지키면 동조자가 된다. 말해야 한다. 그에게 말했다. 최후통첩을 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지인에게 보낸 편지에도 “정의와 양심은 자살신청서(타인에 의한)나 다름없고 서로를 경계하는 눈빛에는 두려움과 벽이 있습니다”라고 기재됐다. 그러나 권익위도 김 소위의 정확한 사망경위를 밝히지는 못했다.  
   
권익위는 지난 7월 국방부에 ‘김 소위의 사망을 순직으로 인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표명을 했다. 국방부는 권익위의 조사 내용 등을 가지고 전공사상심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경계 등 직무수행 중 사망한 사람’으로 보고 두 달 뒤 순직자로 인정했다. 
 
1983년 대학가요제 대상 수상곡인 ‘그대 떠난 빈들에 서서’는 김 소위 모교 합창반 ‘에밀레’가 그의 죽음을 추모한 곡으로 알려져 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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