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명석의 재계시각)계속되는 부진…'자동차' 반등할 수 있나
아산의 염원 '세계 제일의 자동차', 코나 계기로 실현 나서야
입력 : 2018-10-26 16:44:27 수정 : 2018-10-26 16:44:27
[뉴스토마토 채명석 기자] “자동차는 그 나라 산업기술의 척도이며, ‘달리는 국기’다.”
 
아산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자동차 산업을 이렇게 정의했다. 그는 “자동차를 완벽하게 생산하는 나라는 항공기든 뭐든 완벽한 생산이 가능한 나라라고 나는 생각한다”면서 “자동차는 그 나라 최고의 기술과 최대의 자본을 동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현대의 입장에서나 국가의 입장에서나 자동차가 미래의 주종 사업이 되어야 한다”고도 했다.
 
그가 일으킨 한국 자동차 산업이 최대 위기에 몰렸다. 현대·기아자동차와 쌍용자동차, 한국GM, 르노삼성자동차 등 5개 완성차 제조사 모두 3분기 추락에 가까운 실적을 기록했다. 일부 협력사들은 경영난을 감당하지 못해 도산하거나 기업회생절차(워크아웃)에 돌입했고, 정부에 금융지원을 요청했다. 현 상황이 지속될 경우 자동차 산업 전체 생태계가 붕괴될 것이라는 충격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야적장에 수출 대기중인 자동차들이 늘어서 있다. 사진/뉴시스
 
자동차는 전자와 함께 한국 산업의 양대 기둥으로 불려왔다. 전자제품이 가정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를 알리는 역할을 한다면, 자동차는 움직이는 한국 광고판이다. 조선과 함께 대규모 고용을 창출하며, 전·후방 연관 산업이 집결하는 세트산업이기 때문에 자동차 산업의 위기는 곧 한국경제 전체의 위기라고 봐도 무방하다.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것은 4차 산업혁명에 들어서면서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각종 신산업들이 적용되는 핵심 플랫폼으로 부상한 자동차 산업 경쟁에서 한국이 밀리고 있다는 점이다. 내연기관 시대인 지난 100여년간 무한경쟁을 거쳐 소수의 업체들이 장악하는 레드오션 시장으로 굳어졌던 자동차 산업은 전기자동차 등의 출현을 통해 다수의 새로운 도전자들이 참여하는 블루오션 시장으로 진화하고 있다. 막강한 내수시장과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기세를 올리고 있는 중국 업체들을 비롯해, 골프카·자전거 업체 등은 물론 무선청소기로 유명한 다이슨이 사업에 뛰어들 만큼 춘추전국시대에 돌입했다.
 
사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실적 악화는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패러다임으로 전환하고 있는데, 아직 한국 완성차 업체들은 과거 성공방식에 매몰돼 변화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새로운 기업들의 참여도 찾아보기 힘들다. 정부도 규제개혁과 투자지원을 통해 새로운 자동차 시대를 선도해 나갈 수 있도록 길을 터줘야 하는데, 이해관계자들의 눈치를 보느라 확실한 의지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모든 산업은 장기적인 시점을 놓고 보면 고점(성장)과 저점(침체)이 반복되는 파동 형태의 흐름을 보인다. 그렇다면 지금 한국 자동차 산업이 처한 상황이 저점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게 중요하다. 현대·기아차는 지난 2000년 9월 현대자동차그룹으로 출범한 이후 올 3분기 가장 낮은 수익성을 기록했다. 현대·기아차는 더 이상 하락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정의선 그룹 총괄수석부회장이 주도하고 있는 오픈 이노베이션도 속도를 내면서 패러다임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해 나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성과가 언제부터 가시화되느냐가 반등의 관건이 될 것이다.
 
다행히도 긍정적인 이야기가 들리고 있다. 최근 만난 자동차 부품 공급업체 관계자는 “현대차의 코나는 부품 업체들도 좋은 차라고 인정하고 있다. 부품 업계가 좋아하는 현대차를 보는 건 오랜만”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 업체는 코나에 적용하는 부품 생산라인을 24시간 풀가동하고 있다고 한다. 아산은 “나의 목표는 성능 면에서 '세계 제일의 자동차’를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이제 시작이다. 
 
채명석 기자 oricm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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