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채명석 기자] 포항은 포스코의 입지 이후에 크게 발전한 도시다. 제2제철소가 들어선 광양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포스코의 공과를 다양한 시각과 측면에서 논의할 수 있지만 도시 및 도시 발전에 관련된 부분은 지금까지 한 번도 제대로 조명된 적이 없었다.
본 기획 연재의 바탕이 된 전상인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의 ‘박태준과 지방, 기업, 도시’ 논문은 포스코와 그것이 입지한 도시의 관계를 분석적으로 조명했다는 데 일차적인 의의를 갖는다. 더불어 이 논문은 도시사의 관점에서 한 기업이 도시 성장과 도시 발전에 관련하여 어떤 역할을 해 왔는지를 살펴보았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말하자면 한국적 기업 도시에 대한 역사적 고찰이다. 물론 포스코와 주변 도시의 관계에 대해 광양을 함께 논의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할 것이다. 하지만 전 교수는 지면상의 제약으로 인해 두 도시에 대한 본격적인 비교 연구는 다음 기회로 미룬다고 언급했다.
2007년 8월21일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포스텍(포항공대) 설립 이사장이 포스코 포항제철소 파이넥스 공장을 찾아 관계자들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청암 박태준과 포스코가 한국의 도시에 대해 끼친 공헌은 다음 몇 가지로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포스코는 자신의 기업 이념, 곧 제철보국과 교육보국을 지방에서 구상하고 실천했다. 이런 점에서 중앙집권적 국가 주도 시대에서 발족한 포스코는 장기적으로 세계화 및 지방화 시대에 대비하는 혜안을 가졌다. 더욱이 포스코는 지역 균형 발전을 포항제철소와 광양제철소를 통해 직접 실천했다. 2000년대 들어와 지역 균형 발전이 시대적 화두로 부각되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청암의 기업 경영에는 모종의 선지자적 발상이 숨겨져 있었다고 보인다.
둘째, 청암과 포스코는 포항에서(그리고 광양에서도) 미래지향적인 도시 모델을 제시했다. 무엇보다 선진국 수준에 버금가는 친환경 전원도시를 만들었으며 고등 교육과 첨단 연구 기능 도입을 통해 지속 가능한 도시 발전의 가능성을 열었다. 현재 안주형의 전형적인 노동자 산업 도시는 포스코가 지향했던 신도시상이 결코 아니었다. 포스코가 추구했던 것은 오히려 중산층 혹은 엘리트를 위한 품격 도시였고 이런 점에서 청암은 나름대로 도시에 대한 철학과 비전을 갖춘 인물이었다. 비록 이 과정에서 기존의 포항시 혹은 포항 시민과의 갈등이 없지 않았지만 장기적으로 이러한 도시 모델은 포항 전체로 파급·확산되었다.
셋째, 포항은 포스코와 동격화 될 정도로 기업 도시적인 성격이 강하지만, 포스코는 포항에 대해 지원은 하되 지배는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나름대로 고수했다. 말하자면 포스코는 포항을 자본에 의한 착취 내지 수탈의 대상으로 삼지 않았다. 한편으로 이는 철강산업의 속성상 그럴 필요가 적었기 때문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사회문화적 차원의 협력과 지원을 지역 사회에 대한 기업의 기본 의무로 인식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포스코는 그 어떤 기준에서도 포항의 일부이지 결코 전부는 아니다. 바로 이런 점이 작금에 한국사회의 신성장 동력으로 회자되고 있는 기업도시론에 대해 포스코가 던지는 주요한 경험적 교훈이다.
물론 ‘정치인’ 청암 개인의 야심이나 기업으로서의 포스코가 추구하는 경제적 이윤 동기를 결코 간과할 수 없다. 그리고 그런 이유로 인해 한 때 갈등과 대립, 그리고 반목이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2019년으로서 시 승격 60주년을 맞이하는 포항으로서는 철강 도시 그 이후를 준비해야 할 시점이며, 이 점에 있어서는 탈산업화 및 정보화 시대를 맞이하는 포스코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2009년 당시 추진했던 ‘테라노바(Terra Nova, 새로운 땅)’ 프로젝트는 이런 각도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포항의 향후 미래는 포항과 포스코의 공존과 협력에 달려 있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한국의 다른 도시들도 포항의 행로로부터 많은 것을 배우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다.
(자료: 박태준과 지방, 기업, 도시 - 포철과 포항의 병존과 융합, 전상인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
채명석 기자 oricm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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